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담장 밖 팬들은 게임 내용이나 스코어보다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다수의 팬들은 음료잔을 들었고 어떤 팬은 리버풀 FC를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등신대와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다. 그곳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 FC의 연고지와 가깝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관중들이 들어올 수는 없었지만 프리미어리그 팀 토트넘 홋스퍼와 만나게 된 이 게임 덕분에 8부리그 축구 클럽 마린 AFC는 가상 티켓을 2만장 넘게 팔아 구단 재정에 4억원 넘는 큰 수익(TV 중계권, 후원금, 스폰서쉽 등 포함)을 남겨 게임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조제 모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2시 리버풀 인근 크로스비에 있는 로세트 파크(마린 트레블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2021 잉글리시 FA(축구협회)컵 3라운드(64강) 마린 A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5-0으로 완승을 거두고 4라운드에 올랐다. 에이스 손흥민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제 게임을 뛰지는 않았다.

배관공의 중거리슛, 크로스바를 때리다

8부리그 팀 마린 AFC가 1부리그(프리미어리그) 팀과 공식 게임을 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FA컵 역사 속에 까마득한 하부리그 팀이 최상위 리그 팀을 이긴 경우도 있지만 이 게임 실제 스코어는 그렇게 놀라운 역사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첫 골을 내주기 전까지는 어느 팀보다 당당하게 빅 클럽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게임 시작 후 19분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배관공으로 일하고 있는 홈 팀 마린 AFC의 공격형 미드필더 켄니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슛이 토트넘 홋스퍼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것이다. 골키퍼는 한 때 잉글랜드 국가대표 축구팀 골문을 지키기도 했던 조 하트였기에 더 놀라웠다. 약간 높게 날아온 공이었지만 마지막 순간 뚝 떨어지는 궤적으로 토트넘 골문을 위협한 것이다. 조 하트 골키퍼는 그 공이 크로스바를 넘어간다고 판단하여 팔을 내렸지만 깜짝 놀라며 다시 점프하여 크로스바 맞고 떨어지는 공을 글러브로 쳐서 넘겨야 했다.

1부리그 상위권 팀을 상대로 한 8부리그 축구 팀의 놀라운 위협은 여기까지였다. 24분에 이 게임 첫 골이자 결승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 게임 실질적인 플레이 메이커 델리 알리가 과감하게 찔러준 공을 잡은 골잡이 비니시우스가 상대 골키퍼 파산트까지 따돌리며 빈 골문에 왼발 슛을 힘차게 차 넣은 것이다. 

이 게임 후보 명단에도 없는 해리 케인 대신 공격을 주도한 비니시우스는 이 선취골 말고도 30분과 37분에 추가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 히어로가 됐다. 37분에 해트트릭을 완성시킨 왼발 로빙 슛은 8부리그 축구 팀을 상대로 한 수 지도했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킥 감각이었다.

전반전에만 4골을 몰아넣은 토트넘 홋스퍼는 후반전에 다섯 장의 교체 카드를 골고루 활용하여 그동안 게임 감각을 익히지 못한 멤버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 특별히 주목할 선수도 있었다. 겨우 16살밖에 안 된 어린 미드필더 알피 디바인이 60분에 잊을 수 없는 데뷔골을 터뜨린 것이다. 루카스 모우라의 힐킥 패스를 받아 과감한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꿰뚫었다. 상대 팀 마린 AFC는 토트넘 홋스퍼와의 게임 자체가 잊을 수 없는 역사가 됐지만 토트넘 유망주 알피 디바인도 교체로 들어온 뒤 15분만에 잊을 수 없는 게임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4라운드(32강)에 오른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14일(목) 버밍엄에 있는 빌라 파크에서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일정이 잡혀있지만 아스톤 빌라 선수들 중 다수가 코로나19에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게임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2020-2021 잉글리시 FA컵 3라운드(64강) 결과(11일 오전 2시, 로세트 파크)

마린 AFC 0-5 토트넘 홋스퍼 [득점 : 비니시우스(24분,도움-델리 알리), 비니시우스(30분), 루카스 모우라(32분), 비니시우스(37분), 알피 디바인(60분,도움-루카스 모우라)]

◇ 2020-2021 잉글리시 FA컵 4라운드(32강) 진출 팀
토트넘 홋스퍼, 맨체스터 시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레스터 시티, 번리, 셰필드 유나이티드, 에버턴, 울버햄튼 원더러스, 리버풀, 풀럼(이상 프리미어리그 팀들)
노리치 시티, 스완지 시티, AFC 본머스, 브렌트포드, 반슬리, 루톤 타운, 밀월, 노팅엄 포레스트, 셰필드 웬즈데이, 위컴비 원더러스(이상 리그 챔피언십-2부리그 팀들)
블랙풀, 돈카스터 로버스, 크롤리 타운, 첼턴햄 타운, 브리스톨 시티, 플리머스 아가일, 촐리(이상 3부리그 이하 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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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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