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 유재하

가수 고 유재하 ⓒ 유재하음악장학회

 
1987년에 발표된 한 장의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계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반 중의 명반이 됐다. 30년 흐른 현재까지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노래, 작사, 작곡, 연주는 물론 이전에 발표된 음반들과는 확연히 다른 편곡으로 긴 세월이 지난 2020년대에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시대의 걸작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가 그 주인공인다. 그리고 그 중심엔 이 한 장의 앨범만 남겨둔 채 1987년 11월 1일 우리 곁을 떠난 천재 아티스트 고 유재하가 있다. 

타이틀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해 '지난 날',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가리워진 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들을 수 있었던 '우울한 편지' 등 그의 앨범에 수록된 9곡과 선배 뮤지션 이문세가 노래한 '그대와 영원히'는 유재하가 남긴 명곡들로,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주옥같은 노래들을 재해석해 발표한 가수들도 부지기수고, 각종 음악 오디션 및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커버한 경우도 헤아릴 수 없다. 또 헌정음반도 여럿 발표됐다.

특히 1989년 유재하와 그의 음악을 기억하고 실력 있는 신인 뮤지션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김연우, 루시드 폴, 정지찬, 방시혁, 이한철, 스윗소로우, 재주소년 박경환 등 여러 대중음악인들을 배출하는 '싱어송라이터의 보고'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지난달 19일 31번째 경연대회가 열렸고, 대회를 주관하는 유재하음악장학회에서는 같은 달 30일 유재하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송북(Songbook) <유재하, 피아노로 노래하다>를 발간해 33주기를 맞이하는 2020년을 더욱 뜻 깊은 해로 만들었다.

사랑하는 동생 재하가 남기고 간 노래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알리고 싶다는 형 유건하 유재하음악장학회 이사장과 지난 1일 오후 4시, 피아노 악보집을 펴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소재 출판사 '그래서음악'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재하의 명곡들, 피아노로 연주-노래하다
 
 <유재하, 피아노로 노래하다> 책 표지

<유재하, 피아노로 노래하다> 책 표지 ⓒ 그래서음악

 
- 최근 피아노 악보집 형식의 송북을 발간했다. 계기가 있었나. 
"출판사로부터 재하의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악보집 제안을 받았을 때, '음악을 참 사랑하는구나!'란 생각을 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음악 관련 서적을 발간하는 것 쉽지 않을 일인데 말이다. 2개월 전 사진 등 요청한 자료 등을 제공했고, 출판사에서 미리 준비를 많이 했는지 11월 마지막 날에 나왔다."

- 그동안 공식적으로 음악 관련 서적을 안 낸 이유가 있다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일이라 1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이번을 계기로 유재하의 음악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 악보로 담긴 '비애'란 곡이 주목된다.
"재하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한영애씨가 1988년에 발표했던 정규 3집 앨범 <바라본다>에 담긴 노래다. 재하의 앨범에 수록된 8곡과 이문세씨가 노래한 '그대와 영원히'는 널리 알려졌지만, '비애'가 재하가 만든 곡이라는 것은 많은 분들이 모를 것 같다. 다른 곡들과는 사뭇 다른 장르의 곡이고 발표된 지도 오래지만 관심을 갖고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다."

- 어떤 사람들을 위한 책이 되길 바라는지.
"피아노 악보집이니 재하의 곡들을 이 악기로 연주하고 즐기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피아노로 연주하다 보면 선율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거다."

어느덧 서른한 살 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도 올해로 31회가 됐다.
"지난달 19일 언택트 방식으로 경연대회를 잘 마쳤다. 예년보다 참가자격을 완화했는데, 652개 팀이 응모를 해 놀라기도 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함께 진행해주는 동문회 뮤지션들 및 관계 회사,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선친께서 항상 '모든 사람은 자기가 사는 사회에 빚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지고 있는 빚을 사회에 갚자는 선친의 뜻과 재하의 곡들을 사랑하고 음악인의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유재하음악장학회'를 설립,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해왔다."

- 1회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건가. 
"그렇지 않다. 2000년 11회부터 를 주관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모 음악레이블에서 맡아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 그때 김민기 학전 대표님께서 가족들이 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주셨다. 일면식은 없는 관계였지만, 1988년 2월 재하를 기리는 추모음악제를 열어주셔서 감사함은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 음악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온 나였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20년 넘게 하고 있다."

- 경연대회 출신 뮤지션들의 활약상을 보면 남다를 것 같다.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자리를 잡은 뮤지션들을 보면 흐뭇하고 행복하다. 고맙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지 않나. 어느 시점부터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경연대회 출신들의 현실을 보면서 속상하고, 과연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다."

- 지금 가장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한마디로 뮤지션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애써주신 분들을 꼽자면 지면이 부족할 거다. 김민기 선배님, 고 조동진 선배님을 비롯하여 경연대회에 관여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특히 김형석 작곡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17년 12월 유재하 30주기 헌정 앨범 <우리 이대로 영원히>가 발매될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되는 유재하의 음악, 더 알리고 싶어"
 
 첫 앨범 발표 후 KBS <젊음의 행진> 무대에 선 유재하의 모습.

첫 앨범 발표 후 KBS <젊음의 행진> 무대에 선 유재하의 모습. ⓒ KBS

 
- 가장 좋아하는 동생의 곡은?
"모두 다 좋아해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사랑하기 때문에'와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세 곡은 재하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곡들이란 생각이다."

- 영화 <살인의 추억>에 흐르던 '우울한 편지'는 어떤가?
"당시 이 곡을 영화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후 재하 팬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다. 유재하의 아름다운 음악을 '살인'이 들어간 영화에 꼭 써야했냐고 말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선택은 수많은 대중에 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지 않았나 싶다.(웃음)"

- 11월 1일은 어느 누구보다 남다른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벌써 33주기가 됐다. 바로 밑에 동생이어서 친구처럼 지냈다. 밝고, 재밌고, 한없이 귀엽고... 1987년 첫 앨범이 나오고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재하는 약간 실망을 했었다. 같이 술 한잔 마시면서 다음 음반은 훨씬 대중적이고 훨씬 훌륭한 노래들을 만들 거라고 했던 재하의 말이 지금도 가슴 속에 맴돈다."

-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전통과 권위를 바탕으로 실력 있는 뮤지션 발굴의 보고가 됐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이 있다. 불특정 누군가에게 어떤 음악인의 노래가 위로와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때가 있었다. 나는 결코 그럴 수는 없을 테니까. 뮤지션이 가장 부럽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내 삶이 다할 때까지 유재하가 남겨 놓은 음악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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