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어/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여기 넘어져있는 나/ 혼자 가네 시간이/ 미안해 말도 없이"

그 어느 때보다 현실 반영적이고 솔직한 가사로 돌아온 방탄소년단. 'Dynamite'로 전 세계에 희망과 활력을 준 이들이 지난달 20일 발매한 새 앨범 < BE >의 타이틀곡 'Life Goes On'으로 코로나 시대에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다.

세계인 모두가 멈춰버린 세상 앞에서 답답한 심정이고, 투어 콘서트를 전면 취소해야 했던 방탄소년단 역시도 다분히 그런 심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로 스스로를 위로할 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극복하려 애쓰고 있는 리스너들을 따뜻하게 다독인다. 

"세상이란 놈이 준 감기/ 덕분에 눌러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 넘어진 채 청하는 엇박자의 춤/ 겨울이 오면 내쉬자/ 더 뜨거운 숨"

코로나19를 지나가는 감기에 비유한 것 자체가 '모두 다 지나갈 일'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어지는 '덕분에'라는 세 글자에서도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보려는 멤버들의 의지가 묻어난다. 집안에서 지내는 생활이 늘면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은 불행 중의 다행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의 방향을 직접 잡았다. 기획 단계부터 앨범 구성과 디자인, 뮤직비디오 콘셉트 등 제작 전반에 참여한 것인데, 이전의 어떤 앨범보다도 월등히 진하게 자신들의 색깔과 생각을 이번 새 앨범에 담아냈다.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저 미래로 달아나자'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다시 회복하게 될 자유로운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지금의 힘듦을 견뎌내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구절은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떠올리게 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우울한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마음은 미래에 산다'는 시의 구절이 말하는 바와 '저 미래로 달아나자'고 가사가 말하는 바가 일치하는 듯하다. 코로나가 우리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 일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살아 있는 동안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뛰는 심장처럼, 인생 또한 단 한 걸음의 멈춤도 없이 계속 되고 있다. 웃음뿐만 아니라 눈물 속에서도 늘 한결같은 걸음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삶 속에서 살아가며 우린 내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우리의 오늘을 내일에 기대어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듯하다. 
  
'Life Goes On'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빌보드는 "한글 가사 위주의 노래가 1위에 오른 것은 빌보드 차트 6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알리며 축하를 전해왔다. 성과를 떠나 이들의 노래가 본래 의도대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단 점이 무엇보다도 축하할 일이다.

2020년이라는 암흑의 시대를 노래로써 기록한 'Life Goes On'을 미래에 다시 듣는다면 그땐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