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핸드볼 스타 김온아(인천시청)가 예능에서의 짧고 굵은 활약을 마치고 잠시 본업인 핸드볼 선수로 돌아간다. 티캐스트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해왔던 김온아는 지난 12일 방송을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일시 하차했다. 최근 개막한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일정 때문이다.

<노는 언니>는 여성 스포츠 레전드 선수들로만 구성된 버라이어티 체험 예능으로 지난해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꾸준한 인기몰이를 이어가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온아는 프로그램 중반 게스트로 처음 등장한 이래, 지난 12월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고정멤버로 합류하여 활약해왔다.

출연 초반만 해도 김온아는 운동 선수에게 연상되는 당찬 이미지와 달리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리는듯한 조심스러운 성격으로 방송과는 그리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김온아의 진면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tvN <삼시세끼>의 설정을 패러디한 '노는 세끼' 편에서부터였다.

강화도에서 언니들만의 '자급자족 라이프'를 표방한 에피소드에서 김온아는 의외로 출중한 요리실력에 반죽 만들기-맷돌 돌리기 등 온갖 궃은 일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살림꾼의 면모를 과시하며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또한 배구선수 출신 한유미와 '톰과 제리'같은 앙숙 케미를 형성하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할 말은 다하는 예능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로도 김온아는 여자 축구선수 장슬기-이민아 등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선수 못지않은 축구실력을 과시하며 남다른 운동신경을 뽐내는가 하면, 토크 상황에서는 선수시절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추억담과 깜짝 성대모사로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출연 회차에서 보여준 짚라인 체험에서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겁도 많은 허당 면모를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톡톡히 분량을 뽑아냈다.

그동안 <노는 언니>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전문 방송인 없어 전원 운동선수들로만 구성되어있다 보니 예능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리더인 박세리가 '힘세리' '리치(Rich) 세리' 같은 캐릭터를 바탕으로 언니미를 발산했고, 한유미가 도도한 걸크러시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허술한 '기린 언니'로 깨알같은 웃음을 발산했지만, 멤버들 상호간의 유기적인 '케미' 구도는 약했다. 멤버들간의 나이차이가 큰 데다 운동선수들 특유의 서열과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분위기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노는 언니> 서열상 언니와 막내라인의 중간급에 해당하는 김온아가 가세하면서 바로 윗언니인 한유미와 스스럼없이 티격태격하는 앙숙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맷돌로 콩갈기-달력 화보 복장 쟁탈전-대환장 축구 대결-짚라인 흔들다리 추격전 등 최근 <노는 언니> 웃음 분량의 대부분은 김온아-한유미간의 물고물리는 찰떡 케미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유미가 당차면서도 철없는 허당언니라면, 야무지면서도 소심한 매력도 공존하는 능력자 동생 김온아의 극과 극 캐릭터 대비가 돋보였다.

또한 요리-운동-토크-몸개그 등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는 김온아가 가세하면서 그동안 박세리 혼자 이리저리 멤버들을 이끌어야했던 부담도 크게 줄었다. 운동 외에 서툰 것이 많았던 <노는 언니> 멤버들이 더 이상 몸을 쓰는 미션이나 낯선 도전에 직면할때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크게 줄어든 데는 김온아의 역할이 컸다.

한편으로 김온아 또한 내성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운동선수들끼리 출연하여 친근한 공감대가 있는 <노는 언니>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굳이 어떤 멤버가 합류하든 제작진이 개입하여 인위적인 상황을 만들지 않아도 멤버들끼리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통하여 편안한 웃음을 줄 수 있는 분위기가 구축됐다.

김온아의 활약상은 '현역 스포츠 스타들의 미디어 활용'이라는 관점에 있어서도 모범사례라고 할 만하다. 핸드볼은 다른 종목에 비하면 큰 국제대회가 아닌 이상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온아도 <노는 언니>를 통해 "요즘도 왜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고백한 바 있다.

김온아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핸드볼을 알리고 싶어서 <노는 언니>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크고, 한국 핸드볼이 메달 순위권에 드는 실력을 가졌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핸드볼 선수다운 애정과 책임감을 드러냈다. 김온아가 부상경력이나 은퇴에 대한 고민 등 핸드볼 선수로서의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장면들에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얻기도 했다.

과거에는 운동선수들의 방송출연 등을 '외도'로 규정하며 '한눈을 판다'거나 '운동선수를 희화화 한다'는 식으로 부정적인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심지어 '현역'이거나 '여성 운동선수들'이라면 선입견이 더 심했던 게 사실이다. 김온아는 이러한 논란을 영리하게 피해갔다. <노는 언니>를 통하여 핸드볼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평소에 알기 힘든 개인의 다채로운 매력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마음껏 발산하는데 성공했다.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는 운동 선후배들과 함께하며 김온아 본인에게도 재충전과 힐링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노는 언니> 출연 이후 김온아의 인지도가 올라가며 온라인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고, 덩달아 그녀가 출전하는 소속팀과 핸드볼리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등 본연의 목표였던 한국 핸드볼을 알리는데도 성공했다고 할 만하다. 시청자들은 김온아의 일시 하차를 아쉬워하면서도 본업을 잘 마치고 다시 <노는 언니>에 복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는언니>는 여성 스포츠 스타들이 함께 어울려 다양한 체험과 일상을 공유하는 세컨드 라이프 프로그램을 지향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방송출연 경험이 부족한 출연자나 현역 선수들이라고 해도 부담없이 출연하여 자신의 매력을 편안하게 보여줄수 있는 '착한 예능' , 비교적 덜 주목받는 종목과 선수들도 방송을 통하여 조명받을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노는 언니>의 가장 큰 성공비결이라고 할 만하다.

<노는 언니>를 통해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온아같이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흙속의 진주'같은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재발견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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