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아이즈의 나얼과 핑클의 옥주현, SG워너비의 김진호, 슈퍼주니어의 려욱, 솔로가수 이기찬, 박기영, 리아, 진주까지. 

발라드부터 댄스, 보이그룹부터 걸그룹까지 골고루 포진돼 있어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이 가수들에게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노래 경연대회 '별밤 뽐내기'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금이야 일일이 손에 꼽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별밤 뽐내기'는 가수지망생들에게 많은 청취자 앞에서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다. 실제로 옥주현은 '별밤 뽐내기'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 Hero >를 불러 눈도장을 받은 뒤 훗날 별밤의 DJ가 됐고 박기영은 '별밤 뽐내기' 참가자에서 훗날 '별밤 뽐내기'의 심사위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별밤 뽐내기' 출신의 쟁쟁한 가수들 사이에는 1995년 이 대회에 참가해 주장원에 선정됐다가 가수로 데뷔한 뒤 2003년 가수왕을 차지했던 입지전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여린 음색과 풍부한 감성을 앞세워 슬픈 발라드 전문가수로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이수영이 그 주인공이다.

1999년 11월 1집 앨범 발표하고 데뷔
 
 이수영은 1999년 데뷔와 함께 여린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수영은 1999년 데뷔와 함께 여린 목소리와 뛰어난 노래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스톰이앤에프

 
고교 졸업 후 이가 기획에 발탁된 이수영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은 끝에 새 천년을 두 달 앞둔 1999년 11월 1집 앨범을 발표하고 데뷔했다. 이수영의 본명은 이지연인데 <난 아직 사랑을 몰라>, <바람아 멈추어 다오>등을 부른 선배가수가 있어 가수 데뷔를 하면서 예명을 이수영으로 지었다.

이수영 1집에는 주영훈, 조규찬, 조규만, 플라워의 고성진, 황세준, 박학기 등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타이틀곡은 신예 작곡가 MGR이 만든 오리엔탈 발라드 < I Believe >였다. MGR(본명 박용찬)은 015B 3~4집 객원가수였던 김태우가 결성한 밴드 뮤턴트 출신으로 이수영 1~5집의 타이틀곡을 모두 작곡하며 이수영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영화 <국화꽃 향기>의 OST로 유명한 성시경의 <희재>를 만든 사람도 MGR이다).

지금은 유명 연기자가 된 조윤희가 신인 시절 출연한 뮤직비디오로 먼저 선을 보인 이수영의 데뷔곡 < I Believe >는 슬픈 가사와 웅장한 편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후속곡 역시 영어 제목의 < Good-Bye My Love >였는데 이 곡은 맑고 고운 가성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수영이 보기 드물게 진성으로 부른 곡이다. 특히 후렴구에는 시원하게 내지르는 샤우팅까지 구사하며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1집 앨범을 통해 밀레니엄 시대 최고의 신인 여성가수로 떠오른 이수영은 2001년 2월 2집 < Never Again >을 발표하며 가요계를 대표하는 솔로 여성가수로 자리 잡았다. < Never Again >은 세상을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던 데뷔곡 < I Believe >와는 반대로 세상을 떠나는 여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억지로 정을 떼려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수영은 2집에서도 음악프로그램 1위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사실 이수영 2집의 진짜 명곡은 윤종신이 작사로 참여한 후속곡 <스치듯 안녕>이었다. 자신을 버린 남자와 함께 걸어오는 여자를 걱정하는 가사와 그 노랫말을 완벽히 표현해낸 이수영의 풍부한 감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명곡이다. 이수영은 건강 악화로 인해 <스치듯 안녕>으로 오래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곡은 오늘날까지 그를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 문제로 2집 활동을 일찍 마무리했음에도 이수영은 2001년 여름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9월에는 2.5집 형태의 라이브 앨범 <그녀에게 감사해요>를 발표했다. 2집 활동을 마치고 이렇다 할 휴식기 없이 곧바로 3집 작업에 돌입한 이수영은 2001년이 가기 전에 3집 'Made In Winter'를 선보였다. 데뷔 25개월 동안 3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며 '소처럼' 일한 것이다. 

순위 프로그램 2등만 14번, 이수영의 지독한 불운
 
 이수영 3집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끝내 순위 프로그램 1위는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이수영 3집은 오랜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끝내 순위 프로그램 1위는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 스톰이앤에프

 
1,2집에서 보여준 이수영 음악(특히 타이틀곡)의 큰 특징은 바로 현악기의 사용을 이용한 편곡이었다. 물론 클래식 음악 같은 웅장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지만 이 때문에 이수영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다소 묻힌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수영은 3집 타이틀곡 <그리고 사랑해>를 통해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현악기 사용을 줄인 채 어쿠스틱한 편곡으로 이수영이 가진 목소리의 매력을 살린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 대신 홀로 남은 바이올린은 전주와 간주에서 흐느끼는 듯한 솔로 연주로 노래의 슬픈 느낌을 극대화했다. 특히 2절 후렴구에서 "함께 한 그날 동안 많은 눈물 흘렸지만 행복 했었잖아 그대가 나에게 준 사랑. 그걸로 충분해~ 내가 그대 전부였잖아 거기까지만 기억할게"란 부분에서 슬픔을 애써 억누르려는 이수영의 절제된 감정표현이 단연 압권이다. 

후속곡 <차라리>는 전형적인 '이수영표 발라드'다. 더 클래식 멤버였던 박용준의 담백한 편곡이 돋보이는 곡으로 <그리고 사랑해>에서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던 이수영은 <차라리>를 통해 꾹 참았던 울음이 터진 사람처럼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 때문에 <그리고 사랑해>와 <차라리>는 마치 한 곡처럼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물론 실제로 대중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도록 의도적으로 노린 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수영 앨범의 숨은 명곡으로 꼽히는 < Farewell 블루스 >는 3집과 4.5집에 각각 나뉘어 실려 있고 히트제조기 김형석이 곡을 쓴 <돌아오면>도 이수영의 감성적이고 여린 보컬이 돋보이는 발라드 명곡이다. 1,2집과 마찬가지로 슬프고 애절한 발라드가 많은 이수영 3집은 막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이나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

그렇다고 이수영 3집이 처절한 노래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수영 3집에는 대중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의외의 반전을 선사하는 노래가 두 곡 있다. <사랑은 끝났어>는 애인이 있는 남자를 빼앗은 여자가 원래 애인에게 그 남자를 포기하라는 내용의 곡이다.

또 하나의 반전곡은 <혼자 맞는 겨울>. 015B 정석원의 제자였던 김정도가 가사를 쓴 곡으로 겨울의 외로움을 표현한 곡이 아니라 '혼자 맞는 겨울'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밝은 곡이다. 핑클이나 S.E.S.에게나 어울릴 법한 노래를 '슬픈 발라드의 대명사' 이수영이 불러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수영은 의외로 밝은 느낌의 노래도 찰떡 같이 소화해냈다. 

하지만 이수영은 3집의 꾸준하고 많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순위프로그램 1위를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특히 3집 타이틀곡 <그리고 사랑해>는 지상파 3사 순위 프로그램에서 무려 14번이나 1위 후보에 오르고도 한 번도 1위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10대 가수 가요제 2년 연속 대상 대기록 보유자
 
 이수영은 지난 2월 <슈가맨3>에 출연해 히트곡들을 부르며 건재한 실력을 뽐내며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이수영은 지난 2월 <슈가맨3>에 출연해 히트곡들을 부르며 건재한 실력을 뽐내며 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 JTBC

 
하지만 꾸준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데뷔 후 진득하게 자신의 음악세계와 팬층을 넓혀 오던 이수영은 2002년 10월 4집 타이틀곡 <라라라>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지상파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라라라>로 첫 1위를 차지하던 날, 크게 감격한 이수영은 너무 놀라 수상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고 앙코르 음악이 흘러 나올 때 노래 대신 수상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2003년에도 5집 <덩그러니>를 크게 히트시킨 이수영은 그 해 연말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이효리를 제치고 MBC < 10대 가수 가요제 >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드디어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당시 이수영은 지상파 첫 1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을 받아 크게 오열했고 경쟁상대이자 친구인 이효리가 이수영 대신 수상소감을 말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수영은 2004년에도 6집 <휠릴리>를 통해 2004년 <골든디스크>와 MBC < 10대 가수가요제 >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이수영 시대'를 활짝 열었다. 1966년에 시작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가수는 단 7명(이미자, 남진, 조용필, 주현미, H.O.T., 조성모, 이수영)밖에 없다.

2005년부터 소속사 문제로 부침을 겪기도 했던 이수영은 2007년 8집 '내려놓음'을 발매하며 앨범 제목처럼 인기에 대한 부담을 내려 놓았다. 이후 라디오DJ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던 이수영은 2010년 결혼했다. 이후에는 앨범 발매 소식이 뜸했지만 <나는 가수다> 시즌2와 <히든싱어>, <불후의 명곡> 같은 음악예능에 간간이 출연하며 여전히 건재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지난 2월 <슈가맨3>에 출연해 슈가송 <라라라>를 비롯한 히트곡들을 부른 이수영은 3월 데뷔 21주년 기념 싱글을 발표했다. 지난 10월에는 < I Believe >와 <휠릴리> <그리고 사랑해> 등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No.21앨범을 발매했다. 물론 코로나 시국 때문에 앨범을 발표하고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진 못하지만 결혼과 함께 10년 가까이 활동이 뜸했던 '발라드여왕'의 꾸준한 활동은 팬들에겐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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