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청와대 인사발표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청와대 인사발표 이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후임으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문화 예술계의 시선은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아래 한국예총, 회장 이범헌)와 사단법인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아래 한국민예총, 이사장 이청산)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영화계를 비롯한 블랙리스트 피해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인사가 내정됐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 박양우 문화체육부 장관 임명 당시 강하게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영화계는 문체부 장관 교체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문화예술계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인사가 내정됐다는 점에서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단체 입장을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문화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인물이라 걱정되는 측면도 있고, 영화계 현안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에서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내정 이유로 들었는데, 실무 능력보다는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일단은 청문회 등을 지켜보면서 소통 능력을 따져봐야 할 것 같다는 분위기인데, 지난번 박양우 장관 임명 당시처럼 강한 반대의견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양우 장관의 경우 대기업 사외이사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당시 영화산업과 관련해 대기업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영화단체로부터 공개적인 퇴진 요구를 받기도 했다. 
 
"문화예술 식견이 도시재생에 있다는 데 소름"
 
황희 내정자에 우려를 표하는 예술인들은 특히 청와대가 내정자에 대해 "도시재생 뉴딜 관련 정책을 많이 했는데, 그 부분이 문화예술과 관광 등을 접목한 활동"이라고 설명한 것에 반발하는 모습이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블랙리스트 위원장은 "문화예술을 지대창출의 수단으로 보는 정부"라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문화예술 식견이 도시재생과 뉴딜에 있다는 데 소름이 끼친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이 이렇듯 우려하는 까닭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맡았던 도종환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은 문화예술인 출신이었던 터라 이전 정부 당시 큰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 문제를 잘 처리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당시 블랙리스트 문제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관련된 1인 시위가 아직까지 광화문에서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피해 예술인들의 우려에는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컸던 인물조차 논란이 됐던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는데, 그렇지 않은 인물이 현장의 목소리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없는 장관은 결국 관료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문체부 장관 개각이 발표된 20일 광화문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1인 시위를 벌인 영화계 인사들.

문체부 장관 개각이 발표된 20일 광화문에서 블랙리스트 항의 1인 시위를 벌인 영화계 인사들.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물론 황희 내정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문화예술단체의 연합체인 한국예총과 한국민예총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1년 남짓 임기를 남기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기대가 컸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지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개혁의 길'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관료제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의 개혁은 그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을 개혁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재인 정부를 부족하나마 '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예총과 한국민예총은 황희 장관 내정자를 향해 "예술행정은 관료의 전유물이 아니고, 예술가와 사회와 끊임없는 소통으로 열린 행정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도적인 구조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예술진흥정책,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전문예술인 직접 지원 구조 도입 등 많은 현안들을 실질적으로 개혁해가는 장관이 되길 기대한다"면서 "예술계는 국회 상임위원회와 함께 개혁의 토대를 마련하는 장관의 역할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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