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 포스터. ⓒ ?넷플릭스

 
2010년대 이후 차인표 배우가 주연으로 분한 영화를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 이전에는, 비록 흥행이나 비평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더라도 영화에 심심찮게 주연으로 얼굴을 비췄는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그가 주로 활동하던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90~2000년대 최고의 주가를 날리던 차인표는 어느덧 한물간 배우가 돼 있었다.

1994년 <사랑은 그대 품안에>로 이른바 '차인표 신드롬'을 일으키며 하루 아침에 벼락 우주 대스타가 된 차인표, 비록 3년 만에 후속탄 <별은 내 가슴에>에서 방영 도중 주연에서 서브주연으로 내려앉는 굴욕을 맛보았지만 곧바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연기력으로 승부한 끝에 연기대상을 타기에 이른다. 인기의 절정을 맛본 이후 연기자로서의 절정도 맛본 것이다. 

이후, 아니 이전에도 차인표는 반듯한 이미지의 대명사였는데 사회의 각 분야에서 '올바름'에 기반한 현실적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덕분이었다.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게 아니었던지라, 진정성 있는 그의 모습에 대중은 꾸준히 열광해 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는 그런 차인표 배우의 실제를 상당 부분 차용해 만든 코미디다. 대중이 만들어 본인이 유지해 온 '반듯하고 진정성 있는 이미지'에 갇혀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불쌍한 차인표의 웃픈 에피소드를 다룬다. 

왕년의 스타 차인표의 좌충우돌

25여 년 전 드라마 <사랑은 그대 품안에> 하나로 우주 대스타가 된 차인표, 그는 여전히 본인은 대스타인 줄로 '착각'하고 그에 맞게 언행을 일치시킨다. 하지만, 그만 빼고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의 화려한 시절은 진즉 갔고, 그는 한물간 스타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다. 

어느 날, 새로 들어가는 예능의 첫 회 특집 '영화배우 4대천왕'에 낄 수도 있는 기회를 우연히 얻게 되었다. 송강호, 이병헌, 설경구, 최민식 자리에 최민식이 일정상 빠지게 되면서 빈 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새로 들어갈 영화에 그를 롤모델로 생각하는 도철을 껴 주려고 한다. 차인표로선 대스타 차인표의 후광으로 신입배우인 도철쯤은 쉽게 이끌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뒷산에 반려견 별님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차인표, 이런저런 자잘하고 더러운 일을 겪고는 근처에 있는 여고 체육관의 샤워장으로 향한다. 방학이라 아무도 없었는데, 문제가 있는 건물이었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오려는 차인표, 그런데 건물이 통째로 폭삭 무너져 버린다.

무너진 더미들에 파묻힌 벌거벗은 차인표, 천만다행으로 핸드폰이 가동되었고 매니저 아람에게 전화해선 어디에도 알리지 말고 혼자 와서 자신을 꺼내 주라 이른다. 하지만, 학교 체육관이 무너지는 큰일이 벌어졌는데 아람이 혼자 와서 조용히 차인표를 꺼낼 리는 만무하다. 과연 차인표는 '차인표다운 이미지'를 지킨 채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 <차인표>는, 식상할 표현일지 모르지만 더 적확한 말을 찾을 길 없는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이다. 제목이 뭔가를 상징하거나 은유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극 밖의 차인표가 극 안의 차인표를 연기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차인표로 대표될 만한 '한물간 대스타의 표본'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정확하게 그려진다. 더할 나위 없이 재밌으면서도 한없이 슬픈 건 이 때문이다.

우연히 들어가 사용한 여고 체육관 샤워장이 무너지면서 건물 잔재에 갇힌 차인표의 좌충우돌이 영화의 태반을 차지하기에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지만, '차인표'와 연관지어 하나하나 뜯어 보면 일련의 서사가 상징적으로 보인다.

초반에 유독 많이 나오는 '거울', 거울에 비춘 차인표는 '차인표'라는 이미지와 다름 아니다. 대중이 만들고 본인이 계속 유지해 온 반듯하고 진정성 있는(있다고 믿는) 이미지 말이다. 차인표는 아직 그 이미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벌거벗은' 채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린다. 이미지메이킹된 거울 속 차인표가 아닌, 알 수 없고 알기도 싫은 자연인 차인표로 순간이동한 것이다. 차인표로선 죽느냐 사느냐의 생사기로보다 어떻게 잘 빠져 나와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행히 매니저를 제외하곤 그가 건물 더미에 깔려 있는 걸 모른다. 대중의 눈과 귀가 쏠리는 방송 이미지와는 다른, 편안하고 아늑한 사적인 공간이 아이러니하게 건물 더미일지 모른다. 차인표로선 이 상태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계속 이곳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성찰의 순간은 언젠가 다가오기 마련이고 의외의 곳과 의외의 인물에 의할 때가 많다. 

B급 이하를 표방하는 코미디

<차인표>는 B급 이하를 표방하는 코미디이다. 실제와 가짜를 오가고, 현실과 망상을 오간다. <극한직업>을 기점으로 <해치지 않아> 그리고 <차인표>까지 일찍이 찾아 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제작사 '어바웃필름'의 5번째 극장 개봉작인데, 적어도 코미디 장르에서는 믿고 보는 제작사라고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를 빙자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들이 많은데 반해, 이 제작사의 영화들 그리고 이 영화 <차인표>는 '코미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잃지 않는다. 슬픈 지점조차 말이다. 

'차인표의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영화라고 주지했는데, 이 영화가 차인표를 이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차인표를 염두에 두고 5여 년 전에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때 차인표는 거절했고 시간이 흘러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 몇 년 사이 차인표는 배우로서의 경력이 급추락하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제작사나 감독은 언젠가 차인표와 이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을테고. 

결과적으로, 영화는 만든 사람들과 출연한 사람들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차인표로선 본인의 이름을 내건 영화로 이미지 쇄신을 꾀했고, 제작사로서도 역시 파격적 이슈몰이에 성공했을 테다. 그렇다면, 관객들은 어땠을까? 추측해 보건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빵빵 터지는 구간이 꾸준히 존재해 재밌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는 게 없는 이 느낌은 뭘까. 다름 아닌, '차인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차인표였기에 만들어져 우리를 찾아 왔지만, 차인표이기에 우리에게서 쉽게 떠날 수 있다. 영화 전반에서 '컬트 영화'로서의 양분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만, 차인표에 매몰되어 차인표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결국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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