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 JTBC

  시즌1의 피날레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JTBC <뭉쳐야 찬다>가 연이어 짜릿한 명승부로 시청자들에게 축구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안정환 감독과 한국 스포츠 레전드들의 조기축구팀 도전기를 다룬 <뭉찬>은 최근 '어쩌다 FC'의 전국 대회 도전기를 방송중이다.

17일 방송된 80회에서는 어쩌다FC가 토너먼트에서 서울시의사축구단과 한판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JTBC가 주최한 전국 대회는 과거에 어쩌다FC와 경기를 펼쳐서 비기거나 패배를 안긴 강팀들만 섭외하여 치르는 대회다. 어쩌다FC는 조별리그에서 청파축구회(2-1), 만선FC(2-0)을 격파하고 경인축구회(1-2)에는 패배하며 2승 1패로 조별리그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 첫 상대였던 서울시 의사축구단은 과거 친선전에서는 어쩌다FC와 1-1로 비겼기에 해볼 만한 팀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혔던 의사축구단의 전력은 의외로 막강했다. 초반부터 어쩌다FC를 강하게 밀어붙인 의사축구단은 먼저 내리 2골을 뽑아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지면 그대로 끝인 단판승부였기에 어쩌다FC는 그대로 탈락 위기에 몰리는 듯했다. 심지어 전국대회가 <뭉찬>시즌 1을 마감하는 무대임을 감안하면 이날 경기가 어쩌다FC로서의 고별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쩌다FC 멤버 모두 한국 스포츠 각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본 레전드들답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안정환 감독은 후반에 두 골 차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외의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공격수였던 김병현 대신 수비수인 하태권을 투입하면서 오히려 수비를 보강했다.

대신 수비를 맡던 여홍철이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였던 이용대가 공격수로 전진배치됐다. 이날 여러 차례 불안한 모습을 드러낸 수비를 보완하면서 오히려 팀의 강점인 스피드와 활동량은 더 강화한 것. 안정환이 선수로 뛰었던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과감한 선수교체와 포지션 파괴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던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게 만든 순간이었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 JTBC

 
안정환의 승부수는 결국 후반 막판에 빛을 발했다. 후반 18분 이대훈의 어시스트에 이은 이용대의 만회골로 추격의 서막을 알린 어쩌다FC는 경기 종료 직전 연이은 세트피스 찬스에서 의사축구단의 핸드볼 파울을 이끌어내며 극적으로 페널티킥 기회를 만들어냈다. 부담이 큰 키커로 지명된 모태범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피 말리는 승부의 운명은 결국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여기서는 골키퍼 김동현의 활약이 빛났다. 김동현은 정규 경기중 뼈아픈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기에 압박감이 더 큰 상황이었다. 안정환은 "네가 해내야할 차례"라며 김동현을 차분하게 격려했다.

어쩌다FC는 모태범-이용대-이형택-이대훈-여홍철이 승부차기 키커로 나섰다. 두 번째 키커인 이용대가 실축했지만 나머지 키커들이 모두 성공했다. 김동현은 빼어난 반사신경으로 의사축구단 1번, 4번 키커의 슈팅을 연이어 선방해내며 어쩌다FC쪽으로 승기를 가져오는 데 한 몫 했다. 

마지막 키커로 나선 여홍철의 슛이 성공하며 어쩌다FC의 승리와 4강 진출이 확정되자 선수들은 모두 달려나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김동현은 긴장이 풀린 듯 활짝 웃으며 "나 아까(실점 상황이후) 울 뻔했다. 앞으로 나 골키퍼 못 하겠다"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현역시절 수많은 승리와 메달에 익숙한 레전드들이지만 이들이 전혀 다른 축구라는 분야에서 '원팀'으로 뭉쳐 또다른 기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감동을 줬다. 

<뭉쳐야찬다>는 지난해 첫 방영 이후 조기축구라는 색다른 도전 분야가 주는 재미, 평소 보기 힘든 한국 스포츠 레전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으며 드러난 인간적인 매력 등으로 큰 화제가 됐다. 나름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스포츠스타들임에도 초창기의 어쩌다FC는 두 자릿수 골로 대패하는 등 허당스러운 실력을 드러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친 안정환 감독과 레전드들의 숨길 수 없는 승부욕, 그리고 지속적인 멤버보강까지 이뤄지면서 어쩌다FC는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초 방영 반년 만에 꿈에 그리던 첫승을 신고했고, 여름에 방송된 마포구 구대회에서는 첫 공식대회에 도전하여 8개팀 중 4강이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JTBC 예능 <뭉쳐야 찬다> 한 장면 ⓒ JTBC


<뭉찬>은 1월을 끝으로 조기축구편을 종료하고 다음달부터는 농구를 주제로 하는 시즌2를 방송할 예정이다. 전국대회는 어쩌다FC가 1년 반에 걸친 기나긴 여정을 마감하는 마지막 무대였다. 공교롭게도 전국대회를 앞둔 시점에 김요한, 박태환, 이봉주, 정형돈 등 그동안 <뭉찬>에서 축구와 예능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멤버들이 연이어 이탈하는 악재도 있었다. 만일 피날레인 전국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라도 하면 그동안의 노력과 진정성이 모두 빛이 바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FC는 전국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다시 한 번 4강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뭉찬>은 방영 1년을 넘기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축구보다는 예능에 더 치우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대회에 돌입하면서 안정환 감독과 어쩌다FC 선수들 모두 웃음기를 자제하고 오로지 축구 선수로서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며 감동을 선사했다. 

<뭉찬>이 전국 대회에서 보여준 성과는 단지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 맞대결에서 큰 점수차로 지지 않는 데에만 급급했던 이들이 강팀들을 맞이하여 끝까지 대등하게 경쟁하는 모습, 먼저 골을 내주고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이들이 카메라  뒤에서도 얼마나 끊임없이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또한 그라운드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전들 못지않게 이만기-김재엽-김용만 등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시니어 라인 멤버들의 희생 역시 돋보였다. 작은 역할에 자존심이 상할 수 있음에도 이에 구애받지 않고 벤치에서 열심히 동생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짧은 출전시간에도 온몸 바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어쩌다FC가 더 이상 방송용이 아닌 진정한 한 팀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분야는 달라도 이들이 한국 스포츠 각자의 영역에서 왜 레전드가 되었는지를 보여줬다"는 안정환의 멘트는 어쩌다 FC가 걸어온 1년 반의 여정을 함축하고 있다.

수많은 스포츠 예능들이 초반의 화제성과 비교하여 용두사미로 아쉽게 마감했던 것과 달리, 초심을 회복한 <뭉쳐야 찬다>는 유종의 미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 웃음과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뭉찬>이 축구편의 마지막회를 어떤 모습으로 장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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