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병만족'이 된 스포츠 스타들이 제주도에 떴다. 국내 오지 생존기로 매주 토요일 밤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SBS <정글의 법칙>이 이번엔 운동선수들과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지난 16일 방영된 <정글의 법칙-스토브리그>는 이동국(축구), 허재(농구), 이대호+김태균(야구), 나태주(태권도), 정유인(다이빙) 등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이 새 멤버로 합류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정글의 법칙>에서 눈길을 모은 인물들은 나란히 2020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이동국과 김태균이다. 이미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동국이지만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관찰 예능과 전혀 다른 야외 생존 프로그램 출연은 그로선 도전과 마찬가지였다. 설수대 등 5남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이동국은 "힘든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고, 건강히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쉽지 않았던 은퇴 선택에 대해 그는 "장기간 무릎 부상으로 이탈해 있을때 정신적으로 조급해 하고 있구나"라고 솔직한 심경을 표현했다.  

​"제2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나왔다"는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김태균과 아직 현역 선수로 활동중인 입단 동기 이대호 역시 비슷한 생각을 드러낸다. "은퇴할 날이 다가오니 조급해지더라. 한화이글스라는 보호막이 없어지고 야생에 던져진 것 아니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김태균), "정글은 뭐든지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 선수 생활 2막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도전한다"(이대호)는 말은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노장 선수들의 고민과 걱정을 담고 있었다.   

유일한 비선수 출연자인 배우 이초희도 비슷한 생각을 지니고 <정글의 법칙>에 등장했다. 지난해 KBS <한번 다녀왔습니다>로 큰 사랑을 받은 그녀는 제작발표회를 통해 데뷔 10주년을 맞아 자극이 필요했다고 이야기한다.  각자 훈련입소 안내문을 찾아 고군분투 끝에 한자리에 모인 출연진들은 낯선 환경, 거치른 자연 경관을 배경삼아 숙소를 마련하고 먹거리를 찾는 등 본격적인 모험의 길로 돌입했다.  

스포츠스타 대거 입성... 달라진 TV 환경도 큰 영향
 
 지난 16일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SBS '정글의 법칙-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준비기간에 해당하는 단어인 '스토브리그'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를 출연진 자체로 설명해주는 <정글의 법칙> 이번 방영분은 최근 방송가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해주고 있다.

개그맨, 가수, 배우 등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TV 예능에 타분야 종사자들인 비연예인들의 진출이 빈번해진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1-2년 사이 스포츠 스타들의 진입은 어느새 새로운 유행처럼 퍼져가고 있다. JTBC <뭉쳐야 찬다>, E채널 <노는 언니> 등 운동선수들로만 구성한 예능이 선전을 펼치는가 하면 서장훈(농구), 안정환(축구) 등은 일찌감치 ㅋ각종 채널을 누비는 등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있다.  이어 허재(농구), 김병현(김병현) 등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에 고정 또는 초대손님으로 맹활약하면서 성공적으로 방송계에 안착중이다.  

각종 TV 예능 프로가 쏟아지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아쉬움 중 하나가 "새 얼굴 부재"다.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등 연예인 경력 30~40년에 이르는 인물들이 여전히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을 책임지고 있지만 반대로 참신한 출연진의 발굴은 여전히 쉽지 않은 편이다.  

이러한 시청자 혹은 제작진들의 욕구를 등에 업고 셰프, 교수, 기타 전문가들이 속속 TV 속으로 등장해왔고 운동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각 종목에서의 빼어난 성과에 힘입어 방송가 진입 이전부터 높은 인지도를 지닌 경우가 많다. 박찬호(야구), 박세리(골프) 만 해도 이미 국민 영웅으로 자리 잡았던 인물들이다. 

이렇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선 생소한 신인급 혹은 무명 연예인들보단 거부감 없이 이들을 받아들이면서 편하게 예능을 즐기고 있다. 여기에 TV 시청 연령대의 상승도 한 몫을 담당한다. 일부 현역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은퇴 스타들이 중심을 이루는데 이들의 나이대는 30대 후반~ 40대 이상에 해당한다. 그들의 활약상을 기억하고 열심히 응원해주던  동년배 혹은 그 이상 나이를 지닌 시청자들 입장에선 더욱 친근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게다가 기존 방송인들에 결코 밀릴 것 없는 입담과 유머 감각까지 갖추면서 어느새 예능계의 대세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방송의 길​
 
 지난 10일 방영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박철순편에 등장한 전 야구선수 겸 방송인 강병규

지난 10일 방영된 TV조선 '스타다큐 마이웨이' 박철순편에 등장한 전 야구선수 겸 방송인 강병규 ⓒ TV조선

 
예전과 달라진 운동선수들의 마음가짐도 이들의 TV 입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거엔 은퇴 후 지도자 입문이 전형적인 공식이었지만 요즘 들어선 유명 스타들은 코치 혹은 감독 대신 다른 분야에 종사하면서 제2의 인생을 선택하는 사례가 흔해지고 있다. 스타 출신 지도자들의 경우,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면 더 큰 질타가 쏟아지는 일도 자주 목격되어 왔다. 이미 엄청난 부를 축적한 입장에선 굳이 스트레스를 감수하면서까지 감독 생활을 해야할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자신의 인지도를 활용한 방송계 입문이 당사자로선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데 빛이 있다면 그늘도 있는 법. 1990년대 초반 씨름 천하장사 출신 강호동의 코미디언 전업 대성공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TV 예능에 입성했지만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생존한 인물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모래판에서의 코믹스런 이미지를 등에 업고 1990년대 중반 박광덕(씨름)이 문을 두드려봤지만 실패로 귀결되었다.  

2000년대 들어선 김동성(쇼트트랙), 최현호(핸드볼) 등의 유명 선수들이 속속 합류했지만 역시 비슷한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인지도는 높았지만 시청자들을 사로 잡을 만큼 방송인으로서의 개성이나 차별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병규(야구)가 수려한 외모+말솜씨에 힘입어 주요 예능 MC로 확실하게 성과를 거두는 듯 했지만 각종 구설수 및 사생활 관리 실패로 인해 결국 방송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최근 들어선 각종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예능계로 진입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예전 선배들의 전철을 피하려는 시도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인으로서의 확실한 특징이 없는 인물이라면 단순 초대손님의 범주에 머물 따름이다. 참신함을 장점 삼아 나섰지만 그게 전부라면 자칫 현역 시절 그를 응원했던 왕년의 팬이자 시청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

<뭉쳐야 찬다>만 보더라도 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고정 출연진들이 속속 다른 프로그램에도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긴 하지만 김병현(편애중계, 전국트롯체전, 펜트하우스) 정도 외엔 딱히 기억될 만한 활약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자칫 어중간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곧장 외면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에겐 신중한 선택도 요구되고 있다. 
 
 최근 김병현(스토브리그), 황재균(나혼자산다)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최근 김병현(스토브리그), 황재균(나혼자산다) 등 전현직 야구선수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 SBS, MBC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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