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멈춤'의 해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은 인류가 쌓아 온 업적을 비웃듯 모든 영역을 마비시켰다. 수많은 개인이 그리고 있던 삶의 지도가 바뀌었다. 대중음악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지만, 뮤지션들은 이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도 음악을 만들었다. 훗날 우리가 2020년의 음악을 기억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기억되는 단어는 어떤 것일까.
 
시곗바늘은 뒤로 간다
  
'싹쓰리' 모두 싹쓸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SSAK3.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정지훈))'가 음악방송 1위, 국내 음원사이트와 해외 45개국 차트 진입, 공식 MV조회수 상승세, 피지컬 앨범 및 컬래버 굿즈 완판 등 국내부터 해외까지 '싹쓰리 신드롬'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90년대의 감수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한 뉴트로 곡을 선보이고 있는 '싹쓰리'는 25일 MBC <쇼! 음악중심>에서 '여름 안에서', '다시 여기 바닷가'로 데뷔 무대를 가진 뒤 30일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다시 여기 바닷가'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 '싹쓰리' 모두 싹쓸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SSAK3.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정지훈))' ⓒ 싹쓰리 위탁 매니지먼트 '놀면 뭐하니?'


얼마 전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가 발표된 이후, 가장 많은 음악 팬들의 분노를 자아낸 것은 위켄드(The Weeknd)의 후보 탈락이었다. 그는 한 현상을 대변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0위권에 40주 동안 머무른 'Blinding Lights'와 앨범 < After Hours >는 '레트로 코드'의 최전선에 있다.

그뿐 아니라 < Future Nostalgia >의 두아 리파, 도자캣, 레이디 가가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디스코와 신스팝 등 과거의 유산에 기댄 음악으로 성공했다. 이러한 흐름은 여자친구의 'MAGO', 트와이스의 'I Can't Stop Me', 스테이씨의 'So Bad' 등 케이팝에도 이어졌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탑 100 귀'를 자처하는 유재석과 비, 이효리를 한 팀으로 모았다. 철저히 향수를 자극하는 데에 집중한 '다시 여름 바닷가'는 여름철 음원 차트의 주인공이었다.

트로트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미스터 트롯>은 브라운관의 지배자였다. <미스터 트롯>의 마지막회 최고 시청률은 35.7%(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면서, 브라운관을 좌우하는 세대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했다.

트로트의 주요 무대인 행사가 사라진 상황에서, 임영웅과 영탁을 비롯한 트롯맨들은 다른 프로그램으로 진출했다. 방송사들이 트로트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양산하면서, 창의성의 결핍을 입증했다. 트로트에 대한 피로감은 높아졌으나, 추석 연휴의 나훈아 신드롬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편 방송가가 트로트에 집중할 때, 밀레니얼 세대들은 '문명특급' 등 유튜브를 통해 가까운 과거의 케이팝을 훑어보곤 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곗바늘을 뒤로 돌린 한 해였다.
 
누가 방탄소년단을 의심하는가
 
'TMA' 방탄소년단, 희망주는 소년단 방탄소년단이 12일 오후 언컨택트로 열린 <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 >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MA' 방탄소년단, 희망주는 소년단 방탄소년단이 12일 오후 언컨택트로 열린 < 2020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 >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더팩트 뮤직 어워즈(TMA)

 
2019년 연말, CNN은 2010년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뮤지션 중 하나로 방탄소년단을 선정했다. '케이팝을 대중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덤이었다. 현재 방탄소년단은 '변방의 손님'이 아닌 미국 대중음악의 중심부에 자리한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2020년 한해,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세워 온 금자탑을 더욱 튼튼히 다졌다. 현지화 전략의 산물인 디스코 넘버 'Dynamite'는 발표와 동시에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올랐다. 팬데믹 시대와 별개로, 'Dynamite'의 흥겨운 디스코 리듬은 미국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한국의 음원 차트에서 유효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Savage Love'과 한국어 싱글인 'Life Goes On'도 마찬가지로 정상을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은 최근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오르면서, 자신들의 첫 번째 그래미 트로피를 고대하고 있는 시점이다. 첫 정규 앨범 < The Album >을 발표한 걸그룹 블랙핑크 역시 자신들의 가장 높은 빌보드 순위(빌보드 200 2위)를 갱신했다.
 
비관의 시대 노래하기
 

"역병도 시작됐어요 겨울 끝 무렵이었나
봄 오면 가자던 게 많았었는데
모든 것이 멈추었어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는 '환란일기'에서 위와 같이 노래했다. 2020년은 낙관보다 비관에 더욱 기울어 있었던 해다. 범사회적 우울감은 음악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방탄소년단은 'Life Goes On'에서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라는 가사와 함께 코로나 블루를 정면으로 내세웠다. 5개월에 걸쳐 발표된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 Folklore >와 < Evermore > 역시 봉쇄(lockdown) 기간 동안 그의 개인적 사색들로 만든 작품이다.
 
5월에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부당한 폭력에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는 이 죽음 역시 코로나 못지않은 충격을 주는 것이었다. 수많은 시민이 #BLACKLIVES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라는 구호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의 'lockdown', 허(H.E.R)의 'I Can't Breathe',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Perfect Way to Die 등, 흑인 사회의 분노를 대변하고, 연대감을 드러내는 곡도 등장했다. 이 음악을 기억하는 것은, 2020년의 우울과 부조리를 기억하는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텅 빈 공연장
 
<위험 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이 말했듯, 현대 사회의 재난은 '초국가적'이며 '비계급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팬데믹의 피해를 입지 않은 영역은 없다 할 것이다. 대중음악 공연계가 입은 피해는 유독 크다. 팝스타부터 언더 그라운드의 신인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었다.

글로벌 공연기획사 라이브 네이션은 2020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98%의 수입 하락을 기록했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공연장의 문이 다시 열리기도 했지만, 코로나 19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사실상 모든 공연이 취소된 상태다.
 
모두가 위기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대중음악은 상대적인 홀대마저 받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인 코로나 19 피해 지원 대상에 연극, 뮤지컬, 무용 등의 분야는 포함되었으나 대중음악계는 배제되었다. 문화소비할인권 적용에서, 연극과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무용, 국악 등의 공연 티켓 구입에 있어 매월 최대 3만 2천원 할인 쿠폰이 적용되었으나 대중음악은 제외 대상이었다.

주류 미디어는 증강 현실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케이팝 스타의 온라인 공연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문을 닫는 공연장이 있으며, 무대를 잃어버린 예술가들이 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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