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온몸이 점점 마비돼 가는 이 여성은 오랜 고민 끝에 죽는 날을 직접 정하기로 했다. 의사인 남편, 그리고 슬하에 딸 둘을 둔 그는 운명의 날을 앞두고 온 가족을 초대한다. 출가했던 딸은 자신들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애인을 데리고 오고, 집에 모인 이들은 애잔한 눈으로 여성을 바라보지만 한사코 이 여성은 평소처럼 대하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새해 1월 6일 개봉을 앞둔 영화 <완벽한 가족>은 줄거리만 놓고 보면 무겁고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안락사라는 아직 한국 사회에선 생소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묘하게 피해가며 소소하지만 어떤 날들보다 밀도 높은 하루 하루를 보낼 이 가족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중심인물은 단연 릴리(수잔 서랜든)다. 할머니이자 엄마, 혹은 아내로 불리던 릴리는 자신의 오랜 병을 스스로 이겨내고자 한다. 릴리의 결심을 남편 폴(샘 닐)은 강력 지지하는데 두 딸은 왠지 탐탁지 않아 한다. 특히 매사에 엄격하고 다소 고지식한 태도를 취하는 제니퍼(케이트 윈슬렛)는 찬성하는 듯 하다가도 아빠인 폴의 내연 사실을 눈치채고 엄마의 안락사를 결사 반대한다. 둘째 딸 안나(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가족과 연을 끊은 채 지내다가 돌연 엄마의 죽음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다.

가족 구성원 대부분이 어떤 결핍을 지니고 있다. 릴리는 나름 두 딸을 독립적이고 강하게 키웠다고 자신하지만, 엄마의 충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던 안나는 내면에서 피폐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릴리 또한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과도한 책임감으로 대한다. 여기에 릴리의 오랜 친구인 리즈는 폴과 내연 관계에 있다는 의심을 받기까지 한다.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이미지. ⓒ 조이앤시네마

 
터질듯 터지지 못하는 가족 및 지인의 감정은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다. 릴리의 죽음이라는 분명한 사실 앞에 차마 뇌관이 터지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내내 이런 긴장감이 가득하다.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각 캐릭터의 합과 배우의 연기가 매우 중요해지는 지점이다. 서로 다른 상황과 감정을 품고 있는 캐릭터들은 영화 안에서 꽤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본래 강한 비극일수록 희극적 요소가 짙게 숨어 있는 법. <완벽한 가족> 또한 구성원들이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은 행동과 말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포인트 몇 개를 가지고 있다. 동시에 관객 각자에겐 가족의 의미, 그리고 그 안과 밖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할 것이다. 원제는 <블랙버드>인데 그 자체로 죽음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어떤 변화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개봉 버전에선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 <노팅 힐>을 연출했던 로저 미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온 가족이 모이기 쉬운 정초에 극장 스크린 혹은 티비 앞에 앉아 함께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좋겠다. 물론 방역지침은 철저히 지키면서 말이다.

한줄평: 진지하면서도 잔잔한 웃음이 나게 하는 따뜻한 가족 영화
평점: ★★★☆(3.5/5)

 
영화 <완벽한 가족> 관련 정보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미아 와시코브스카, 샘 닐 外
수입: (유)조이앤시네마
배급: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러닝타임: 97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국내개봉: 2021년 1월 6일
 
완벽한 가족 설날 케이트 윈슬렛 가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