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진위

 
1월 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영진위원) 선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누가 영진위원장을 맡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이 개정되면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에서 임명하는 것이 아닌 9인 위원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게 된다.
 
오석근 영진위원장과 모지은 영진위원의 임기가 1월 초에 끝나면서 두 명의 위원이 새로 선임될 예정인데, 문체부는 11월 24일까지 영화단체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았고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을 제외한 7인의 영진위원들이 자동적으로 영진위원장 후보에 올라 있는 셈이다.
 
영비법 개정안에 영진위원장 연임에 대한 부분도 명시돼 있어 현 오석근 위원장의 연임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후 호선을 통해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계 안팎에선 연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복수의 영화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연임한 영진위원장이 한 명도 없고, 오 위원장이 그런 욕심까지 낼 사람은 아닌 데다, 그 자리를 맡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심사 공정성 논란에 발목

임기가 2021년 6월과 2022년 1월까지인 남은 7인 영진위원들 중에서 위원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나, 올해 중반 발생한 심사 공정성 논란이 이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9인 위원회는 지난 5월 정기회의에서 지역영화 교육허브센터 운영 단체 선정 심의·의결을 보류하고 재심사를 의결했다. 변호사가 심사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영진위원들이 심사위원 구성에 흠결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 다시 심사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앞서 심사에서 21점 차이로 앞섰던 단체가 재심사에서는 1점 차이로 밀려나 결과가 뒤바뀌었다. 문제는 5명의 심사위원이 해야 할 심사에 4인이 참여하면서 앞서와 비슷한 심사위원 구성에 논란이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상 하자가 없다'는 변호사의 의견을 내세워 바뀐 결과를 승인했다(관련 기사 : 영진위, 영화 교육사업 선정 결과 뒤집어 '논란').
 
이 때문에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심사 공정성을 훼손시켰다면서 해당 영진위원들에 책임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모 심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제시한 근거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영진위가 심사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버림으로써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첫 심사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남태우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도 "꼬투리 잡기식"이라며 "영진위 스스로가 심사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영진위 내부 직원들조차 "처음 심사나 두 번째 심사나 아무 문제가 없던 것이었다"면서, 영진위원들의 재심사 요구에 무리가 있었음을 에둘러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로 선임될 두 명의 영진위원 중에서 위원장이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일부 시선이 있다.
 
더불어 1월 임기가 끝나는 오석근 위원장과 모지은 위원이 모두 감독이라는 점에서 한 자리는 영화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장 경험 있고 신뢰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지난 1월 새로 구성된 영진위 9인위원회. 왼쪽부터 김영진, 모지은, 김난숙, 김여진 영진위원, 박양우 문체부 장관, 오석근 영진위원장, 최재원, 유창서, 문재철, 오성윤 영진위원

지난 1월 새로 구성된 영진위 9인위원회. 왼쪽부터 김영진, 모지은, 김난숙, 김여진 영진위원, 박양우 문체부 장관, 오석근 영진위원장, 최재원, 유창서, 문재철, 오성윤 영진위원 ⓒ 문체부

 
영진위원에 독립영화 추천 인사가 들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영진위 지원사업의 상당수가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독립영화 전문가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새로 선임된 영진위원에는 독립영화 쪽 인사가 아예 빠졌다.
 
지난 블랙리스트 정권에서는 영진위원 선임에서 독립영화가 아예 배제대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도종환 문체부 장관 재임 때 조영각 프로듀서(현 인디그라운드 센터장)가 영진위원으로 선임됐다. 그는 독립영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며 영진위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박양우 장관이 들어선 이후엔 독립영화쪽 인사가 영진위원으로 포함된 적이 없다. 

영화단체 한 관계자는 "지난번에 우리 단체에서 2명을 추천했는데, 전혀 엉뚱한 사람이 선정됐다. 단체의 추천은 형식적이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규제를 강조하고 있는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 쪽도 "독과점 개선에 의욕이 있는 인사들은 제외되는 것 같다"라고 주장하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영진위원 선임도 비슷할 것 같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양우 장관은 앞서 국정감사 자리에서 영화 상영과 배급의 수직계열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 의원의 질의에 "문제점은 있으나 자본투자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진흥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어 쉽게 결론을 낼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변했고, 이와 관련 '영화산업 구조개선 법제화 모임'은 장관 퇴진 성명을 내는 등 크게 반발했다. 영화인들이 이번 영진위원 선임 관련해 문체부 쪽에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박양우 장관을 향한 이런 불만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화계가 원하는 영진위원장 조건은 예전과 다름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영화인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독립영화의 한 관계자는 "대학교수 등 학자 출신들이 영진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지만 이전 영진위원장을 보면 알 수 있듯 현장 경험이 없던 사람들은 다 실패했지 않냐"면서 "이충직 영진위원장의 경우 학자였으나 현장경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영진위 한 관계자도 "감독이나 제작자, 프로듀서, 평론가 등 영화계에서 자기 위치가 분명하고,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서 불신을 받지 않는 분이 위원회를 이끌어 가는데 좋을 것이다"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전했다.

한편 문체부 측은 "영진위원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며 "언제 발표한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고, 최대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영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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