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서 9년 만에 연봉조정 신청자가 등장했다. 소속팀 KT위즈와의 연봉 협상에 난항을 겪던 투수 주권이 최근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에 연봉조정신청서를 접수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이대형(당시 LG)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프로야구에선 소속팀 vs 선수 사이의 계약 협상 과정에서 연봉 등 금전에 관한 사항이 합의되지 않는 경우 구단 또는 선수는 총재에게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명문화되어 있다(KBO 야구규약 제75조 '연봉조정' 항목).

이에 따라 선수는 그해 1월 10일까지 희망연봉금액이 기재된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고 KBO는 조정위원회를 소집해서 신청 마감일 10일 이내 조정을 종결시켜야 한다. 구단과 선수 측으로 제출받은 각종 자료를 토대로 검토 후 조정위원회는 양자택일 방식으로 금액을 결정해 당사자들에게 통보하게 된다.

즉, 구단 승리 또는 선수 승리 단 2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KBO연봉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해 양 측은 10일 이내 조정된 금액에 따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만약 구단 측이 거부하게 되면 선수는 '자유계약선수'로 전환되며 반대로 선수가 이를 거부하게 된다면 '임의탈퇴'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연봉조정신청에서 선수 승리는 단 한차례

그런데 지난 1984년 강만식(당시 해태), 이원국(당시 MBC) 등을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연봉 조정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역대 20차례의 조정위원회 소집에서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지난 2002년 류지현(현 LG감독)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류지현의 승리에는 선수 측의 치밀한 준비가 큰 비결로 작용했다.

2000년 129경기 출장 타율 0.281, 7홈런, 38타점, 25도루
2001년 129경기 출장 타율 0.283, 9홈런, 53타점, 21도루


지금처럼 각종 기록을 손쉽게 구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에이전트(대리인) 제도가 존재했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본인이 발로 뛰면서 각종 자료를 마련한 류지현은 연봉조정위원회에 전년 대비 2000만 원이 상승한 2억2000원이라는 금액을 기재해 제출했다.

반면 LG구단에선 팀 성적 부진과 맞물려 고연봉자로서 기대치에 미흡했다고 판단하고 1000만 원을 삭감한 1억9000만 원을 적어 넣었다. 연봉조정위원회는 기본적인 성적만 놓고 봤을땐 2000년과 2001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류지현의 손을 들어줬고, 이는 지금까지 전무후무한 선수의 연봉조정 승리 사례로 남게 되었다.

신청시 되려 독이 되기도

당시 LG에선 류지현 뿐만 아니라 간판 타자 이병규, 김재현 등도 연봉 조정 신청을 했지만 이들은 모두 구단에 패배하고 말았다. 이병규에 대해선 "인상요인은 있었지만 희망 금액을 밝히지 않은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LG의 연봉 삭감으로 결정되었고 김재현 역시 "인상 요인은 있지만 전년 대비 1억원 인상은 무리"라는 이유로 연봉조정신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선수로선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셈이지만 그 후 류지현은 소속팀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던지 2004년 시즌을 끝으로 다소 이른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0년 1월 연봉 조정 신청을 했던 롯데 투수 이정훈을 언급할 수 있다. 당시 전지훈련 제외 조치를 겪는 등 그해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고 결국 그는 같은해 12월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됐다. 명문화된 제도를 활용했지만 선수에겐 되려 독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이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찮게 대두되기도 했다.

'중립성' 물음표 붙는 위원회 구성 개선 목소리

역대 20차례의 조정위원회 소집에서 선수가 승리한 적은 단 한번. 이른바 '19대1' 이라는 압도적 연봉조정 구단 승리를 두고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는 13일 "KBO에서 구성하는 조정위원회가 그 어느 때보다 중립적이고, 선수와 구단 측 모두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되길 바라며, 조정위원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만하더라도 구단 대 선수의 승리 비율이 6대4 정도인 것과는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MLB에선 구단과 선수 노조 측이 합의한 변호사들로 조정 위원들이 구성되지만 한국은 KBO 총재가 지명하는 인사들로만 짜여지도록 되어 있다.

매번 KBO 사무총장, KBO 고문변호사가 포함되는 5인 구성으로 위원회가 구성되다 보니 구단 측에 기울어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주권의 신청을 통해 오랜만에 연봉조정위원회를 소집하게 된 KBO가 이번만큼은 야구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중립적 인사들을 선임해 결정에 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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