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BJ 딸의 입학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고 나는 문득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최근 한 BJ 딸의 입학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고 나는 문득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 픽사베이

 
작년 즈음에 아이들 사이에서 "앙기모띠"라는 말이 유행했다. 아이 친구 엄마는 이 유행어 때문에 골치라고 했다. 그 뜻을 정확히 몰랐던 나는 "우리 때도 유명 개그맨의 유행어를 곧잘 따라하고 재미있어 했는데 뭘 그런 걸로 심각해?"라고 말했는데 이 말의 배경을 듣고 나서 까무러칠 뻔했다. 

이 말은 한 인터넷 방송 BJ가 자주 사용해서 유행한 말로, 성인물 여성의 신음소리를 희화화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놀이터에서,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쓸 아이들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다. 

나와 그 자리에 있던 엄마들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단단히 단속시켰다. 아이들은 왜냐고 물었지만 엄마들은 속 시원히 설명하지 못했다. 특히 아이들은 아무 의미없이 습관적으로 써대던 말을 단숨에 끊어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 날은 여기저기서 혼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장애인 비하에 고인 모독까지

최근 한 BJ 딸의 입학 문제를 다룬 기사를 보고 나는 문득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기사에 나온 그 BJ는 '앙기모띠'라는 유행어를 자신의 개인 방송에 자주 써서 널리 퍼트린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의 딸과 같은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해당 초등학교에 빗발치게 항의를 했다. 내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불러일으킨 일이었다.  

최근에도 그는 고 박지선을 비하한 발언을 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자 코미디언 박미선을 가리킨 거라는 변명으로, 박미선씨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과거에도 장애인 비하, 고인 모독 등 여러 사건 사고로 뭇매를 맞아왔던 인물이다. 나 역시도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쿨하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 죄도 없는 아이에게 부모의 잘못을 대물림 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부모들의 노파심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인기 BJ가 초등학생이나 1020세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성장기에 이같은 BJ들의 말과 행동은 치명적일 수 있다. 아이들은 이 BJ가 쓰는 유행어를 쓰고, 말투나 행동을 따라 하고 여성 혐오와 소수자 혐오를 거리낌 없이 확대 재생산해 낸다. 하지만 그런 그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해당 플랫폼에서 당당히 활동을 하고 연간 수십억 씩 벌어들이고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겼다. 왜 그의 방송은 여전히 유지가 되고,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어떻게 한치의 여과도 없이 우리 아이들에게 오픈되는 것일까? 이것이 비단 해당 BJ만의 문제인 것인가? 

부모가 예민한 것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만, 수억 개의 콘텐츠가 다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구독자를 모으고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자극적인 콘셉트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유튜브로 학교 과제 자료를 찾던 중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썸네일 때문에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가 찾아보지 않더라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아이를 위험한 곳에 데려다 놓을지 모를 일이다. 

또 얼마 전엔 한 여성 BJ가 별풍선 때문에 신체 주요 부위를 내보였는데 그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 방송에 연령 제한이 없었다는 말을 듣고 갈 데까지 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해 콘텐츠의 문제를 시청자의, 그것도 아이들의 리트러시로 해결하라고 할 것인가? 이보다 무책임한 말이 또 어딨단 말인가? 

현재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에게 온라인의 존재가 비대해 졌다. 문제는 수면 아래에 내 아이를 위협하는 콘텐츠들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의 도덕성만 믿고 맡기기엔 이미 도를 지나치고 있다.  

부모가 예민한 것이 아니다. 세상이 불안한 것이다. 어디서 놀아도 안전하고, 누구와 놀아도 안심되는,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 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아니길 바란다.
부모 육아 유해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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