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 Mnet


달리는 사이에 '달리는 사이'가 된 다섯 청춘을 보는 건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더없이 뜻깊은 일이었다. 달리기와 인생이 꼭 닮았다는, 많이 들어봤지만 사무치게 체험해보지는 못한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Mnet <달리는 사이>는 또렷이 알려줬다.  

총 4부작으로, 지난 30일에 막을 내린 <달리는 사이>는 K팝을 대표하는 20대 여자 아이돌 선미, 하니, 유아(오마이걸), 청하, 츄(이달의소녀)가 서로의 러닝 크루가 되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국내의 아름다운 러닝 코스를 찾아 달리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달리기

달리고, 이야기하고, 먹고, 자고, 쉬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 예능인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재미가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예능에서 줄 수 없는 담백하고 묵직하고 뭉클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곧바로 와 닿았다는 말이다.
   
첫 식사시간. 뜨거운 국물을 좋아한다는 오마이걸 유아는 "식도가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은" 정도의 뜨거움이 좋다고 말했다. 이후 달리기를 하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건 우연이었을까. 뛰니까 심장이 어디 있는지 알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어쩌면 달리기는 뜨거운 국물 마시기와 비슷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러운데 개운한 것. 벅참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숨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청하와 유아를 비롯해 다섯 멤버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자신의 마음을 돌 볼 새도 없이 늘 바쁜 가운데, 대중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숨 쉴 수 없는' 기분이었는지 이 한 마디가 잘 드러내준다. 그러고 보면 참 아이러니 한 게 달리기다. 달리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숨 쉬기가 힘든데, 그럴수록 마음의 숨통은 점점 트이는 기분이 드니까.

이런 아이러니 속에서 다섯 멤버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뛰고 또 뛴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선미는 친구 하니와 동생들에게 자신을 힘들게 한 경계성 인격장애를 고백하며 솔직한 마음을 나눴고, 또한 자신과 꼭 닮은 아픔을 겪고 있는 동생들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습습후후 숨 쉬기
 
 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 Mnet

 
"걱정 하나도 없이 달렸어요. 이렇게 개운한 기분 오랜만이에요."

가장 길고 힘들었던 마지막 달리기에서 막내 츄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를 해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늘 머릿속에 생각이 많고 줄줄이 소시지 같은 고민을 이어가며 살던 데서 해방되어 달리는 동안에는 걱정 하나 없이,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었고 그래서 말할 수 없이 개운한 기분이 들었을 츄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들은 '달려야하는 이유'를 시청자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해온 하니는 러닝 리더가 되어 친구와 동생들을 이끌었다. 그가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말해준 건 "습습후후"였다. 숨을 습습하고 두 번 들이마시고, 후후하고 두 번 내쉬는 패턴으로 쉬라는 얘기였다.

숨이 차오르면 차오르는 대로 습후습후 하고 바쁘게 내쉬며 달렸던 나는 내 호흡이 잘못 됐다는 걸 하니 덕분에 비로소 알았다. 또한 이 호흡법은 삶을 살아가는 일의 호흡과 얼마나 닮았는지 모른다. 습습후후 네 글자가 이토록 뼈있는 깨달음을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천천히 쉬면 깊게 쉴 수도 있는 것이 숨인가보다.

내가 원하는 페이스로 달리기
 
 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Mnet 예능프로그램 <달리는 사이> 방송화면. ⓒ Mnet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고 말한 청하는 "내가 원할 때 쉬고, 내가 원할 때 숨 쉬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털어놓았는데, 이 말에서 자신이 원한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활하지는 못하는 모순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이 전해졌다. 마지막 회에서 유아가 했던 아래와 같은 고백도 청하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 그래도 괜찮다는 것. 그게 내가 바란 것 같다. 이 일을 하다 보니 남의 눈치 보는 게 습관이 됐는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이제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달리기가 나쁜 게 아니라, 전력질주가 나쁜 게 아니라, 내 페이스에 맞지 않게 달리는 게 나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달리면서, 자신이 힘들고 쓰러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뒤쳐질 것 같은 마음에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못하겠더라"는 이들의 고백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달려야(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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