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SBS 연예대상에서 백종원,유재석,신동엽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김종국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김종국은 지난 2001년 1집 <남자니까>로 솔로데뷔한 김종국은 2004년 2집 <한 남자>가 대히트하면서 솔로가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05년 <제자리 걸음>과 <사랑스러워>,<별,바람,햇살 그리고 사랑>이 수록된 3집 앨범을 통해 지상파 3사 <가요대상>의 대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예능인으로서도 김종국의 행보는 매우 눈부셨다. <출발 드림팀>처럼 몸을 쓰는 예능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김종국은 2004년 <X맨을 찾아라>에서 윤은혜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8년 <패밀리가 떴다>를 거친 김종국은 2010년부터 <런닝맨>의 고정 멤버로 10년 넘게 활약하며 2020년 SBS 연예대상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모두 차지한 인물은 이효리와 김종국 뿐이다.

김종국은 <제 자리 걸음>으로 15관왕,<한 남자>로 10관왕을 차지하는 등 솔로활동을 하면서 순위프로그램에서만 무려 39번이나 1위 트로피를 차지했다. 하지만 김종국의 화려한 솔로 커리어도 김종국의 오늘을 있게 한 이 그룹의 전성기 만큼 대단하진 않았다. 6장의 앨범을 통해 지상파와 케이블 순위 프로그램을 합쳐 무려 85회의 1위 트로피를 휩쓸었던 '전설의 댄스 듀오' 터보 이야기다.

트리플 히트로 가요계 휘몰아친 터보의 데뷔 앨범
 
 터보는 데뷔하자마자 김정남의 현란한 각기춤을 앞세워 듀스를 잇는 댄스듀오로 큰 사랑을 받았다.

터보는 데뷔하자마자 김정남의 현란한 각기춤을 앞세워 듀스를 잇는 댄스듀오로 큰 사랑을 받았다. ⓒ 오감엔터테인먼트

 
지금이야 터보가 듀오로만 알려졌지만 사실 터보는 3인조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그 노래 잘하는 김종국을 서브보컬로 밀어내고 터보의 메인보컬을 차지했던 멤버가 바로 인디고 멤버이자 지금은 연기자로 활동하는 곽승남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인디고의 멤버로 <슈가맨>에 출연했던 곽승남은 김종국에게 "종국아, 거기가 내 자리였을 수도 있었어"라는 의미심장한(?) 영상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곽승남 탈퇴 후 듀오가 된 터보는 1995년 7월 1집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앨범 제목은 '280km/h Speed'. 시속 280km까지 밟으려는 걸 보니 직업이 카레이서인 사람이 앨범 제목을 지은 모양이다. 앨범 제목답게 터보 1집은 빠른 비트의 댄스곡들 위주로 채워져 있다. 당시 떠오르던 신예 작곡가인 주영훈이 전체 프로듀싱을 맡으며 15개의 트랙 중 <소유할 수 없는 사랑>(김창환 작곡)과 리메이크곡 <검은 고양이>를 제외한 13곡을 직접 작곡했다.

타이틀곡은 2번 트랙 <나 어릴 적 꿈>.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는 두 번의 랩 소절을 제외하면 노래 대부분을 보컬 김종국이 부른다. 하지만 터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독차지했던 멤버는 래퍼이자 메인댄서 김정남이었다. 김정남은 <나 어릴 적 꿈>을 통해 당시만 해도 마이클 잭슨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각기춤'을 현란하게 선보이면서 보는 이들을 경악시켰다. 

실제로 그 시절 남학교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김정남의 각기춤을 따라 하겠다는 남학생들의 몸부림 때문에 교실이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물론 정식 댄스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학생들이 김정남의 고난이도 춤을 제대로 따라 할 리 만무했다. <토토가>에서 하하가 "이 형은 왼쪽 손가락에서 오른쪽 손가락까지 관절이 280번 꺾인다던 설이 있다"는 발언은 실제 그 시절 입소문처럼 전해지던 김정남의 '전설'이었다.

김정남의 각기춤을 따라하던 남학생들의 집단 탈골이 걱정될 즈음 터보는 <검은 고양이>를 후속곡으로 들고 나왔다. 이 곡은 이탈리아 동요 <검은 고양이가 갖고 싶었어>가 원곡으로 1970년 박혜령 어린이(물론 지금은 어린이가 아니겠지만)가 불러 인기를 끈 곡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오늘날 <검은 거양이>는 터보의 히트곡으로 기억된다. 김정남이 <나 어릴 적 꿈>의 터프함을 버리고 깜찍한 랩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터보는 1집의 세 번째곡 <선택>까지 히트시키면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터보는 1집 앨범에서 <나 어릴 적 꿈>과 <검은 고양이>,<선택>이 모두 순위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돌그룹은 투투나 노이즈처럼 1집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팀들이 2집에서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터보에게 1집의 인기는 1996년8월에 발표한 2집 <NEW  SENSATION>의 메가히트를 위한 도화선에 불과했다.

터보의 음악적 확장과 김정남의 쓸쓸한 마지막
 
 터보는 2집 앨범을 통해 12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터보는 2집 앨범을 통해 12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 오감엔터테인먼트

 
터보 2집은 터보엔진을 달고 마구 폭주하는 느낌을 주던 1집과 달리 가볍고 흥겨운 댄스곡부터 재즈 선율이 흐르는 슬픈 발라드까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강약조절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루키 시즌에 불 같은 강속구를 앞세워 타자를 힘으로 제압하던 투수가 2년 차 시즌에 변화구를 익혀 타자를 속이는 요령을 터득해 더 상대하기 힘든 투수로 거듭났다고 할까. 

타이틀곡은 1집의 프로듀서 주영훈이 작곡한 <트위스트킹>이었다. 도입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랩이 매우 인상적인데 무대에서는 김정남이 립싱크로 처리했지만 실제 이 랩의 주인공은 바비킴이었다(바비킴이 지금은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유명하지만 당시만 해도 닥터레게 출신의 무명래퍼였다). <트위스트킹> 역시 김종국이 노래 대부분을 소화하지만 김정남은 그나마 자신의 분량이 많아서 좋아하는 노래라고 밝힌 바 있다.

타이틀곡 <트위스트킹> 만큼 사랑 받은 역시 <Love Is…(3+3=0)>였다. 이 노래는 3집의 <금지된 장난>, 4집의 <X>로 이어지는 터보 특유의 애절한 사연이 담긴 '스토리 댄스곡'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다. 짝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군대를 간 남자가 가장 친한 친구에게 그 여자를 빼앗긴다는 기구한 내용의 노래다. 더욱 찌질한 사실은 가사 속 남자가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그 여자를 지켜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자위한다는 것이다.

포지션의 안정훈이 작곡한 5번 트랙 <어느 째즈바>는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애절한 발라드 곡이다. '모기 창법'으로 불리는 김종국의 보컬이 돋보이는 <어느 째즈바>는 그 시절 노래 좀 한다는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B612의 <나만의 그대 모습>과 함께 가창력을 과시하는 곡으로 애용되곤 했다. 물론 노래방에서 겁도 없이 키를 낮추지 않고 불렀다가 낭패를 본 피해자들이 대거 속출했다.

이 밖에도 <Love Is…(3+3=0)>를 만든 이승호-윤일상 콤비의 <노스트라다무스(사랑의 예언)>나 <바람의 철학>, 유정연이 만든 <상처> 등도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터보2집을 빛낸 명곡이다. 10번 트랙 <하늘만큼 땅만큼>은 김정남과 김종국이 직접 작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전국의 수 많은 술집에서 퍼져 나올 <생일축하곡>도 터보 2집에 실려 있다. 

터보는 2집 앨범을 통해 <트위스트킹>으로 14회 1위, <Love Is...>로 10회 1위, <어느 째즈바>로 1회 1위를 차지하며 순위 프로그램 25관왕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Love Is...>가 KBS <가요톱텐>에서 무관에 그치면서 만들어 낸 기록이다. 터보 2집은 무려 12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터보를 가요계 최고의 댄스듀오로 만들었다. 하지만 터보 2집은 원년멤버 김정남과 김종국이 만들고 활동한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말았다.

2015년 3인조로 재결합, 여전히 뜨거운 터보 에너지
 
 터보는 어느덧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출연할 만큼 레전드 그룹으로 인정 받고 있다.

터보는 어느덧 <불후의 명곡>에 전설로 출연할 만큼 레전드 그룹으로 인정 받고 있다. ⓒ KBS 화면 캡처

 
터보는 영혼의 듀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팀워크를 자랑했지만 1997년에 발표된 3집에서는 래퍼 김정남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토토가>에서는 식당에서 사이드메뉴를 시켰다가 회사와 갈등을 빚고 도주했다고 가볍게 말했지만 김정남이 최고의 인기를 달리던 터보에서 돌연 탈퇴하기까지는 말 못할 사연이 있었다. 떠난 김정남에게도 끝까지 터보를 지킨 김종국에게도 그 때의 이야기는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터보는 김정남 탈퇴 후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재미교포 출신의 래퍼 마이키를 새 멤버로 영입한 터보는 3집 <굿바이 에스터데이>와 <회상>,<금지된 장난>, 4집 <애인이 생겼어요>와 <X>,<스키장에서> 등을 연속으로 히트시켰다. 터보는 1집부터 4집까지 무려 4장의 앨범에서 연속으로 각 앨범마다 3곡씩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H.O.T도 갖지 못한 대기록이다.

2000년 5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된 터보는 지난 2014년 겨울을 수놓은 <토토가>를 통해 원년 멤버 김정남과 김종국이 뭉치면서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터보는 지난 2015년 12월 김정남,김종국,마이키로 구성된 3인조로 재결합해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타이틀곡 <다시>로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건재를 과시했다(터보의 재결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유재석은 인트로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2016년 서울과 부산에서 재결합 기념 콘서트를 열었던 터보는 2017년 서울과 대구,성남,대전을 돌며 소극장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터보는 지난 2017년 미니앨범 <뜨거운 설탕> 이후 다시 활동이 뜸해졌지만 작년 여름엔 김정남과 김종국이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Love Is>와 <Twist King>을 부르기도 했다. 어느덧 맏형 김정남이 50대가 됐지만 터보는 여전히 많은 대중들에게 에너지 넘치는 댄스그룹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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