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전·현 감독의 희비가 같은 날에 극명하게 엇갈렸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14일(한국시간) 풀럼과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홈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강등권 팀인 풀럼(18위)에 발목이 잡힌 토트넘은 8승 6무 3패(승점 30)로 6위로 내려앉았다.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36)와는 6점차로 리그 우승 경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반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파리 생제르맹(PSG)은 같은 날 프랑스 랑스 스타드 볼라르트 들렐리스에서 열린 올림피크 마르세유와 2020~2021 프랑스 슈퍼컵(트로페 데 샹피옹. Trophée des Champions)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프로 지도자 경력 첫 우승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토트넘을 이끌었다. 리그 중위권 정도의 팀에 불과하던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부임한 이후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EPL을 대표하는 신흥 강호의 반열에 올랐다. 해리 케인, 손흥민, 위고 요리스, 토비 알더베이럴트 등 현재 토트넘을 대표하는 주축 다수가 포체티노 감독 시절에 자리잡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끝내 토트넘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지는 못했고 2019-20시즌 도중 성적부진으로 경질당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후임으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지금의 무리뉴 감독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현대축구의 보편적인 트렌드이기도 한 점유율과 강력한 전방압박을 바탕으로 한 '공격축구'를 추구했다면, 무리뉴 감독은 상황에 따라 점유율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수비전술도 마다하지 않은 '실리축구'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준수한 성적과 재미있는 축구에도 우승에는 실패한 포체티노와 달리 무리뉴 감독은 가는 팀마다 단 한번도 우승에 실패한 적이 없는 세계 최고의 우승청부사로 꼽힌다. 두 감독의 대조적인 축구철학만큼 토트넘의 팀컬러도 크게 변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무리뉴 감독 체제 2년차를 맞이하여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초반 각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며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1년 가까이 야인으로 머물며 절치부심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새해 시작과 함께 지난 2일 포체티노 감독이 전격적으로 PSG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에 복귀하면서 흥미로운 구도가 형성됐다. PSG는 선수단과의 불화로 경질된 토마스 투헬 감독의 후임으로 포체티노 감독과 2022년 6월까지 계약을 맺었다.

'짠돌이' 구단 이미지가 강했던 토트넘과 달리, PSG는 카타르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탄탄한 재정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부자 구단'이자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등 슈퍼스타들을 대거 보유한 호화 군단이다. 또한 2010년대 이후에만 7번이나 리그 우승을 제패하며 현재 프랑스 리그1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클럽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승하지 못하는 감독'이라는 징크스를 떼어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아있던 포체티노 감독에게는 명예회복을 위하여 최적의 구단을 얻은 셈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PSG 부임 이후 불과 열흘만이자 단 3경기만에 첫 우승컵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지난 7일 데뷔전이었던 생테티엔과의 리그1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약체 브레스트를 3-0으로 완파하고 첫 승을 올렸다. 그리고 슈퍼컵에서는 역시 EPL 사령탑 출신인 안드레 비야스 보야스 감독이 이끄는 마르세유를 2-1로 제압하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와 FA컵 우승팀간의 단판승부(우승팀이 동일할 경우 리그 2위팀과 대결)인 슈퍼컵이 다른 대회에 비하여 비중이 큰 메이저대회는 아니지만, 포체티노 감독에게는 첫 시험무대였다. 슈퍼컵 최다우승팀이기도 한 PSG는 이번 우승으로 2012-13시즌부터 9연패 기록을 이어가며 역대 첫 10회 우승이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결국 포체티노 감독은 자신이 이끌었던 토트넘보다 먼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앞으로도 PSG에서 더 많은 트로피를 추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7-18시즌부터 3연패를 기록중인 리그1에서는 현재 2위지만 선두 올림피크 리옹과는 아직 승점 1 차이에 불과하다. 자국 컵대회인 쿠프 드 프랑스와 쿠프 드 라리그, 여기에 유럽 챔피언스리그까지 출전가능한 모든 대회에서 생존하며 우승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반면 초반 승승장구하던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은 오히려 최근들어 고전하고 있다. 시즌 초반 선두권에 올랐던 토트넘은 지난 12월 7일 아스널와의 북런던 더비 승리 이후 최근 7경기에서는 리즈 유나이티드에게만 단 1승을 챙겼을뿐 4무 2패에 그치며 하락세가 뚜렷하다. 초반 폭발적인 골감각을 보였던 손흥민의 득점포도 최근에는 기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무리뉴 감독의 실리축구가 최근들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먼저 리드를 잡고도 추가골을 못넣거나, 점수를 지키는데 실패하여 승점을 날리는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토트넘이 올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30골중 23골이 손흥민(12골)과 케인(11골) 단 두 선수에게 몰려있다. 지난 풀럼전에서도 토트넘은 케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으나 손흥민이 골대를 맞추는 불운속에 추가골의 기회를 날렸고 결국 후반 29분 동점을 허용했다.

토트넘은 올시즌 17경기에서 단 16골을 허용하며 표면적으로는 훌륭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후반 중반 이후 실점으로 승리를 놓친 경기가 많다. 지난 10월 19일 웨스트햄과의 5라운드에서는 3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3-3 무승부에 그쳤다. 12월 4일 LASK 린츠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는 후반 추가시간에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리그 12라운드(1-1)에서 후반 36분 동점골을 내주고 비겼고, 리버풀과의 13라운드에서는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얻어맞고 1-2로 무너졌으며 울버햄튼과의 15라운드에서도 후반 41분에 동점골을 허용하여 1-1로 비겼다. 풀럼전 이후 무리뉴 감독도 지적했듯이 수비 실수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주지 않아도 될 실점을 허용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는 결승에 올라 맨시티와의 마지막 대결만 남겨두고 있으며, FA컵과 유로파리그에서도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만큼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프랑스리그와 달리 상하위팀간의 전력차가 크지 않고 일정은 더 빡빡한 리그다. 점점 하락하는 경기력과 몇몇 주전 멤버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라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이 우승트로피를 획득하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임자'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PSG와 '후임자'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과연 올 시즌 더 높은 성과를 거머쥐는 팀은 어디가 될까. 두 감독의 자존심 대결으로 더욱 흥미로워진 202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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