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옥 작가가 집필했던 MBC 드라마 <아일랜드>(2004)에서 시연(김민정)의 엄마(윤여정)는 말끝마다 욕설을 달고 사는 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걔가 뱉는 욕은 입으로 흘리는 눈물이야." 다시 말하면 욕이란 감정의 표현이자 표출이라는 뜻이다. 물론 교육적으로 욕설을 사용하게 가르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어도 욕설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캡처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캡처 ⓒ 채널A

 
지난 8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1살, 9살 두 아들을 둔 엄마가 친정 엄마와 함께 찾아왔다. 아빠는 군인이라 집을 많이 비울 수밖에 없었고(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휴가도 쉽게 나올 수 없는 형편이었다), 엄마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따라서 금쪽 형제의 양육은 사실상 외할머니가 담당하고 있었다. 이른바 황혼 육아였다. 남자아이 2명을 케어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닐 터였다. 

"엄마 맞아야 돼, XX!"
"그만하라고 XX!"


영상을 통해 만나 본 금쪽 형제들의 활력은 스튜디오까지 생생하게 전해질 정도였다. 형과 금쪽이는 서로 개성이 확연히 달랐다. 첫째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모범생 타입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척척 알아서 했다. 동생과 놀고 있다가도 시간이 되면 혼자 학원에 갈 정도였다. 반면, 금쪽이는 공부보다 노는 걸 훨씬 좋아하는 편이었다. 활달하고 장난기 많은 아이였다. 

금쪽이 형제는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외할머니는 손수 아이들에게 밥을 떠먹여주었다. 첫째는 고분고분하게 받아먹었지만, 금쪽이는 이를 거부했다. 그러더니 형에게 손가락 욕을 하며 장난을 걸었다. 할머니가 혼을 내자 발끈한 금쪽이는 할머니의 팔을 때리더니 손가락 욕을 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할머니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며 막말까지 했다.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금쪽이의 문제적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사촌들과 모여 함께 놀이를 하고 있던 중, 이모가 잔소리를 하자 금쪽이는 심통을 부리며 이모를 때리기 시작했다. 또, 트램펄린을 타는 사촌 동생을 발견하고는 밀어 넘어뜨리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포발한 할머니가 혼을 내는데도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대들었다. 할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금쪽이는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엄마에게도 손가락 욕을 하며 욕설을 했다. 금쪽이를 감당하기 힘든 엄마와 할머니는 아빠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대신 훈육을 맡겼지만, 금쪽이는 통화 중 막말을 하고 발로 휴대전화를 밟더니 전화를 끊어버렸다. 엄마는 어릴 때는 아빠가 큰소리를 내면 무서워했는데 이젠 그마저도 통하지 않게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금쪽이만 문제일까. 문제의 징후는 형에게도 나타나고 있었다. 형은 금쪽이가 욕을 하고 투정을 부릴 때마다 강력히 응징했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 행위는 금쪽이가 고통을 호소할 때까지 이어졌다. 모범생 형의 두 얼굴이었다. 금쪽이는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엄마는 전화 통화를 하느라 뒤늦게 나타났다. 필터링 없는 금쪽이의 욕설에 스튜디오는 술렁였다.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보고 있던 신애라는 금쪽이에게 욕설이 일상 언어처럼 되어 버린 것 같다며, 특히 엄마와 있을 때 좀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란은 금쪽이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데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무심한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처음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훈육을 시도했지만, 이젠 익숙해지고 무뎌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오은영 박사가 나설 차례였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말로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데, 이건 배워야 되는 거지 엄마 뱃속에서 태어날 때 그 순간부터 할 줄 아는 건 아니거든요. 어느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차린 다음에 어른이 언어로 가르쳐야 돼요."

오은영은 분명한 건 형은 동생을 때린다는 것과 금쪽이는 욕을 한다는 것이라 정리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금쪽이는 공격적인 아이일까?', '금쪽이는 왜 욕을 할까?' 욕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 또는 남을 저주하는 말인데, 금쪽이에게는 그런 의도가 보이지는 않았다. 오은영은 금쪽이는 '욕의 생활화' 케이스라며, 욕이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형의 난폭한 장난이 아프고 속상했던 금쪽이는 그 말을 차분히 말로 설명하기보다 그냥 욕설로 표현해 버린 것이다. 한 단어로 감정을 표출하니 속이 후련했고, 그 경험이 누적돼 일상화된 것이다. 부정적 감정의 표현 수단이 욕이었던 셈이다. 오은영은 (부모가)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하는 아이를 훈육하는 비법 3단계'를 제시했다. 우선, 욕하는 즉시 훈육을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서 훈육이란 말로 가르치는 것이지 단순히 사랑의 매를 들거나 호통을 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은영은 욕을 하는 즉시 제지하고, 아이의 감정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라고 했다. 그리고 욕을 대신할 '대체 언어'를 가르치라고 조언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캡처

<금쪽같은 내 새끼> 방송 화면 캡처 ⓒ 채널A

 
그렇다면 형은 왜 동생을 때리는 걸까. 오은영은 감정 표현이 미숙해서 욕으로 표현하는 금쪽이처럼 형도 감정 표현이 미흡하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모범생 형의 두 얼굴, 그 비밀은 금쪽이와 일맥상통했다. 형은 부정적 감정을 짧고 간결하게, 폭력을 통해 효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주들을 사랑하시거든요. 근데 그 사랑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냐면 통제하는 걸로 표현이 되거든요. 이건 제가 굉장히 걱정하는 거거든요. 과도한 통제는 아이를 성장시키지 않거든요." 

그런데 할머니와 손자는 왜 사사건건 부딪쳤던 걸까. 오은영은 할머니가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 손주들을 키우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 사랑이 통제하는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령, 아직까지 밥을 떠먹여 준다거나 (뜨거운 물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다 큰 아이의 몸을 씻겨주는 건 그만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 통제가 아이들의 성장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무한한 사랑을 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내면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던 형과 달리 금쪽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기를 원했기에 수시로 갈등이 빚어졌다.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할머니는 기질적으로 잘 맞는 첫째를 좀더 예뻐했고, 저항하는 금쪽이는 문제아로 여겼던 것이다. 통제할수록 자립의 표현인 반항심이 커졌다. 

한편, 양육의 순간마다 소극적이었던 엄마도 이제 달라져야 했다. 엄마는 그동안 친정 엄마가 육아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보니 그걸 존중해주기 위해 한걸음 물러서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또, 친정 엄마의 기에 눌러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은영은 완벽한 엄마는 없고, 엄마의 역할에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면서 엄마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의 첫 번째 금쪽 처방은 '가족 업무 분장 다시 하기'였다. 가족 구성원 모두 각자의 위치에 맞는 역할 재분배가 필요했다. 이를 통해 통제되고 있던 아이들은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육아에 수동적이던 엄마는 주 양육자의 권위를 되찾고, 11년 간 육아를 책임졌던 할머니는 휴식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두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금쪽이를 위한 두 번째 금쪽 처방은 '대체 언어'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금쪽이는 부정적 감정이 생길 때마다 욕을 함으로써 해소해 왔다. 그렇게 하면 속이 시원했던 기억 때문에 습관이 된 셈이다. 이젠 욕 대신 '분하다', '조바심 나다', '관세음보살' 등으로 달리 표현해 보기로 약속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대체 언어를 만들어 나갔다. 금쪽이는 좀더 현명하게 감정을 배출하는 방법을 배워나갔다.

또, 비폭력 대화 훈련도 함께 진행했다. 금쪽이뿐만 아니라 첫째에게도 필요한 과정이었다. 감정 카드를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그 과정을 통해 화를 폭발시키기 전에 감정을 긍정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금쪽 형제는 더 이상 잘못된 표현으로 서로를 상처주지 않고, 우애 좋은 형과 동생으로 커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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