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포스터. ⓒ 넷플릭스

 
2020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작 중 하나인 네이버 웹툰 <스위트홈>은 2017년 10월에 시작해 2020년 7월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연재 기간 내내 금요 웹툰의 절대 강자 중 하나로 군림했는데, 스릴러 웹툰의 원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김칸비 작가의 작품인 만큼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의 작품들은 다분히 저연령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사람의 심리를 파고들어 들춰내는 데 탁월하다. 

<스위트홈>은 그 인기를 실감하듯, 크리처 기반 스릴러물임에도 영화 아닌 드라마로 재생산되기에 이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 신예 송강을 비롯해 이진욱과 이시영 등의 캐스팅보다 더 눈이 가는 사람이 있었으니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다. 그는 가장 최근작인 <미스터 션샤인>부터 <도깨비> <태양의 후예> <비밀> <드림하이>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음직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믿고 보는 스타 PD의 한국 최초 크리처물 드라마라니, 그것도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인기 명작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니, 더 이상의 이슈몰이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최초의 시도인 만큼 '볼 만한' 정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어떤 모양새로 우리를 찾아왔을까?

괴물 천지가 된 세상의 사람들

2020년 8월, 다 무너져 가는 아파트 '그린홈'에 고등학생 차현수(송강)가 입주한다. 그는 학교폭력에 연루되어 마음을 다쳐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가 교통사고로 가족마저 잃은 인물이다. 상습적으로 자해를 하기도 했고 말이다. 옥상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찰나, 발레를 연습하는 이은유(고민시)의 모습을 보고 또 그녀의 시크한 말에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이상한 낌새가 있어 갔다가 괴물을 본다. 바로 나타난 옆집 여자는 차현수가 문을 열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괴물로 변한다. 

한편, 입주민들은 1층으로 모여 든다. 아무도 모르게 서텨가 닫혀서 그 누구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들 밖으로 나가고자 1층에서 서성일 때 난데없이 괴물 하나가 믿을 수 없는 모습을 한 채 들이닥친다. 괴물이 입주민들을 위협하는 사이, 침착하고 똑똑한 의대생 이은혁(이도현)과 무적 포스를 뽐내는 특전사 출신 소방관 서이경(이시영)의 활약으로 큰 피해 없이 괴물을 물리쳤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그린홈에 갇혔고, 세상은 망했으며, 괴물들이 시시각각으로 위협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짜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괴물의 원인은 사람의 욕망이었기에 그린홈 내부에서도 괴물이 얼마든지 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차현수는 무기 제작에 특화된 기술자지만 다리를 쓸 수 없는 한두식(김상호)의 도움으로 1210호 아이들을 구하는 한편, 전직 살인청부업자로 802호 최윤재(고건한)를 찾아 그린홈에 들어왔다가 갇힌 편상욱(이진욱)과 차현수의 윗집 베이시스트 윤지수(박규영) 그리고 칼잡이 국어 교사 정재헌(김남희)은 1층 아닌 곳들에서 따로 또 같이 괴물들과 대치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린홈의 모든 입주민은 1층으로 집결해 살아서 나갈 방도를 찾아 나서는데... 

인간군상물+크리처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큰 틀에선 원작과 결을 같이 하지만 세부적인 면들에선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를 먼저 볼 것을 추천한다. 드라마를 보면 반드시 원작을 보고 싶어질 텐데, 원작을 보면 드라마까지 굳이 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작을 봤다면, 아예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드라마를 보는 게 좋을 테다. 

원작이 크리처 스릴러 장르를 중심에 둔 성장물이라고 할 수 있다면, 드라마 <스위트홈>은 크게 인간군상물과 크리처물의 양단을 모두 지니고 있다. 즉, 스릴러와 성장을 지양한 대신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군상을 지향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간군상물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큰 인사이트를 얻지 못했다. 사실 크리처물이라는 강력하면서도 큰 개념을 온전히 담는 것도 벅찬 일이라 역시나 큰 개념인 인간군상물까지 온전히 담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50여 분짜리 10부작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분량에서 말이다. 

원작대로 드라마가 '크리처' '스릴러' '성장'이란 세 키워드를 유기적으로 보여 주려는 데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드라마로 재구성하면서 감독이 느꼈을 고민의 흔적이 보였다. 아무래도 원작 웹툰의 타깃층이 청소년이라면, 드라마의 독자 대상은 성인이니까 말이다. 원작의 주요 키워드를 그대로 성인 대상 드라마로 옮겨 오는 건 무리였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드라마로 옮겨와서 만들어 낸 만듦새에 미진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에 맞대면할 용기

드라마 <스위트홈>을 보면서 "재밌다, 빨리 다음 편 보자!"를 연발했다. 원작과 비교했을 때의 단점과 작품 그 자체로의 단점을 모두 알고 있으니,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지 정확하게 아는 이응복 PD의 연출력이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적어도 작품을 보고 있는 그 시간엔, 작품만 생각하며 보고 듣고 느끼게 만들었다.

이 작품이 특별한 건 기존의 유사 크리처물과 달리 인간의 욕망에 차별점을 두었다는 점이다. 무엇을 원하는 게 틀리거나 나쁜 건 아닐진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하는 '욕망'은 선하거나 긍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한편 욕망을 '결코 충족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면, 괴물로 형상화된 욕망의 모습은 인간이 언젠가 맞딱뜨려야 할 현실일지 모른다. 인간의 욕망은 때론 긍정적으로 발현되어 지금의 문명을 이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의 끝엔 파괴와 말살만 있어 왔다. 

괴물이 끔찍하면 할수록, 우리의 내면과 욕망 그리고 우리가 만든 세상이 딱 그만큼 황폐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우리가 그 괴물을 제대로 대하기 어렵다면, 우리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맞대면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위트홈>은 역설적이고 상징적인 제목으로, 우리를 잡아 끌어 다름 아닌 우리 자신과 대면하게 한다. 나는 나를 마주 볼 수 있는가? 진짜 나를 맞대면할 용기가 있는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와 brunch.co.kr/@singenv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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