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도 처한 환경도 너무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이어지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인연 혹은 관계 맺음이라 표현할 수 있는 이런 만남이 인생에서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은 바로 그 관계 자체에 집중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축이 되는 캐릭터는 총 셋이다. 5년간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로 촬영, 편집일을 해 온 민규(은해성)는 가스비조차 낼 수 없는 형편에 고심하다 다큐를 그만둘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이산가족 찾기 프로젝트에서 한 할머니의 손녀 한나(오하늬)를 알게 되고, 피겨 유망주로 캐나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하늬는 해당 다큐멘터리의 통번역일을 돕게 된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 ini film

 
영화는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아가는지 보단 두 사람이 공통의 프로젝트를 하며 자신의 꿈과 현실을 바라보는 걸 묘사하는 데에 집중한다. 피겨를 그만둔 한나와 다큐를 그만둘 생각인 민규는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관계로 나아간다. 여기에 다큐멘터리 주인공 중 하나기이도 한 주희(이서윤)가 가세하며 세 사람의 관계가 정립되어가는 식이다.

상업 영화가 흔히 택할 법한 사건의 기승전결은 없다시피 하다. 극적 사건이나 감정의 고조가 드러나지 않는 담담함을 유지하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로맨스 혹은 세 사람의 감정적 엇갈림이 아닌 각자가 지니고 온 삶의 무게를 이야기 속에 차근히 풀어놓고 이들이 서로에게 공감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 ini film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의 한 장면. ⓒ ini film

 
영화에선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등장한다. 입양 가족 및 이산 가족 찾기를 비롯해 콜트 콜텍 노동자 투쟁기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영화엔 이인의 감독이 실제로 촬영했던 여러 현장들이 담겨 있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자체를 주요 소재로 한 극영화의 형식으로 정의해볼 수 있겠다.

화면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해고 노동자들, 자신의 뿌리를 찾아 한국을 찾은 청년과 오래전 이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실향민 할머니 등 영화엔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풍경처럼 스치고 지나간 상징적 인물이 곳곳에 박혀 있다. 감정적 파고를 건드리는 설정 없는 착한 영화지만 우리 사회 구석의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하다.

영화 제목은 극중 실향민 할머니의 대사에서 비롯됐다. 한글의 가가 시작을 의미하고 하가 끝을 의미한다면서 자신들의 관계를 "가나다에 서 있다"고 비유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할머니다. 제목처럼 세 청춘 모두 이제 막 관계의 가나다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관계성에서 연애를 하든 친구가 되든 무슨 상관일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암묵적으로 강요되어 온 전형적인 관계성에 대한 디톡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리뷰의 가나다에 서 있는 기자
평점: ★★★☆(3.5/5)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 관련 정보

영제: The ABCs of Our Relationship 
연출: 이인의 
출연: 은해성, 오하늬, 이서윤, 장준휘, 김지나 등  
제작: 굿인스토리, ini film
배급: ㈜시네마 달 
러닝타임: 100분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1년 1월 28일 
 



 
관계의 가나다에 서 있는 우리는 다큐멘터리 은해성 오하늬 이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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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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