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우리가 사랑한 크리스마스 영화들>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우리가 사랑한 크리스마스 영화들> 포스터. ⓒ 넷플릭스


크리스마스는 비록 기독교 즉, 서양의 전유물이라고 할 만하지만 전 세계에 꿈과 희망과 영감을 주는 매개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인할 순 없지 않을까 싶다. 그 이미지들이 누군가가 상업적으로 만들어 낸 인공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인 것도 큰 몫을 차지할 테다. 

영화라는 매개체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떠올릴 때 매우 중요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현재 30~40대라면 <나 홀로 집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 <러브 액츄얼리>, <엘프>, <가위손>, < 34번가의 기적 >, <크리스마스 악몽>, <폴라 익스프레스> 등의 1990~2000년대 영화들이 자연스레 생각날 것이다. 그때가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부분에서 전성기였기에, 크리스마스에 쏟을 여력이 다른 때보다 많고 다양하지 않았을까 싶다. 

'크리스마스 영화'에 관련해 넷플릭스에서 흥미로운 시리즈를 내놓았다. 일명 '우리가 사랑한 크리스마스 영화들'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작년에 선보인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의 후속편 격이다. 그땐 <더티댄싱> <나 홀로 집에> <고스트 버스터즈> <다이 하드> 등 1980~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영화들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면, 이번엔 <엘프> <크리스마스 악몽>이라는 1990~2000년대를 수놓은 크리스마스 영화들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표 중에 대표 격인 <나 홀로 집에>는 지난번에 소개했고 말이다. 

미리 말해 두자면, 이 시리즈는 순수하게 스태프들만 나와서 제작 당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영화에 있어, 외향적으로 가장 중요할 감독과 배우들만 쏙 빼두고 말이다. 그래서 팥소 없는 찐빵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밌고 빠르게 흘러간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뒷담화 느낌도 다분하기에, 감독과 배우들이 빠진 게 오히려 괜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기획의도가 아주 잘 와닿는다. 사랑스러운 크리스마스 영화를, 아주 사랑스럽게 다룬,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다큐멘터리 시리즈임에 분명하다. 

엘프

우선, 2003년도 영화 <엘프>다. 영화의 시작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영화를 아주 좋아했던 각본가 데이비드 베런바움이다. 그는 어린 시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랜킨 배스 프로덕션의 TV 프로그램 <루돌프>에서 착안했다. 타지에서 와 외롭고 쓸쓸한 자신을 투영해 뉴욕에 사는 외톨이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어느 무명 프로듀서가 무명이었던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 의기투합해 좋은 각본을 영화로 만들고자 방법을 찾던 그들에게 뉴라인시네마의 하급 간부가 연락을 해 온다. 

어느 정도 갖출 건 갖추게 된 후, 가장 중요한 감독 자리를 두고 얘기가 오가던 중 '존 패브로'가 거론된다. 당시 그는 주로 배우로 활동하고 있었고, 연출작은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 패브로의 비전에 매료된 관계자들은 그에게 메가폰을 맡긴다. 그리고 이어진 캐스팅, 가장 중요한 '엘프' 역으로 SNL에서 활약하던 윌 페럴을 데려온다. 또 다른 문제였던 스태프 존 패브로는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 적합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한다. 하지만, 뭘 하든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시간도 돈도 모자랐다. 

제작사 입장에선 큰 기대를 할 이유가 없었다. 영화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이들이 무명 또는 무명에 가까웠기에. 그렇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엘프>는 크리스마스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감독 존 패브로는 <아이언맨> 시리즈와 <정글북> <라이온 킹> 등으로 할리우드 최고 감독 반열에 올라섰고, 윌 페럴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정도의 커리어를 쌓았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영화다운 저연령층을 겨냥한 아기자기한 감동 코미디 스토리인 듯한 외향을 보이지만, 실상은 크리스마스보다 더 중요할지 모를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렸다. 각본가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연기자 모두가 지향하고 겨냥한 곳, 그곳에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관객들 또한 그 지점을 정확하게 봤고, 영화는 관객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3300만 달러로, 전 세계에서 2억 2000만 달러를 벌여들였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다음은, 1993년도 영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다. 칼아츠를 졸업하고 디즈니에 입사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팀 버튼. 하지만 디즈니스럽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는 일찍 퇴사한 뒤 자신이 그리고 싶었던 음침하고 암울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이야기는 센세이션급 흥행을 이끌며, 평단까지 사로잡아 여러 모로 크게 성공한다. 그는 오랫동안 그리고 싶었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있었는데, 1980년대 후반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그에게 기회가 온다. 그를 퇴짜 놓은 디즈니에서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만들고 싶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마음껏' 만들라고 한 것. 

팀 버튼은 당시 워너브라더스의 <배트맨>을 만들고 있었다. 그로선 훗날을 위해 별로 만들고 싶지 않은 <배트맨>을 성공시켜야 했다. 하여, 본인은 <배트맨>을 연출하고 <크리스마스 악몽>은 총괄제작자로 참여하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의 대가 헨리 셀릭을 감독으로 앉혔다. 두 작품의 작업장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팀 버튼은 오랜 친구이자 가장 믿을 만한 미술 감독 릭 하인릭스를 본인의 눈과 귀로서 두 곳을 오가게 했다. <배트맨>의 미술 감독도 하면서, 팀 버튼의 생각과 의도를 고스란히 <크리스마스 악몽> 팀에 전달하기도 한 것이다. 

어찌어찌 작업은 진행시켰지만, 문제는 바로 그 작업 자체에 있었다. 팀 버튼의 구상이 고스란히 영화로 발현되게 하려면, 무수히 많은 시간과 공력과 돈이 필요했다. <크리스마스 악몽>은 당시 세계 최초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노력이 들어가야 했다. 인형으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게 하려니, 이를테면 2초 짜리 컷을 찍는 데 하루가 걸리는 식이었다. 팀 버튼이 믿을 만하거니와 자신만큼 괴짜들을 모아 만든 괴짜스러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영화를 만든 스태프들이지 않나 싶다. 

말할 수 없이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져 선보인 이 영화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컬트 고전이자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해 마지 않는 걸작 영화로 손꼽힌다. 화려하고 축복 어린 크리스마스가 아닌 음침하고 암울하기까지 한 크리스마스도 있다는 것, 하여 크리스마스엔 정녕 모두를 품고 또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세상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로 나뉘는 게 아니라,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다를 바 없고 또 두 세계가 하나의 세상을 이룬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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