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위 아 더 챔피언>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위 아 더 챔피언> 포스터. ⓒ 넷플릭스

 
종종 생각한다. "세상은 참 크고 넓다"라고 말이다. 그러니 별의별 사람도 다 있고, 그들은 참으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산다.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저게 뭐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들. 평범한 우리들에게 '진기명기'는 영원히 신기함의 대상이자 우상이자 별꼴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테다. 

여기, 자못 황당무계하고 쓸데없고 대단하고 환상적인 일을 꾸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회를 열어 더욱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또 열광하게 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위 아 더 챔피언>은 그들을 가리켜 '챔피언'이라고 명명한다. 챔피언이라고 하면 운동 경기나 기술 따위에서 최종승자를 말하는데, 유래는 대신 싸워 주는 '대전사' 또는 '대변자'의 뜻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은 종목들이지만, 챔피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다. 특출난 사람이 평범한 사람을 이기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천하를 호령하는 것이 아닌, 전통을 지키고 자신을 이기며 축제를 즐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하여, 대회의 최종 승자가 아닌 대회에 참가한 모든 이가 챔피언이라는 게 아닐까. <위 아 더 챔피언>, 6개의 대회, 6개의 에피소드가 반긴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면, 챔피언

영국의 깊은 시골 브록워스에서 족히 수 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치즈 롤링' 대회가 열린다. 수직에 가까운 경사의 언덕인 쿠퍼스 힐에서 3.5kg의 원통형 더블 글로스터 치즈를 굴리고는 쫓아 내려가는 경주이다. 두메산골에서 벌어지는 소규모의 대회이지만, 자타공인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경주'라고 할 만하다. 1등을 거머쥐기 위해선, 달리거나 미끄러지는 게 아닌 구르고 일어서는 걸 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몸 어딘가 다치는 건 당연지사이자 다반사, 그럼에도 대회를 계속 이어 나가는 건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미국 에인절스캠프, 일명 '프로그 타운'에서 '개구리 점프 대회'가 매년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개구리 점프 대회로,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변함없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미국 황소 개구리여야 하고 개구리는 운동선수로 대우받으며 일련의 가이드라인으로 보호받는다. 경기에 임해선, 세 번 뛰어서 거리를 측정한다. 두 가문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세계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데는 다른 곳이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개구리 선수, 매년마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치즈 롤링 대회와 개구리 점프 대회, 챔피언은 경쟁자들을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되거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 준 대회들이다. 두 대회는, 겉으로 보기엔 보잘 것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역사와 전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 지역만 지니고 있는 특색을 여지없이 보여 주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왔듯 앞으로도 지켜나갈 용의가 있는 이들이 존재하며 신구가 잘 조합되어 있기에 앞으로도 영구적으로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이 대회들에 참가하는 모든 이와 관람하는 모든 이와 관계된 모든 이가 챔피언이다. 

자신을 이기면, 챔피언

미국 포트밀에서 제1회 세계 고추 먹기 대회가 열렸다. 미국 남부의 농사꾼이 강박적으로 재배하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들'의 협찬을 받았다. 그중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캐롤라이나 리퍼가 눈에 띈다. 

일반 할라페뇨의 스코빌 지수는 3000이지만, 캐롤라이나 리퍼는 5000배 이상으로 맵다. 자그마치 1,641,000이다. 세계 각지에서 고수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면, 부와 명예와 인기도 따르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이겼다는 자부심을 얻을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인 요요는 기원전 1000년부터 인간 사회의 주요 장난감이었다. 당연히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발달시켜 왔을 터, 지난 88년간 세계 최고의 자리를 가리기 위해 세계 요요 챔피언십을 개최해 왔다. 최상위 클래스 선수들의 기술을 보면, '예술' '신'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를 터. 완벽한 재능과 끊임없는 연습으로도 따라가기 힘든 그들은,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지위가 낮은 신이다. 

챔피언의 자질은, 남을 이기는 것보다 자신을 이기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추상적이거니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은 이 주장은, 그러나 사실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바도 이와 같지만, 실제로 뭔가를 도전해 보면 알 것이다. 경쟁에 있어서는,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일단 자신과 대면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남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상관없이 내가 잘하면 되는 게 아닌가.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챔피언

세계 최고의 헤어 스타일리스트를 뽑는 대회가 있다.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브로너 브러더스 국제 헤어쇼', 헤어계의 수퍼볼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규칙이 꽤나 꼼꼼하다. 가발은 안 되고 누드도 안 되며 동물은 소품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모발, 머리 장식, 의상, 화장, 손톱, 액세서리를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특이한 점은, 대회의 모든 관계자가 흑인이라는 것. 그들은 흑인 뷰티의 표준이다. 

인간에게 가장 완벽한 댄스 파트너는 반려견이다. '도그 댄스'라는 스포츠 종목이 존재하는데, 아직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인간과 개의 오래된 관계에서 파생된 자연스러운 스포츠이기에 전 세계에 수백 개의 대회가 존재한다.

그중 최고로 손꼽히는 건, 오픈 유럽 챔피언십으로 일명 'OEC'이다. 인간과 개의 완벽한 일체가 중요할 텐데, 창의적이어야 하고 음악을 잘 이해해야 하며 춤을 잘 춰야 하는 건 물론이다. 반려견 훈련은 필수이고. 힐워크와 프리스타일 두 종목을 심사한다. 어느 팀이, 어느 나라가 도그 댄스의 표준이 될까. 

챔피언을 가리기 위해선 엄격한 심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자타공인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최고 권위의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점수를 매기게 한다. 그렇게 가려진 챔피언은, 표준이 되고 우상이 된다.

그런데, 사람이 심사를 보는지라 아무리 완벽한 객관화로 중무장했다고 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고 해도, 자만심을 갖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대회에 참가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량을 쏟아부었다는 그 한 가지로, 이미 챔피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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