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 SBS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 - 아카이브K>(이하 '아카이브K)에선 두 번째 주제 '90's 나이트 DJ와 댄스음악'라는 제목으로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댄스 음악을 재조명했다.

그 시절 댄스음악은 국내 음악시장에서 큰 몫을 담당했던 장르였지만 상업적 성공과는 반비례적으로 음악적 성취도 면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존재였다. 이날 방송에선 1990년대 초반 나이트 클럽을 무대로 활동하던 DJ들이 직접 음반 제작에 나서면서 본격화된 댄스 음악 속 숨겨진 이야기들이 소개됐다. 그 시절 활동했던 인물들의 입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신철·김창환 등 클럽 DJ, 직접 가수를 발굴하다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 SBS

 
예나 지금이나 댄스 음악은 춤추면서 흥겨움을 분출하는 클럽 무대에서 가장 인기다. 199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활약하던 DJ들은 인기 가요를 만들어낸 숨은 주역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나와야만 히트하던 시대"(신철), "댄스 음악은 클럽음악이니까!"(윤일상), "그때만 해도 클럽 DJ들이 음악을 틀어줘야 사람들이 알 수밖에 없는 시스템"(코요태 신지)이라는 말처럼 당시 DJ들은 유행의 최전방에서 곡의 인기를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발휘했다.  

클럽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취향을 현장에서 바로 체감했던 인물들답게 대중들이 선호하는 음악들을 재빨리 간파하는 DJ들만의 '듣는 귀'가 이들의 강점이었다. 사람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온갖 비트를 덧붙이는 리믹스 작업으로 원곡보다 더 신나게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가 하면 발표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던 곡들도 클럽 DJ들의 손을 거처 뒤늦게 역주행 인기를 얻기도 했다.

​특히 이태원과 강남 유명 나이트 클럽에서 다양한 댄스 음악을 들려주던 DJ들은 각기 다른 계기로 직접 가수를 발굴하는 일에 뛰어들게 된다. '나미와 붐붐' 활동으로 유명세를 얻었던 신철(DJ DOC, 쿨)은 음반 제작 메커니즘을 알게 된 후 "내가 직접 가수를 제작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고 한다. 김창환(김건모, 신승훈, 박미경, 클론, 노이즈)은 팝스타 마돈나 1집을 DJ 젤리빈이 담당했다는 사실에 자극받아 비슷한 길을 걷게 되었다고.

그 결과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DJ DOC, 클론, 쿨, 터보, 코요태 등 DJ 출신 제작자가 발굴한 가수들은 데뷔와 동시에 인기 정상의 가수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고음 전쟁, 유명 작곡가들 선의의 경쟁​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 SBS

 
1990년대 댄스 가요의 특징 중 하나로 폭발적인 고음 보컬을 꼽을 수 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DJ DOC (김창열), 김현정, 박미경, 코요태(신지), 터보(김종국) 등은 하나 같이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가수들이다. "마지막 모니터를 할 때 줄리아나(당시 유명 클럽) 볼륨으로 틀어봐!"(김종국) 라고 했던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시절만 해도 "고음을 잘해야 노래를 잘한다"(주영훈)고 인식된 데다 나이트클럽 고출력 스피커 소리를 뚫고 사람들의 귀에 들리기 위해선 폭발적인 힘이 담긴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공에 유명 작곡가들이 또 다른 주역으로 언급됐다. 김창환, 최준영, 김형석, 윤일상, 주영훈 등 당대 최고 댄스곡은 거의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 작품들이다. 특히 주영훈과 윤일상의 선의의 경쟁은 각종 인기 곡 탄생에도 크게 기여했다.  

당시 제작자들은 이들에게 반반씩 곡을 의뢰해서 음반에 수록하는가 하면, 미리 상대방의 데모곡을 들려줘 경쟁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고 주영훈은 그 시절을 회고한다. 타이틀 곡 선정을 두곤 마치 "국회의원 경선과도 같았다"면서 피말리는 그때 심정을 설명한다.

1990년대 댄스 음악 재평가 시도 이뤄질까?​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 장면 ⓒ SBS

 
이번 <아카이브K> 클럽 DJ 및 댄스 음악편은 그동안 인기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한국 댄스 음악에 대한 재평가를 바라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염원이 상당부분 녹아 있었다.

방송 말미 그 시절 자료 화면에 덧붙여진 김종국의 내레이션과 자막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절 댄스 음악는 상업적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 사이에서 푸대접을 받았고,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만큼 소외된 영역이었다. 기본적으로 술과 춤이 동반되는 유흥의 공간에서 활용되는 존재이다 보니 예술적 성취도를 크게 중요시하던 비평가들에게 거론의 대상이 되긴 어려웠다.

그렇다면 과연 <아카이브K>가 염원했던 1990년대 댄스 음악 재평가는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아쉽게도 ​방송 전체적으로 산만한 흐름을 보이면서 "그땐 그랬지" 그 이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반부 DJ 출신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땐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비교적 주제에 부합되는 전개가 이뤄진 데 반해 후반부는 고음 전쟁 - 작곡가 - 그룹 터보 등 기본 원칙 없이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을 담다 보니 체계적인 틀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관점이 충돌하면서 프로그램의 일관성이 흐트러졌다. 이밖에 밤 문화와 관련된 장르 특성상 '야사'에 해당될 법한 각종 이야기들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흥미를 돋우었지만 기성 세대의 '추억팔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등장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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