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축구야구말구>는 축구의 이영표, 야구의 박찬호, 한국 스포츠계를 대표하는 두 레전드가 다양한 분야의 생활체육에 도전하여 전국의 숨은 운동 고수를 찾아 대결을 펼치는 '스포츠 로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박찬호와 이영표라는 두 거물급 스포츠 스타의 방송출연이 주는 화제성, 여기에 멘탈 코치라는 역할로 가세한 걸그룹 오마이걸 승희까지, 나이도 세대도 활동분야도 각기 다른 세 출연자의 이색적인 조합이 만들어내는 '케미'가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어느덧 5회차까지 방영된 <축구야구말구>는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메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박찬호-이영표는 물론이고 이용대(배드민턴)-이형택(테니스)-유승민(탁구)까지 게스트들도 하나같이 화려하지만, 정작 스포츠 예능물로서의 장르적 재미 면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생활체육이나 레저를 다루는 방송은 사실 예능으로 만들기는 보기보다 어렵다. 단순한 포맷과 리얼리티라는 제약 때문에 다양한 연출이나 설정을 접목시키기가 쉽지않다. 자칫하면 뻔한 패턴의 반복이 되어 일찍 식상해질 수 있다.

생활체육을 소재로 한 <우리 동네 예체능>은 일정한 주기마다 도전 종목과 출연자들에 변화를 가미했다. 조기축구를 다룬 <뭉쳐야 찬다>는 자신의 주종목에서는 레전드지만 축구에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스포츠 레전드들이 낯선 축구라는 분야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배워가는 '성장 드라마'적 구성을 통하여 예능적 재미와 스포츠의 감동을 동시에 잡았다.

또한 낚시로 소재로 한 <도시어부>는 3년째 낚시-먹방이라는 단순한 구성을 반복하면서도 출연자들간의 코믹한 만담-라이벌 구도, B급 감성이 묻어나는 제작진의 기발한 자막과 CG 편집등을 통하여, 낚시에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시청자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낚시 시트콤'을 만들어냈다.

그에 비하면 <축구야구말구>는 이 프로그램만의 차별화된 매력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 박찬호와 이영표라는 높은 화제성과 호감도를 겸비한 스포츠스타들을 섭외해놓고도, 정작 제작진은 방송에서 이들의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해야할지는 잘 모르는듯한 모습이다.

1회부터 3회까지는 박찬호-이영표-승희 세 멤버가 서로에 대하여 조금씩 알아가고, 배드민턴-테니스-탁구 등 여러 종목의 레전드들에게 일일 강습을 받으며 도전 종목을 결정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다른 프로그램 같았으면 사전 촬영분량이나 오프닝 초반, 혹은 아무리 길어도 1회 분량으로 정리되었어야 할 내용들이 무려 3주간이나 늘어진 것이다.

그동안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인상적인 명장면이나 에피소드가 탄생한 것도 아니다. 여러 종목을 맛보기식으로 체험하는가 하면, 세 멤버들의 이동-먹방-토크-미니 대결 등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딱히 참신하지도 않고, 확실한 관전포인트가 없는 중구난방식의 구성으로 오히려 산만하다는 느낌만 줬다.

4회에서야 배드민턴을 첫 도전종목으로 정하고 생활체육 여성 고수 2인과 성대결을 펼쳤지만, 이번엔 박찬호의 갑작스러운 다리 부상이라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며 경기를 제대로 마치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대결이 종료됐다. 다행히 박찬호의 부상은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당분간 휴식이 불가피해졌다. 이로 인하여 5회에는 매니저인 승희가 임시 멤버로 긴급 투입되어 이영표와 팀을 이뤄 생활체육 고수들과 배드민턴 경기를 펼쳤고, 박찬호는 해설위원으로 투입되며 뭔가 주객이 전도된 그림이 나오기도 했다.

굳이 왜 이렇게까지 경기를 해야하는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을만한 확실한 방향성이나 공감대가 없다. 방영 한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한 중심 서사를 갖추지 못하고, 매회 방송분량을 억지로 끌어내는데 급급한 느낌이 강하다.

박찬호와 이영표는 방송출연 경험이 풍부한 편이기는 하지만, 전문 예능인처럼 하나의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역할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두 사람 모두 신사적인 성격이라 허재-현주엽, 안정환-최용수처럼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통하여 일부러 티격태격하면서 예능적인 케미를 만들어내는 스타일과도 거리가 멀다.

특유의 밝고 귀여운 에너지가 돋보이는 홍일점 승희는 방송내에서 어떤 역할이든 성실하게 잘 수행해내는 편이지만, 애초에 스포츠가 메인이 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해당 분야와의 전문성이나 연관성이 없는 '걸그룹 출연자'의 역할이 꼭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승희와 다른 두 체육인 남성 멤버들과는 전혀 다른 활동분야나 세대차이면에서 공감대를 끌어낼만한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축구야구말구>의 제작진이 여전히 감을 잡지 못하는 듯한 부분은, 경기 자체에 집중해야하는 스포츠 방송과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예능'간의 차이다. 고정출연 3인방은 성실하게 방송에 임하고 있지만 예능의 재미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운동선수 출신들이 타고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종목에서도 빨리 적응하거나 승부욕을 불태우는 것은 그리 색다른 장면이 아니다. 여기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나 프로그램을 이끌고가는 핵심 줄거리를 살려내는 것은 오롯이 제작진의 역량이다.

<뭉찬>의 첫 회에서 농구스타 허재가 골키퍼를 보다가 축구의 백패스 규정을 몰라 공을 손으로 잡아내는 기행으로 폭소를 불러일으킨 장면, 과거 <무한도전>에서 최현미와 츠바사 덴쿠의 한일 여성복서 대결을 조명하면서 단순히 승부의 결과보다 두 사람의 사연과 진정성에 에피소드의 대부분을 집중하여 관전포인트를 뽑아낸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제작하는 유튜브나 1인 방송들조차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와 기발한 편집들이 넘쳐난다. 그에 비하면 <축구야구말구>는 예능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지루한 반면, 스포츠 다큐라고 하기에는 잡다한 구성이 너무 많고  스포츠 특유의 역동성을 살리기에는 부족한 연출이 두드러진다.

그나마 아직 방송이 초반부이고 포맷이나 방향성이 자리잡지 않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게 희망이다. 화려한 출연진이 주는 화제성보다 이 프로그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 제작진의 고민이 좀더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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