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19일부터 다시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하는 가운데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최우수선수) 경쟁도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올시즌들어 프로농구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줄어들고, 국내선수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올해 MVP 경쟁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눈여겨볼 부분은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다. 올시즌 현재 MVP 후보로 부상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선두 KCC의 송교창을 비롯하여 고양 오리온의 이대성, 부산 KT의 허훈-양홍석 등이 있다. 이대성을 제외하면 모두 20대이고 95년생 이하의 젊은 선수들이라 게 두드러진다.

특히 송교창과 양홍석은 2010년대 이후 KBL의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있는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하다. 송교창은 올시즌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15.3점(리그 6위·국내 1위)·6.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소속팀 KCC가 올시즌 21승8패로 1위를 달리고 있는데는 송교창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까지 이정현이나 이대성같은 선배들을 위하여 희생해야했던 측면이 있다면 올시즌에는 실질적인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고 할만하다.

MVP 수상에 팀 성적이 크게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KCC가 이대로 정규리그를 제패할 경우 송교창의 수상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특히 송교창은 29경기 중 단 4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기록할만큼 기복 없는 꾸준함, 팀의 약점이던 4번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팀공헌도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전주 KCC의 경기. kt 양홍석이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전주 KCC의 경기. kt 양홍석이 레이업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홍석도 30경기에서 평균 14.9점, 7.5리바운드로 개인 성적에는 송교창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특히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1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올시즌 국내선수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10회)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을 달성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조기종료된 지난 시즌 6위에 그쳤던 KT는 MVP 허훈과 양홍석의 토종 원투펀치를 앞세워 올시즌 4위로 올라섰다. 양홍석은 허훈에 이어 같은 팀에서 2년 연속 MVP 수상이라는 대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송교창은 삼일상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직행했고, 양홍석은 중앙대를 1학년만 마쳤다. 대학농구의 영향력이 큰 한국농구에서는 여전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진출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NBA에서는 고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 케빈 가넷 등이 이른바 '얼리 엔트리' 고졸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급 선수들로까지 성장한 바 있다.

KBL 역사상 최초의 고졸 출신 MVP는 주희정이다. 1997년 고려대를 중퇴하고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에 진출한 주희정은 신인왕과 정규리그-챔프전 MVP를 모두 석권하며 KBL 역사를 바꾼 레전드로 성장했다. 주희정의 경우 당시 어려운 생계문제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프로 진출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예외적인 상황에 가까웠고, 당시만 해도 누구도 주희정이 그 정도로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주희정의 성공이후로도 고졸 출신들의 프로 진출 러시가 이어지지는 않았던 이유다.

송교창과 양홍석이 프로에 도전할 때만 해도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두 선수는 나란히 리그 올스타이자 MVP 경쟁자로까지 성장하며 프로 조기 진출이 신의 한 수였음을 증명했다. 동기들이 프로에 갓 데뷔하여 시행착오를 겪을 시기에 이들은 일찌감치 전성기에 돌입하여 FA 자격까지 더 빨리 얻어 연봉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송교창과 양홍석의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 프로농구에서도 고졸 출신이 신인드래프트 1순위를 차지하는 등 유망주들의 조기진출 열풍이 더욱 가속화될 조짐이다. 만일 올시즌 이들 중에 최우수선수까지 탄생한다면 그야말로 고졸 출신들의 프로 조기 진출에 화룡점정을 찍게 되는 것이다. 

허훈은 KBL 역사상 단 2명(이상민-양동근)밖에 없었던 MVP 2연패에 도전하고 있다. 허훈은 이번 시즌에도 평균 14.8점 7.5어시스트의 준수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어시스트는 리그 전체 1위다.

사실 지난 시즌 KT의 팀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음에도 소속팀을 리그 공동1위로 이끈 김종규(원주 DB)을 제치고 수상하며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허훈은 올시즌도 준수한 활약에 팀 성적까지 반등하면서 실력과 인기 모두에서 KBL 정상급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승부처에서 KT의 경기력은 허훈의 활약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MVP 경쟁자인 송교창이나 양홍석에 비하여 다소 기복이 심한 활약은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이대성 역시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친정팀 모비스를 떠나 KCC 유니폼을 입고 나서 다소 부진했던 이대성은 FA(자유계약선수) 이적 후 그토록 고대하던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대성은 올 시즌 30경기에 출전하여 14.9득점 5.1리바운드 5.6어시스트 1.9스틸을 기록하며 전방위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오리온을 단숨에 2위까지 끌어 올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반면 베테랑 선수들은 좀 더 분발이 필요해보인다. 최근 10년간 MVP 수상자 중 이미 양동근과 문태종은 은퇴했고, 2017-18시즌 MVP 수상자인 두경민과 지난 시즌 후보에 올랐던 김종규는 소속팀 원주 DB의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2012-13시즌 MVP였던 김선형은 부상을 당하며 당분간 전력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2016-17시즌 수상자 오세근(안양 KGC)과 2018-19시즌 수상자 이정현(전주 KCC) 등도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며 팀의 주역 자리를 조금씩 후배들에게 내주고 있는 모습이다.

토종빅맨들의 부진도 아쉽다. 과거 서장훈-김주성-함지훈-오세근-하승진 등 강력한 토종빅맨은 팀성적의 보증수표로 꼽혔던 하지만 올시즌은 이승현(고양 오리온, 12.6점, 5.9리바운드, 2.9어시스트) 정도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을 뿐 인상적인 토종빅맨을 찾기 힘들다. 국내 선수 리바운드 1,2위가 송교창과 양홍석이고, 범위를 넓혀도 차바위, 문성곤, 이대성 등 빅맨이 아닌 선수들이 다수다.

KBL에서 빠른 농구와 외곽슛이 대세가 되면서 정통빅맨보다 다재다능한 포워드나 가드들의 비중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두각을 나타내는 정상급 선수들의 스타일이 달라진 것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농구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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