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지난 15일 발표한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를 듣기 전, 제목만 보고 나는 섣부르게 단정해버리고 말았다. 널 뭐라고 부를까?라면... 이제 막 연인이 된 두 사람이 서로를 부를 애칭을 고민하는, 아주 달짝지근한 노래겠구나.

하지만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이별노래였다. 그러나 그건 기분 좋은 뒤통수였다. 뻔한 가사가 아닌 재밌는 노랫말을 듣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니까.  

"Hello 넌 stranger/ 남은 건 별로 없어/ memories, memories, memories/ 안녕이라 했는데/ 왜 넌 내 옆에 있어/ 그대로 그대로 그대로

어색했던 공기에/ 웃음이 났어 왜/ 너무 가까웠던/ 내 것이었던/ my honey/ my daisy"


처음 몇 마디 가사 안에서 두 연인이 처한 상황의 단서들이 속속 드러난다. 두 사람은 이별했는데 무슨 까닭인지 곁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캠퍼스 커플인가? 사내연애? 그것도 아니라면 아메리칸 스타일로, 헤어졌지만 쿨하게 친구로 지내는 건가? 그도 아니면 서로에게 아직 미련이 남은 걸까? 

화자는 이런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면서 내 것이었고, 무척이나 가까웠던 옛 연인을 마음속으로 불러본다. 두 사람만의 것이었던 애칭으로 말이다. 그들은 my honey, my daisy라고 서로를 불렀나 보다.

애칭을 짓는 것이야 말로 우정과 사랑의 상징적 행위다. 어떤 책에선가 읽었는데, 서로의 애칭을 부른다는 건 다른 모든 사람이 부르는 그 사람의 이름을 나도 똑같이 부르는 것이 마뜩치 않기 때문에, '나만의 당신'으로써 상대를 대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란다. 친구사이에 별명을 부르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만큼 '찐친'이란 증거다.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What do I call you/ 남이잖아/ 별일 없던 척/ 말을 거나/ 그렇게 꼭 껴안았는데/ So what do I call you now

What do I call you/ 이럴 때엔/ 이름이 역시/ 무난할까/ 내 연인이었던/ my honey/ my daisy/ my only/ So what do I call you now"


아무리 봐도 가사가 재밌다. 화자가 내린 선택은 '이름이 역시 무난하겠지?'라는 확신이 살짝 결여된 결론이다. 그냥 쉽게 이름을 부르는 것도 꽤 괜찮을 거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화자에게 이것은 매우 치명적인 이별의 대가다. 그렇게 꼭 껴안고 사랑했던 상대와 헤어졌다는 걸 절절히 실감나게 할 결정적 한방이니까. 호칭문제는 언제 어디서고 쉬운 일이 아닌 거니까.  

수많은 이별 노래들이 연인과 헤어져서 슬프고 그래서 술 마시고, 옛 연인이 돼버린 그 사람 사진을 꺼내보고, (비싸게 샀을)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내 한강에 던진다. 이런 클리셰에서 탈피해 'What Do I Call You'는 이별 후의 어떠한 행위들이 아닌 내면에서 번개처럼 스쳤을 질문을 가사로 확대해 거기에 이별의 당혹함, 허탈함, 씁쓸함을 담았다. 이런 게 사소해도 절대 사소한 게 아닌 '디테일'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평소와 다른 동작 하나가 많은 것을 암시하듯 말이다. 다시는 입에 담을 수 없게 된 마이 허니, 마이 데이지, 마이 온리를 되뇌어보는 심정이란!   

"Cause this isn't natural/ 널 매일 보는 걸/ 이젠 아는 사람/ 내 것이었던/ my honey/ my daisy

What do I call you/ 남이잖아/ 별일 없던 척/ 말을 거나/ 그렇게 꼭 껴안았는데/ So what do I call you now"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된다던 옛날 노래 가사처럼 '마이 허니'에서 '누구야'라고 호칭하나만 바꾸면 그들은 그렇게 남이 된다. 이런 게 '찐이별'이다. 매일 봐야하는데 별일 없던 척 하고 그냥 아는 사람 정도로써 거리를 두는 것, 당사자에겐 잔인한 일이다. 

끝으로 이 노래 화자에게 말할 수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음... 이름이 역시 제일 낫다고. 무난한 게 최고라고.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태연의 신곡 'What Do I Call You' 이미지 ⓒ SM엔터테인먼트

태연 신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