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민주주의란 건 없잖아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2019, 넷플릭스)를 보았다. 민중의 삶을 위해 싸운 운동가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위대한' 국민이, 어떻게 그의 동지였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으로 이어진 정권을 탄핵하게 되었는지의 역사가 참혹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이것은 모두 실화이며, 민중의 불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끔찍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열정적인 언어는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지만, 역사의 비극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실마리는 저 곳에 있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상원 탄핵이 결정된 날, 대통령궁의 청소를 하던 원주민 여인의 한숨은, 그래서 더 비참하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읽다 보면, 그들의 '태생적인' 원죄에 집중하게 된다. 고립되었던 대륙을 발견한 구대륙의 착취는 피할 수 없던 과정이었고, 그들이 구대륙의 선행된 문명에 잡아먹히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브라질은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포르투갈은 왕조를 신대륙으로 옮기기까지 하면서 신대륙에 대한 지배를 공고히 하려 했다. 하지만, 신대륙을 자원의 공급처로만 생각했던 구대륙의 지배방식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대지주와 소작인이라는 넘어설 수 없는 계급을 공고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은 그들의 삶을 자각했고, 끝없이 그들의 정권을 세웠으며,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화로 전세계를 매료시켰다. 라틴아메리카는, 여전히 '모두 알지 못한다'라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매력의 대륙이며, 대륙의 민중은 그들의 조상에게 물려받은 정신을 지켜가며 자부심으로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세워나가고 있다.하지만, 식민 지배의 원죄는 지독하게 그들을 괴롭히고, 민중은 분열된 역사 위에서 기득권과 외세에 이용당하는 것을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한다. 

2014년. 월드컵을 보기 위해 처음 찾았던 브라질에서 내가 느낀 것은 민중의 자부심이었고, 문화적인 찬란함이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찾아온 감정은 지금껏 다분히 '미국인의 시각'으로 점철된 교육제도 안에서 그들을 '열등하게' 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브라질의 민주주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한 장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한 장면. ⓒ 넷플릭스

 
라틴아메리카의 민중은 1910년에 이미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활발한 사회 참여를 시도했고, 이렇게 얻어진 세력의 힘을 기반으로 정치의 '포퓰리즘'을 그들의 편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1930년대에 이미 여성들의 정치 참여와 여성 공직 참여의 비율을 결정하였으며, 브라질의 여성은 이후로도 정치의 중요한 권력이었다. 노동자와 여성의 목소리를 통해 발전해 온 브라질의 민주주의에 대해, 대한민국이 과연 '후진적'이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다큐멘터리의 어조는 단호하다. 룰라에서 호세프로 이어진 민중의 정권을 분열시킨 것은, '세차 작전'이라고 명명된 검찰 권력의 의도된 수사 때문이었고, 중립성을 잃고 기득권에 영합한 사법부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을 탄핵했다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 언론에 의해 이용된 민중은, 더 이상은 하나가 될 수 없을 만큼 두 개로 쪼개져 버렸으니,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도 쉽지 않다. 

생각해 보면, 현재 브라질이 처한 현실은 민중의 선택이 아니다. 경제의 양극화도, 다양한 현실의 문제에 있어서 브라질이 독자적으로 현실을 해결할 수 없는 경제적인 종속성도, 민중이 원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구대륙의 지배를 받으며 성장해왔다는 역사적인 유산은, 낙원의 사과를 훔쳐먹은 인간의 원죄처럼 깊고도 어둡다. 깨어있는 민중으로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단결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승산은 없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지금껏 수 많은 사건들을 겪어보니, 깨어있다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의 혼돈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깨어있는 것' 뿐이다. 

"제 심장은 여러분을 통해 뛸 것이니 절대 멈출 수 없습니다. 권력자들은 하나, 둘, 백 개의 장미를 죽일 수는 있어도, 봄이 오는 것은 절대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봄을 찾고 있습니다." - 브라질 전직 대통령 룰라의 거리 연설 중

다큐멘터리의 배경은 2016년에 있었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그 후로, 브라질의 분열된 민중은 전직 군인 출신이었던 극우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전직 대통령이었던 룰라는 수감됐다가 지난해 580일 만에 석방됐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우리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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