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현상> 영화 포스터

▲ <요요현상> 영화 포스터 ⓒ 영화사 금요일


'요요'는 두 개의 작은 원반 사이에 있는 막대에 감긴 끈을 늘어뜨리면 내려갔다가 위로 올라오는 장난감이다. 기원에 대해선 중국에서 시작하여 18세기에 동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는 설과 필리핀 원주민들이 무기로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한다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오늘날 장난감 요요의 형태를 갖추게 된 건 1932년 미국의 도널드 던컨이 나무 요요를 만들어 판매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엔 일제강점기 무렵에 요요가 들어왔다. 당시 요요의 노래가 있을 정도로 인기는 대단했다고 한다. 1979년 동양방송(TBC)에서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삐삐>가 소개되면서 요요의 인기는 다시 살아났다. 1980년대 초에 KBS에서 <이상한 나라의 폴>로 방영되기도 했던 이 작품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장난감 '딱부리'가 요요였다.

이후 1990년 후반 인기리에 방송한 드라마 <토마토>에 요요가 나오고 유명 완구 제작사 '반다이'가 프로모션을 펼치며 연령층을 초월한 엄청난 요요 붐이 일어났다. 이때 처음으로 PC통신 하이텔에 한국 요요 동호회가 생겼다.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금요일


오는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요요현상>은 1990년대 후반 요요 붐이 일어났을 때 처음으로 요요를 접했던 '요요소년' 곽동건, 문현웅, 윤종기, 이동훈, 이대열이 어린 시절을 지나 20대 후반이 되는 성장담을 담았다. 메가폰은 장편 다큐멘터리 <옥상 위에 버마>(2016), 단편 다큐멘터리 <목소리>(2015)를 연출한 고두현 감독이 잡았다.

고 감독은 2011년 여름, 대학 졸업을 앞둔 요요소년들로부터 마지막으로 자신들이 꿈꿔온 무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서는 영상을 찍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아 영국행에 동행했다가 앞으로 다섯 친구가 세상에 맞서 각자가 가진 세계를 어떻게 지켜나갈지 궁금한 마음으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전까지 요요에 대해서 막연하게 다른 사람이 하는 특이한 취미 정도로 가볍게 느꼈다. 열성적으로 공연을 준비해 온 네 사람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금요일


국어사전에서 '취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다섯 명의 요요소년은 1990년대 PC통신과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며 활성화된 '동호회'에 힘입어 전국에 같은 취미를 즐기는 '덕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요요에 살고 죽던 요요소년들은 급기야 국내 최초의 요요 공연팀 '요요현상'까지 결성하기에 이른다. 요요만 잘해도 먹고살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누구나 좋아하는 취미를 하면서 그걸로 돈까지 벌길 바랄 것이다. 최근엔 자신이 좋아서, 혹은 재미있어서 했던 일들이 직업이 되는 사례가 늘면서 취미를 발전시킨 창업을 의미하는 '하비프러너', 취미와 직업을 결합한 '호큐페이션'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덕업일치'는 아직까지 소수에게 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다. 꿈과 현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요소년들이 마주한 현실의 벽도 녹록지 않았다. <요요현상>은 다섯 사람에게 요요가 제각기 다른 의미가 되는 8년간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금요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다섯 친구는 각기 다른 인생의 길을 걷는다. 곽동건은 요요는 추억으로 묻고 다른 곳에서 최고를 꿈꾼다. 윤종기는 요요를 만들어 팔고 아이들에게 요요를 가르치며 요요 붐을 직접 만들고자 노력한다. 이동훈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취미 생활로 요요를 즐긴다. 문형웅과 이대열은 '요요현상'의 명맥을 이어 공연자로 살아간다. 이런 모습 속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가지는 일과 취미에 대한 고민을 사유한다.

고두현 감독은 체중을 줄이려다 실패하고 돌아오는 상황처럼 등장인물들이 일과 취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잘 묘사한 단어가 '요요현상'이라 제목으로 붙였다고 밝힌다. 요요소년들이 결성한 공연팀 이름이기도 하다. 

요요현상은 장난감 요요의 가장 흥미로운 매력인 '복원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요에 감긴 실을 풀면 원반은 내려갔다가 곧바로 튀어 오른다. 놓고 회전하고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치며 요요현상은 완성된다.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요요현상> 영화의 한 장면 ⓒ 영화사 금요일


<요요현상>을 보고서 인생 역시 반복되는 요요현상처럼 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동훈은 요요 연습을 하며 "아직도 연습하면 실력이 는다"고 말한다. 이것은 비단 요요의 실력 향상만을 뜻하는 한마디는 아니라 본다.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도 요요, 그리고 요요현상과 다르지 않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계속 찾아야 한다.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끊임없이 발견해야 한다. <요요현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태어남, 순간들, 죽음으로 완성되는 인생이란 거대한 요요현상 속에서 말이다. 얼마나 멋진 복원력의 모습을 보여줄지는 각자의 몫이다.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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