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장애인 컬링 선수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장애인컬링협회 ***회장의 전횡을 막아주세요'란 글을 올려 A회장이 선수들에게 선물을 강요했고 폭언을 일삼았으며 금전을 빌리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대한장애인컬링협회는 2007년 5월 창립된 단체로 이번에 논란에 휩싸인 A회장은 2015년부터 3~5대 회장을 맡아왔다.

이번 폭로에 나선 민병석 선수위원장은 지난 17일 정승원 선수와 함께 기자를 만나 "후배들이 이런 부당한 일에 더는 휩싸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폭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A회장의 비위를 알리기로 한 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회장의 폭언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해 12월 4일 진행된 대한장애인컬링협회장 선거 직후 A회장이 민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20분 가까이 폭언을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두 선수는 이외에도 A회장의 폭언이 또 있었다고 증언했다.

A회장이 경기 중이나 훈련 중에 선수들이나 스태프에게 폭언을 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한 민 위원장은 2019년 3월 스코틀랜드에 있었던 대회에 출전했을 때도 폭언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A회장이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다. 코칭스태프들은 그를 보고 인사를 했는데, A회장은 세계연맹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인사하는 걸 못 봤다"라며 "A회장이 세계연맹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돌아와서는 '왜 인사를 안 하느냐, 한국에 돌아오면 처리하겠다'라고 말해 분위기가 살벌해졌다"라고 회상했다.

"특산품 요구에... 면세점에서도 선물 강요"
 
 C 회장 앞으로 간 홍어 선물. '받는 분'에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사무실의 주소가 적혀있다.

C 회장 앞으로 간 홍어 선물. '받는 분'에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사무실의 주소가 적혀있다. ⓒ 정승원

 
국민청원 내용에도 담겼던 선물 강요에 대해 정승원 선수는 "A회장이 선수에게 직접 사달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여러 사람들을 붙잡고 물건을 콕 집으면서 '이거 세 번째 줄에 있는 물건 멋있다', '이거 색깔 좋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게 사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탄식했다.

두 선수는 이전에 한 선수에게 선물을 받은 A회장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병석 선수위원장은 "당시 우리는 다른 국제대회에 참여했다가 해당 국가로 왔는데, 분위기가 좋지 않기에 알아보니 선물로 인해 갈등이 있었더라"라고 말했다.

A회장이 지역 특산품을 보내달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 정 선수는 "재작년에 우리 감독에게 홍어를 해달라고 해서 여러 번을 보냈다.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요구를 해서 8월에 감독과 '이제 그만 보내자'라는 이야기를 한 뒤, 관련된 일을 하는 고향 친구에게 홍어회와 지역 막걸리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막걸리가 오배송 되는 일이 생겼는데, 이와 관련 A회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게 정 선수의 주장이다.

장애인 컬링팀 실업 선수들의 월급은 200만 원에 가까운 정도. 훈련이나 경기 출전 시간을 따지면 최저임금에 가까운 상황인데다, 아무리 자발적인 선물이라고 하더라도 선수들 입장에선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수들이 겪은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민 위원장은 "몇 년 전 세계선수권대회 출장을 갔을 때다. A회장이 먼저 전화를 해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하더라. 1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는데, 마지막에 '돌아와서 바로 갚을 테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그 때 돈을 대출해주었는데, 그 이후에도 A회장이 '기탁금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금전을 빌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다시 빌려준 돈을 4년 가까이 받지 못 하다가 이번에 회장 선거를 앞두고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정 선수 또한 "A회장 자신의 일을 하소연한 뒤, 나중에 '교류사업을 하려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금전을 빌려달라고 하더라. 나는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라는 생각에, 선수들에게 음료수라도 사주라는 의미로 돈을 더 얹어서 보내줬다. 그런데 지금까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후원이나 협회 예산 사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했다. 협회는 2020년 공시 기준 약 11억 8천만 원가량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 패럴림픽 즈음에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모금한 9900만 원 남짓의 후원금을 전달받았던 일이 있었다. 전달식 날 A회장에게 '큰돈을 후원받으시느라 고생하셨다'라고 인사하니 대뜸 '이 돈은 신경 쓰지 마세요, 선수들을 위해서 준 돈 아니에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수들 없이 무슨 후원금이 들어오나'라고 했더니 '이건 선수들이 아니라 사무국을 위해 후원받은 돈'이라고 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직원들이 와서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전달식에 갔다. 설령 사무국 내 꼭 필요한 곳에 그 돈이 쓰인다고 해도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된다."(민 위원장)

정 선수는 협회 예산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회의 예산이나 후원금이 적지 않다. 그 돈은 오롯이 선수들에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을 체감하는 일이 많다"면서 "전국체전 때, 국내외 대회 때 선수들에게 컬링 장비가 제공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SBS가 보도한 '상금을 A회장이 걷어갔다'는 의혹에 대해 민 위원장은 2016년 캐나다 오픈 출전 당시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두 팀이 출전했는데 모두 1위와 3위에 올랐다. 상금이 우리 돈으로 도합 200만 원에 가까운 돈으로 기억한다"라며 "그 돈을 A회장이 모두 가져가면서 '연말에 미군부대에서 스테이크를 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알고 보니 못 들어간다'고 이야기를 하더라. 이후 연맹 옆 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라고 말했다.

정 선수 역시 "A회장은 상금을 회식비용으로 썼다고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2017년부터 코로나19 터지기 전까지 한 번도 회식을 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식당에서 식사한 것이 전부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컬링 선수들이 컬링에만 집중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장애인 컬링에서 벌어졌다.(자료사진)

컬링 선수들이 컬링에만 집중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장애인 컬링에서 벌어졌다.(자료사진) ⓒ 박장식

 
논란이 계속되자 20일 협회 사무국에 사의를 표명한 A회장은 민 선수위원장 등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공금 횡령이나 배임한 것도 없고, 장애인 컬링을 가족같이 챙긴 것 밖에 없다"라며 "오해가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A회장은 2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민병석 위원장이 제기한 지난해 12월 폭언 논란에 대해 "그 부분은 내 잘못이 맞다"고 밝혔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폭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유리창 건너 관중석에서 '저렇게 하면 어떻게 하냐'는 투로 이야기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선물 강요에 대해서는 "외국에 갔을 때 다른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자녀들의 옷이나 초콜릿 등을 선물해준 것이 전부"라면서 "내가 넥타이가 필요하다고 해 다른 선수가 저렴한 가게에서 5천 원짜리 넥타이를 샀는데 오해가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를 풀었다. 고가의 선물 역시 받은 적 없다"라고 말했다.

특산품 선물 강요에 대해서도 "홍어회는 칠레산으로 두어 번 부탁하긴 했다. 돈을 주려고 했는데 선수 본인이 받지 않았던 것이다. 받은 물건 역시 훈련장에서 다른 선수들과 같이 먹곤 했다"라고 해명했다.

선수들에게 돈을 빌린 것에 대해서 A회장은 "아는 한에서는 모두 상환했다. 친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탁했던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승원 선수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선 "한창 어려울 때 증여(기부)받았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승원 선수께서 이것을 빌려준 돈이라고 생각하면 갚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에 대해 A회장은 "2016년 캐나다 오픈 당시 미군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서 연맹 인근 식당에서 모든 선수,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해당 상금을 모두 소진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사퇴하는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겠냐만, 대회 관련 비용을 착복했다는 것은 오해다. 협회가 적자 상황이다 보니 후원사를 끌어온 것이 한 일의 전부"라며 "직원들도 이번 일로 과부하가 걸렸기에 내가 빨리 털고 가야 했다. 사퇴하는 입장에서 더욱 왈가왈부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 위원장 등은 지난 15일 A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경기북부경찰청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A회장에 대해 협박 및 강요 외에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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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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