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기대상' 남궁민, 한 계단씩 올라 대상 남궁민 배우가 31일 오후 열린 <2020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 'SBS 연기대상' 남궁민, 한 계단씩 올라 대상 남궁민 배우가 31일 오후 열린 <2020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있다. ⓒ SBS

 
배우 남궁민이 < 2020 SBS 연기대상 > 대상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남궁민은 12월 31일부터 1일까지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 역으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방송된 <스토브리그>는 국내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웠던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을 소재로 하여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재송 드림즈를 재건하는 과정을 담았다. 남궁민은 주인공 백승수 역을 맡아 냉철한 독설가이면서도 유능하고 책임감이 강한 젊은 프로야구 단장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스토브리그>는 방영 초반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웰메이드라는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한국에서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보란 듯이 깼다. 작품의 이러한 대기만성 행보는 주연배우 남궁민 개인의 커리어와도 닮아있다.

남궁민은 수상 소감에서 "SBS에 감사하다. 어려서부터 엑스트라 단역 전전하다 처음으로 고정배역 맡은 곳이 SBS였다"라며 남다른 인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드라마에서 연출, 감독, 배우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토브리그>는 내가 했던 작품 중 가장 완벽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에 있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솔직히 제가 상을 좀 받고 싶었다. 이 상을 받으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힘들고 외롭고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주변을 돌아보면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자신의 곁을 지켜준 스태프들과 가족들, 공개 연애중인 연인 진아름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한 뒤 "고맙고 사랑한다"란 고백으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했다.

연초 방영 드라마 징크스 깬 <스토브리그>
 
남궁민의 수상은 올해 지상파 방송3사의 연기대상 중 가장 이변에 가까운 결과라고 할만하다.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올해 시청률 면에서 최고의 히트작이었고 극의 중심을 이끈 중견배우 천호진의 연기력도 훌륭했다.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었던 MBC에서도 <꼰대인턴>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작품성에도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주연 박해진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SBS에는 <스토브리그>외에도 <낭만닥터 김사부>의 한석규, <펜트하우스>의 김소연, <앨리스>의 주원과 김희선, <하이에나>의 김혜수와 주지훈 등 시청률이나 연기력 면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한 다른 후보들이 많았다.

<스토브리그>의 경우 작품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매우 높았지만 실질적인 시청률이 대단히 높지 않았던 데다, 지난해 연말에 방영을 시작하여 연초에 종영해 올해 새롭게 론칭한 드라마들에 비하여 아무래도 일찍 잊히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스토브리그>는 대상을 비롯하여 남자 신인상, 조연상, 베스트 캐릭터상 등 4관왕의 영예를 누렸다. 

새해인 2021년은 마침 배우 남궁민의 데뷔 20주년이기도 하다. 남궁민은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단역으로 연기에 처음 입문한 이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긴 무명생활을 딛고 정상급 배우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오랜 경력에 비하면 상복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20년 만의 생애 첫 연기대상이라는 타이틀은 남궁민에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남궁민은 데뷔 이래 훈훈한 외모와 안정감 있는 발성, 탄탄한 연기력까지 주연급 배우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고 사생활에서도 별다른 구설수가 없었지만 의외로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신선한 소재를 내세운 <스토브리그> ⓒ SBS

 
그는 2017년 KBS <김과장>의 능글맞은 안티 히어로 '김과장' 역을 시작으로 단독 주연으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방영된 SBS <조작>의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열혈기자, 2018년 SBS <훈남정음>의 느끼한 연애고수, 2019년 KBS <닥터 프리즈너>의 복수를 꿈꾸는 미스터리한 의사까지, 남궁민은 로맨스물과 코믹액션, 범죄미스터리, 스포츠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반영웅'에 가까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스토브리그>의 촌철살인 백단장을 비롯한 남궁민의 대표적인 흥행작을 살펴보면 주로 '정상인과 사이코의 경계를 넘나드는 캐릭터' 연기에서 가장 독보적인 진가를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연기자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2011년 MBC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도 남궁민은 겉으로는 청각장애인인 동생을 한없이 아끼고 사랑해주는 형이지만 속으로는 동생에 대한 질투와 야심도 숨기고 있는 다중적인 캐릭터를 표현한 바 있다. 2015년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리멤버 아들의 전쟁>에서는 분노조절 장애에 시달리는 망나니 재벌 2세같은 전형적인 악역도 소화하기도 했다.

남궁민의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이유

남궁민이 맡은 인물들은 선역이라고 해서 마냥 선하게만 볼 수 없고 악역이라고 해도 무언가 사연이 숨겨진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궁민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지을 때는 영락없이 훈훈한 로맨스물의 남주인공이지만, 웃음기를 거두고 입꼬리를 실룩거리거나 실없는 대사를 날릴 때는 그저 장난기 넘치는 악동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로 단정한 수트를 갖춰 입고 차갑고 거만한 무표정으로 상대를 응시할 때면 마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같은 얼굴로도 변한다. 과거 악역 연기를 자주 소화했던 경험은, 주연 배우로 올라선 이후에도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스타급 배우들이 꺼려하는 악역이나 강렬한 캐릭터를 맡고난 이후에도 전작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들 수 있다는 유연성은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남궁민은 데뷔 이래 한 번도 긴 휴식기나 슬럼프 없이 매년 꾸준히 여러 작품들에 출연하며 소처럼 우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의 연기대상은 20년을 착실하게 쌓아온 연기내공과 노력에 걸맞은 보상이라고 할 만하다. 대기만성의 배우답게 40대에 접어들며 더욱 원숙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남궁민의 차기작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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