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를 거론할때도 손에 꼽힐만한 선수중 한 명이다. 전성기였던 2010년에는 타격 7관왕이라는 희대의 업적을 세우기도 했고,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쳤으며 국가대표로서도 2008 베이징올림픽-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을 이끄는 등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탁월한 기량에 남다른 개성과 스타성까지 갖춰서 팬들의 인기도 매우 높았다.

82년생으로 어느덧 한국 나이 마흔 살이 된 이대호는 지난해로 롯데와의 4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롯데와 KBO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이제 서서히 화려했던 선수생활의 영예로운 마무리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지만, 어쩐지 여론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당연해보였던 이대호와 롯데의 재계약 소식은 해가 넘어도 좀처럼 들려오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다른 구단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야구팬들 역시 이대호를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지난 2017시즌을 앞두고 4년 150억 원의 KBO 역대 최고액 FA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화려하게 한국무대로 금의환향했을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이대호를 바라보는 여론의 평가가 잇달아 싸늘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역시 나이로 인한 기량의 하락세를 꼽을 수 있다. 이대호는 2017년 국내 복귀 이후 전반적으로 훌륭한 개인성적을 기록했다. 첫해는 타율 .320, 34홈런 111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복귀하자마자 친정팀 롯데를 5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2018년에는 비록 팀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지만 타율 .333, 37홈런 125타점의 성적을 올리면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이대호의 성적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9 시즌 성적이 타율 .285, 16홈런 88타점에 머물렀다. 이대호가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활약한 2004년 이후 커리어 로우 기록이다. 때마침 KBO가 극심한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한 시점과,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이대호의 에이징 커브(Aging Curve·운동 선수가 일정 나이가 되면 신체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시기가 맞물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대호는 4년 계약의 마지막해였던 2020 시즌 명예회복을 위하여 절치부심하며 타율 .292, 20홈런 110타점으로 전년보다는 다소 반등했다. 또래 선수들이 대부분 은퇴하거나 노쇠화 현상에 직면했던 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긴 했지만, 이대호 역시 세월의 흐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준수한 클래식 스탯에 비하여 출루율(.354)과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1.01)는 오히려 더 하락했다. 롯데의 팀 성적도 7위에 머무르며 또다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의 부진이 결코 이대호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리그 최고액 연봉자이자 간판타자로서 개인활약과 리더십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대호와 동갑내기이자 한국야구 '82년생 황금세대'의 주축으로 꼽히는 정근우와 김태균은 지난 시즌 하락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있는 추신수 역시 지난 시즌을 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7년 계약이 만료되며 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얻었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지 못하여 은퇴의 기로에 몰려있다. 물론 이대호의 경우, 롯데에서 상징성이 큰 선수이며 팀내에 여전히 그를 대체할만한 확실한 4번타자가 없다는 점에서  상황이 좀 다르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이미 누가봐도 하락세가 뚜렷한 노장에게 후한 대우를 해주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대호는 현재 FA 등급제 상에서 B등급이다. 전년도 연봉의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가 보상 규정으로 적용되는 등급이다. 하지만 연봉만 25억에 달하는 이대호의 몸값을 감안할 때 롯데 잔류를 제외하고 KBO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으니 자연히 협상의 주도권은 구단이 쥘 수밖에 없다.

또한 이대호의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지난 28년간 단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KBO리그 역사상 최장기간 무관 기록이다. 이대호 개인적으로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우승을 경험해봤지만 정작 롯데에서는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했다. 이대호의 소원이 롯데에서 우승의 한을 풀고 영예롭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은퇴하기전에 그 꿈이 이뤄질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대호는 현재 경기장 밖에서도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2년 간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을 맡았지만 부적절한 사무총장 인사, 판공비 인상과 남용 논란에 휩쓸리면서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내려놓아야 했고 한 시민단체로부터는 법적 고발까지 당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선수로서 평생 쌓아온 이대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안겼다.

선수협은 최근 양의지(NC) 회장을 새롭게 선출하고 체질 개선에 착수했지만 전임 이대호 집행부가 남긴 숙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대호로서도 애초에 원하지않았던 자리를 떠맡았다는 점에서 항변할 여지는 있지만, 누구보다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냈어야 할 선수협의 리더이자 한국야구의 간판 슈퍼스타로서 기대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팬들의 실망감이 매우 컸던게 사실이다. 야구 성적과는 별개로 이대호를 바라보는 여론이 더 싸늘해진 이유다.

어떤 슈퍼스타라고 해도 화려한 전성기보다 오히려 아름다운 마무리가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이대호가 비록 명암이 있을지언정 롯데와 한국야구사에 손꼽힐만한 업적을 남긴 레전드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덧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대호로서도 슬슬 대선배 이승엽이나 양준혁, 박찬호의 마지막 은퇴 과정이 왜 박수를 받았는지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대호는 이미 선수로서 부와 명예는 이미 충분히 누렸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작게는 팬들과 소속팀, 크게는 한국야구를 위하여 아름다운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유종의 미'를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지 고민해야 하는 게, 레전드로서의 마지막 의무라고 할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