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인터뷰 사진

ⓒ 미스틱스토리

 
"사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웹툰 원작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잘될 것이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제 캐릭터가 이렇게 사랑받을지는 꿈에도 몰랐다."

'한국형 크리처물'의 시작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공개 4일 만에 전 세계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10위 내 상위권을 유지하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해외 팬들은 삐딱하지만 속은 여린 이은유 캐릭터에 열광하고 있다고.

지난해 12월 30일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배우 고민시는 "<스위트홈> 공개 이후 SNS에서도 해외 팬들이 늘어난 걸 실감하고 있다"며 극 중에서 이은유(고민시 분)의 비속어 제스처를 따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우현 선배님께 했던 격한 제스처가 해외 팬분들에게 '코리아 제스처'라며 유행한다더라. 저도 신기했다. <스위트홈>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구나, 실감하고 있다."

<스위트홈>은 욕망 때문에 괴물로 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그린홈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민시는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구는 염세적인 사춘기 소녀 이은유 역을 맡았다. 

원작 웹툰에서 발랄한 중학생이었던 이은유는 드라마에서 삐딱한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김칸비 작가의 열렬한 팬이어서 캐스팅이 결정되기도 전에 웹툰을 이미 다 봤다는 고민시는 "이은유 캐릭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각색이 많이 됐다. (이은유의) 나이도 달라졌고 성격도 까칠해져서, 걱정하기도 했다. 시청자분들이 느끼기에 '호불호'가 나뉘는 인물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민시의 예상과 달리 이은유 캐릭터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오빠 이은혁(이도현 분)과의 관계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다. 원작에서는 친남매이지만, 드라마에선 입양됐다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두 사람을 로맨스 관계로 해석하고 응원하는 팬들이 많아진 것. 극 중에서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인데도 응원하게 된다는 의미의 '사약 남매'라는 별명도 얻었다. 고민시는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친오빠를 보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해명했다.

"사약 남매라는 별명을 지어주신 걸 봤다. 감사한 관심이다. 하지만 저희가 촬영할 때는 피는 안 섞였지만 오빠동생의 마음으로 연기했다. 제가 식탐 괴물을 만나 온몸에 피를 묻혀서 왔을 때 (이)은혁이 셔츠를 덮어주고, 중반부에서 제가 이은혁의 안경을 고쳐준다. 이 장면을 많은 팬분들이 로맨스로 보시더라. 사실 의도하지는 않았다. 남매들간의 감정 교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고는 했다. 이응복 감독님이 워낙 멜로 연출을 잘하시니까, 섬세한 감정들을 뽑아내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이어 고민시는 "<스위트홈>을 총 8번 봤다. 그런데 직접 보면서도 이런 반응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매같지 않고 연인같다는 반응을 알게 된 이후에 다시 방송을 보니까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더라. 우리 케미스트리가 아쉬운 분들은 차기작을 기대해달라"며 환하게 웃었다. 고민시와 이도현은 올해 상반기 방송 예정인 KBS 2TV 드라마 <오월의 청춘>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 컷 ⓒ 넷플릭스

 
극 중에서 이은유는 이은혁뿐만 아니라 차현수(송강 분)와도 풋풋한 로맨스를 보여준다. <스위트홈> 팬들은 '이은혁-이은유' 커플과 '차현수-이은유' 커플을 응원하는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싸우기도 한다고. 이은혁과의 관계에 비해, 드라마에서 차현수와의 로맨스는 좀 더 뚜렷하게 그려진다. 괴물이 되었지만 스스로 상처를 회복할 수 있고 인간으로도 돌아올 수 있는 차현수는 그린홈 주민들에게 이용당한다. 이은유는 차현수를 위로하고 연민하면서 점점 그를 좋아하게 된다. 

고민시는 "(극 중에서) 차현수가 죽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제일 컸다. 사실 현수는 은유처럼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래서 은유는 현수를 지켜주고 싶었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2에서도 재난 상황은 계속되겠지만 은은하게 현수와 은유의 관계가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덧붙였다.

물론 이은유 캐릭터가 사랑받는 이유는 로맨스뿐만이 아니다. 처음엔 그린홈 주민들에게 시비를 거는 등 매사 삐딱한 모습이지만 고민시는 이은유가 점점 그린홈 주민들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 그는 초반부와 달라진 이은유 캐릭터의 성장을 잘 표현하려 애썼다고 털어놨다.

"(이)은유의 성장을 보여주려면, 오히려 초반에 어느 정도 표현이 서툰 부분이 잘 드러나야 했다. 나중에 섬세한 감정표현을 할 때 초반이랑 대비가 될 수 있어서. 거미 괴물이랑 싸우고 나서 (이)은혁의 안경을 고쳐주는 장면부터는 은유도 성장한 느낌이 든다. 또 오빠에 대한 감정, 차현수에 대한 감정이 중첩되면서 초반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고민시가 보여준 이은유의 면면에는 대본엔 없었던 애드리브도 꽤 숨어 있다. 편상욱(이진욱 분)에게 육두문자를 날리거나, 그린홈 주민들의 괴물 잡는 훈련을 보고 어이없게 환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응복 감독은 촬영 전부터 고민시에게 "애드리브를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고민시는 "감독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튀지 않되 캐릭터에 어울리는 애드리브를 사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편)상욱이 은유의 말을 무시할 때 육두문자를 날리는 장면이 제일 처음 했던 애드리브였다.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길래 지나가다가 한번 (육두문자를) 던졌는데, 감독님이 그 신을 되게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괴물 잡는 시뮬레이션 장면에서 (윤)지수가 그물에 잡혀서 올라갈 때 '호우!' 했던 것도 순간적으로 나온 것이었는데 감독님이 엄청 웃으면서 꼭 해달라고 하시더라. 

은유의 자잘한 행동들 역시 대본에 없었지만 제가 표현한 게 많다. 발레복 찢을 때 눈물을 흘렸는데, 이 역시 대본엔 없었지만 발레를 포기하는 은유의 마음이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그 신을 감독님이 카메라에 잘 담아주셔서 좋았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이응복 감독은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이를 카메라에 최대한 담아내는 방향으로 촬영을 진행했다고. 고민시는 "처음엔 이응복 감독님이 무서웠다"면서도 감정 신을 촬영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정 신 찍을 때 이응복 감독님만의 특별한 게 있었다. 감정 신의 그 미묘한 점을 잘 잡아내시는 분이라는 걸 느꼈다. 또 감정이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배우도 있는데, 감독님은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신다. 정말 감정이 잘 안 나올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도 감독님이 기다려주시니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점점 감정이 올라오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 정말 존경하게 됐고 현장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디렉팅 하실 때 '틸업, 틸다운'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감정이 올라올 것 같으면 클로즈업을 하려고 '틸업, 틸업, 틸업, 틸다운, 틸다운, 틸다운' 이렇게 속삭이시는 게 들린다. 배우들도 '이응복 감독님이 디렉팅을 하실 때 감정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완급 조절을 잘해주시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스위트홈> 배우 고민시 인터뷰 사진

ⓒ 미스틱스토리

 
지난 2016년 웹 드라마 < 72초 드라마-시즌3 >로 데뷔한 고민시는 그동안 10여 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성장해온 배우다. 영화 <마녀>에서 자윤(김다미 분)의 단짝친구 명희로,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는 표독스러운 악역 굴미로 분하며 대중에게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는 그는 데뷔 전 웨딩플래너로 일한 경험을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고민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했던 때를 회상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어떤 직업이 각광받을까 찾아보다가 웨딩플래너 산업이 커질 것이란 얘기를 듣고 웨딩플래너를 준비했다.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면서 경험이 쌓였다. 어느날 문득 이 일이 정말 내게 행복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이 아니면, 꿈을 찾아 직업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뒀다. 부모님도 깜짝 놀라셨다. 하루아침에 꿈을 찾아 가겠다고 얘기하니까. 지방 출신인데 서울로 상경하겠다는 큰 결심을 했다. 연기 학원을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프로필을 돌렸다. 그러다 운 좋게 지금 회사를 만나게 됐다. 후회는 전혀 없고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제 배우로서 첫 발을 내딛은 그는 2021년에도 김은희 작가의 신작 tvN 드라마 <지리산>,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 등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찾아올 예정이다. 고민시는 앞으로 "자연스럽고도 질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연스러운 연기,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연기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마냥 매력 없이 자연스럽기만 하면 안 되겠지. 배우들과 캐릭터들 사이에서 저 혼자만 튀어서도 안 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아직 매 작품이 사실 공부다. 만나는 배우들이 늘 다르고, 생각지도 못한 리액션을 받을 때 자극제가 될 때도 있다. '이 배우의 연기는 재밌다. 질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게 지금은 많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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