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 MBC

 
유튜브의 장점 중 하나는 예전 인기 TV프로그램을 다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방영된 내용뿐만 아니라 수십 년 전 영상도 새롭게 가공되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곤 한다. 이에 각 방송사들은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유튜브 화경에 맞게 편집해 새로운 콘텐츠로 탈바꿈시키는 데 공을 들인다.  

그 중 종영한 지 3년이 지난 MBC <무한도전>(아래 무도)은 유튜브 공간에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5분순삭'처럼 주제를 정해 5분 안팎 길이로 재편집해 소개되는가 하면 1회짜리 방영분이 2~3개로 나뉘어 올라오기도 하는 <무도>는 시청자들에겐 달콤한 선물이다. 그리고 이 선물들 중에서 소위 '레전드 편'이으로 <무도> '예능총회' 편을 손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2016년 1월 첫째주에 방영). 

지금도 회자되는 <무한도전> 명장면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 MBC

 
당시 '2015 MBC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을 몇 시간 앞두고 급하게 녹화를 진행했던 이 방영분은 시청자들에게 웃음 핵폭탄을 선사했다. '예능총회'엔 <무도>가 자리를 못잡고 어려움에 처했을 때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프로그램의 틀을 잡아줬던 예능대부 이경규를 비롯해서 김구라, 김성주, 윤종신, 서장훈, 김숙, 박나래, 김영철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경규와 김구라가 펼친 입심 대결은 유재석을 비롯한 무도 멤버들이 감히 대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밖에 <라디오스타> 윤종신, 당시 예능계 새 인물로 등장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던 농구인 서장훈, 가상결혼(JTBC 최고의 사랑)을 통해 제2의 코미디 인생을 시작한 김숙 등이 예능 명인의 틈바구니 속에서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예능총회'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2015년 예능을 총결산하면서 향후 방송계의 방향을 점쳐봤던 그때의 예측은 현재 어느 정도 들어맞았을까.

비예능인 대거 등장, 여성 예능인의 고전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 MBC

 
이때 진행된 난상 토론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일명 '아무말 대잔치'급 말장난과 다름 없었지만 예능인 및 제작진이 처한 현실을 꼬집는 부분도 적잖게 등장했다. 

당시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의 '쿡방' 대향연과 MBC <복면가왕>, JTBC <히든싱어,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등 음악예능의 활성화를 비롯해 인터넷 방송을 접목시킨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속 비예능인의 등장이 2015년 전후 예능의 새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두고 당시 이경규 등 초대손님들은 다양한 콘텐츠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반대로 기존 예능인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비관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견해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셰프들이 하나둘씩 방송가에서 사라졌지만 <마리텔>의 인기를 견인했던 요식업 사업가 백종원만큼은 연예대상 후보로 매년 거론될 만큼 여전히 예능계의 핵심인물로 자리 잡았다. "쿡방, 먹방 다 없애야 한다"라고 주장하던 이경규는 1년 후 JTBC에서 강호동과 함께 먹방 프로그램(<한끼줍쇼>)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고 최근 KBS에서 쿡방(<편스토랑>)을 진행하면서 또 한 번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중심이 되는 JTBC <뭉쳐야 찬다>, E채널 <노는 언니> 등을 통해 비연예인 출신 방송인의 탄생은 여전이 활발하다. 가족 소재 관찰 예능 혹은 전문가 중심 프로그램들은 안정된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반면 기존 예능인들의 활동영역 축소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여성 예능인의 설 자리 부재도 5년 전 예능 총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당시 초대손님 중 여성 출연자는 김숙, 박나래 단 2명에 불과했는데 실제로 그 무렵 예능 프로그램에선 이렇다 할 여성 예능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8년 이영자, 2019년 박나래, 2020년 김숙 등 여성 예능인들의 연예대상 수상에서 보듯이 이들은 예능의 중심에 당당히 섰다. 

예능인이 느꼈던 서운함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지난 2016년 1월에 방영된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의 한 장면. ⓒ MBC

 
이밖에 이경규가 "누워서 진행하는 코너를 만들면 된다"고 했던 농담은 이듬해인 2016년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마리텔>에서 이경규는 방바닥에 누워 방송을 진행하는 이른바 '눕방'을 선보여 새바람을 일으켰다. 요즘도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자체 인터넷 방송(네이버 V라이브)에서 이불을 펴놓고 팬들과 편하게 소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는 이경규의 지적 또한 조금씩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 강호동을 주인공 삼은 다큐(2020년  올리브 <호동과 바다>)가 등장하는가 하면 각종 관찰 예능에선 느린 호흡의 다큐멘터리적 화법을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한편 "(드라마와 달리) 종방연, 박수칠 때 떠난다는 게 예능에선 힘들다"(유재석)는 지적은 지금도 각종 TV 예능에서 유효하다. "우리랑 같이 고생한 예능 PD들이 요샌 배우들만 기용한다", "우리는 그냥 퇴출이고 사망이다"(김구라), "인기 드라마는 휴가도 보내주는데..."(윤종신), "일밤 15년, 1천회를 하고도 잘렸다"(이경규) 등의 언급은 분명 예능인들 스스로 느끼는 소외감 내지 차별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무한도전 10년도 잘릴 수 있다는 거예요"라던 이경규의 말처럼 2년 후 2018년 <무도>는 간판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여타 예능과는 달리 어느 정도 박수 받고 종방연도 치르면서 마무리를 짓긴 했지만 새 멤버 충원 등으로 예전같지 않은 화제성을 체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무도> 예능총회가 우리에게 단순히 웃음만 선사한 건 아니었다. 우리 예능의 나아갈 방향, 그리고 앞날을 기약하기 쉽지 않은 연예인들의 고충 등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 <무도> '예능총회편'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예능 이상의 가치를 남긴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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