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서 늘 함께 했던, 코미디를 일주일 내내 연구하고 방송했던 후배들, 동료들 생각이 많이 나는 오늘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것은 방송을 하는 사람은 받아들여야 할 일이긴 합니다만, 그대로 조금이나마 후배들이 꿈을 꿀 수 있는 조그마한 무대가 하나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통산 16번째(지상파 15회, 백상 1회) 대상을 차지한 유재석은 수상 소감의 일부분을 자리를 잃어버린 코미디언 후배들을 위해 할애했다. 2021년에는 어디선가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 것이다. 국민MC다운 마음 씀씀이였고, 그의 뿌리가 코미디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예능 스타 발굴 나선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그래서 MBC <놀면 뭐하니?>에 더욱 눈길이 갔다. 2021년 새해 첫 기획은 아무래도 그런 자리가 되지 않을까. <놀면 뭐하니?>의 경우 특정한 형식에 묶여 있지 않고, 사실상 자유로운 포맷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태호 PD와 유재석은 마주 앉아 2020년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로운 방향 설정에 나섰다. 

유재석은 2020년 예능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의 수는 많아졌지만) 요즘은 새로운 예능 스타들이 나오기 힘든 시스템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고동락>, <천생연분> 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언급했는데, 당시에는 매주마다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재석은 다양한 예능인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매력을 끌어낼 수 있는 분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유재석은 2021년 예능의 판을 뒤흔들 엔터계의 거물 '카놀라 유'를 소환했다. 그와 함께 예능 유망주를 발굴하고 분석할 '스몰데이터 전문가' 영길(김종민)과 동석(데프콘)도 합류했다. 지난 9일 방송에서 그들이 만난 예능 유망주들은 TV 드라마를 빛낸 주역들이었다. 첫 번째 인물은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악귀들과 싸우고 있는 '카운터' 조병규였다. 

두 번째 인물은 SBS <펜트하우스>에서 악연 '천서진'으로 소름돋는 열연을 펼치고 있는 '코리안 조커' 김소연이었다. 이미 김종민과 함께 예능(MBN <자연스럽게>)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조병규는 '종라인'을 형성하며 웃음을 자아냈고, SBS <런닝맨> 등에서 엉뚱한 매력과 천진난만한 리액션으로 활약했던 김소연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두 유망주는 단숨에 합격점을 받았다.

이미 대스타로 발돋움한 조병규와 김소연의 등장 덕분일까. <놀면 뭐하니?> 75회는 시청률 12.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74회(8.9%)에 비해 큰 폭의 상승을 보였다. 최근 관찰 예능의 득세로 침체된 버라이어티의 명맥을 되살리는 한편 새로운 예능 유망주도 발굴하겠다는 기획 의도가 제대로 먹힌 셈이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재미와 의미 잡았지만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남는다. 카놀라 유가 만난 '예능 유망주' 조병규와 김소연은 워낙 인지도가 높은 스타이고, 이미 예능에 출연한 경험도 여러 차례 있다.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다. 물론 조병규와 김소연의 예능 출연은 반가운 일이지만, 굳이 <놀면 뭐하니?>가 아니라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캐스팅이 아닌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유재석의 수상 소감에 답이 있다. '후배들이 꿈꿀 수 있는 조그마한 무대'가 되어주면 어떨까. 당장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길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놀면 뭐하니?>가 기획하고 있는 버라이어티는 무대를 잃어버린 코미디언들이 자신들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절호의 무대가 될 것이다. 또, 유재석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버라이어티의 전성기를 이끌고 싶은 유재석과 <놀면 뭐하니?>의 의지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인지도 높은 스타들을 전면 배치하는 선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앞으로 더 많은 유망주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 텐데, 뒤로 갈수록 정말 새로운 얼굴들이 발굴되길 바란다. 더불어 자리를 상실한 코미디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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