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스타 한 명을 꼽으라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세이셔널' 손흥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손흥민이 스포츠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단순히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12골 5도움으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손흥민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기본기와 개인기술을 차근차근 익혔고 만 18세의 어린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다. 유럽 진출 후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손흥민은 어느덧 폭발적인 스피드와 뛰어난 양발 활용능력을 겸비한 유럽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손흥민을 보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피나는 노력까지 하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 될 수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은 2000년대와 2010년대, 2020년대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하며 지상파 3사를 오가며 무려 16회나 연예대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예능계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유재석이 그저 뛰어난 말솜씨와 수려한 진행능력 만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 왔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유재석은 축구의 손흥민 못지않게 피나는 노력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여러 차례 깨트린 대표적인 '성장형 예능인'이다.

납량특집에 벌벌 떨던 국내 최초 '겁쟁이형' 리더
 
 유재석은 겁이 많은 <무한도전>멤버들 사이에서도 유독 겁이 많은 멤버였다.

유재석은 겁이 많은 <무한도전>멤버들 사이에서도 유독 겁이 많은 멤버였다. ⓒ MBC 화면 캡처

 
1991년 만 18세의 어린 나이로 제1회 KBS 대학개그제에서 장려상을 받으며 데뷔한 유재석은 짧지 않은 무명시절을 보내다가 1990년대 후반 <서세원쇼-토크박스>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MC를 맡은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에서 깔끔하고 유쾌한 진행을 통해 MC로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재석은 2002년부터 < MC 대격돌 >과 <느낌표>, <해피투게더>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유재석은 2005년 모든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예능인 유재석의 '터닝포인트' 같은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만났다. '국내 최초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던 <무한도전>은 평균 이하를 자처하는 예능인들이 여러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당시 출연자들 중 시청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정상급 예능인이었던 유재석은 리더 역할로 멤버들을 이끌었다.

유재석은 나이로는 박명수와 정준하에 이어 셋째였지만 높은 인지도 때문에 떠밀리듯 <무한도전>의 '1인자'가 됐다. 하지만 초창기 유재석이 보여준 모습들은 1인자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다. 유재석은 각종 미션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솔선수범해서 멤버들을 이끌기는커녕 '평균이하'라는 <무한도전> 멤버들 사이에서도 뒤처지는 장면들을 여러 차례 보여주곤 했다(물론 이 과정에서 많은 웃음을 만들어 냈지만).

특히 '겁'과 '공포'는 유재석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다. 유재석은 2006년 여름 <무한도전>에서 납량특집으로 진행했던 '남고괴담'과 '전설의 고향' 특집에서 작은 소품과 놀이공원 귀신의 집 수준의 특수효과에도 <킹덤>의 좀비를 만난 것처럼 기겁했다.

물론 예능인이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유재석은 노래 실력도 엉망이었다. 유재석은 2006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화 <러브 앨츄얼리>의 OST < All You Need is Love >를 카피하면서 파트를 정하기 위해 솔로곡을 부를 때도 이승철의 <인연>을 선곡해 비참한 결과를 맞았다. <무도가요제>에서 불렀던 <쌈바의 매력>과 < Let's Dance > 등도 유재석의 인지도와 타이거JK, 윤미래의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봅슬레이-프로레슬링-카레이싱까지 척척 소화
 
 귀신소품을 보고 벌벌 떨던 유재석은 4년 후 만원관중이 모인 링에서 톱로프 스플래시를 선보였다.

귀신소품을 보고 벌벌 떨던 유재석은 4년 후 만원관중이 모인 링에서 톱로프 스플래시를 선보였다. ⓒ MBC 화면 캡처

 
하지만 유재석은 그저 '평균이하의 몸부림'으로 웃음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약점들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아무리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주기 충분했다. 실제로 유재석이 <무한도전> 중·후반기와 <놀면 뭐하니?>에서 해냈던 미션들을 보면 정말 대중들이 알고 있던 겁쟁이와 음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어려운 것들을 척척 해냈다.

유재석은 2009년 초 <무한도전-봅슬레이특집>에서 두 형님 박명수, 정준하와 함께 엄청난 원심력의 압박을 이겨내고 무사히 완주를 해냈다. 2010년에는 '프로레슬링 특집'을 통해 아마추어들의 경기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의 경기내용을 선보였고 마지막에는 '톱로프 스플래시'를 피니시 기술로 구사했다('톱로프 스플레시'는 WWE에서도 가볍고 날렵한 일부 선수들만 사용하는 고급 기술이다).

유재석은 2014년 '스피드레이서 특집'에서도 운전에 자신감을 보이며 열의를 가지고 임했다. 결승 레이스에 나선 유재석은 뛰어난 드라이브 센스를 발휘하며 첫 바퀴에서 5대를 추월하는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지만 갑작스런 라인이탈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며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비록 목표했던 완주엔 실패했지만 유재석은 '스피드레이서 특집' 내내 프로급 운전실력으로 멘토들의 극찬을 받으며 에이스로 등극했다.

듣기 힘들 정도의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던 유재석은 가요제를 거듭하며 일취월장한 모습을 뽐냈다. 유재석은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에서 이적, 2013년 자유로 가요제에서 유희열, 2015년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박진영이라는 쟁쟁한 뮤지션들을 만나 많은 발전을 이뤄냈다. 실제로 <쌈바의 매력>을 듣다가 <말하는 대로>나 < I'm so Sexy >를 들으면 <무한도전> 초기에 비해 크게 성장한 유재석의 노래실력을 느낄 수 있다.

유재석의 음악적(?) 성장은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과 유두래곤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2019년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과 <사랑의 재개발>은 작년 트로트 열풍에 도화선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유두래곤으로 변신한 유재석은 싹쓰리 활동에서도 가수왕 출신의 쟁쟁한 멤버들 사이에서 메인래퍼와 서브보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관중에 사전녹화였지만 유재석은 익숙지 않은 음악방송에서도 라이브 무대를 노련하게 소화했다.

연예 대상 수상소감에서 후배들 걱정하는 선배
 
 유재석은 작년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개콘>폐지로 무대를 잃은 후배들을 걱정했다.

유재석은 작년 연예대상 수상소감에서 <개콘>폐지로 무대를 잃은 후배들을 걱정했다. ⓒ MBC 화면 캡처

 
유재석은 작년 12월 29일 MBC <연예대상>에서 통산 16번째 대상을 수상하며 무려 8분 39초 동안의 긴 수상소감을 전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연말 시상식의 타이트한 편성시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재석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수상소감이었다. 하지만 무려 9분에 가까웠던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길고 지루했다고 혹평을 받기는커녕 대다수의 시청자들로부터 영양가 있고 흡입력 있는 수상소감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가족들과 <놀면 뭐하니?>의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유재석은 KBS 공채 개그맨 출신답게 <개그콘서트> 폐지와 관련해 꽁트를 선보일 무대가 없어진 후배들에 대한 걱정과 격려의 말을 남겼다. 코로나19 방역에 힘쓰는 분들을 위한 감사인사로 끝나는 듯했던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작년 1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후배 고 박지선에 대한 추모의 인사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된 유재석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예능계의 중심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높은 지위를 누리면서 대한민국 예능의 황제로 살아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재석은 2021년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인으로서 끊임 없이 진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올해도 유재석이 있기에 그의 이름 석 자를 믿고 즐겁게 예능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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