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직격>의 한 장면

<시사직격>의 한 장면 ⓒ KBS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8세 여자 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했던 조두순이 오는 13일 출소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범행을 저질렀던 안산은 물론 전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와 관련 안산시는 CCTV 대거 설치 등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고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경찰은 지난 10월 '조두순 출소 대비 재범 방지를 위한 관리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대중의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KBS 1TV <시사직격>은 'D-16, 조두순 출소가 던진 숙제'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은 안산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함과 동시에 성범죄자들의 재범률을 어떻게 낮출 수 있을지 대안도 제시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일 이 방송을 연출한 이해돈-박정환 PD를 전화로 인터뷰 했다. 

-지난 11월 27일 방송된 KBS 1TV <시사직격> 'D-16, 조두순 출소가 던진 숙제'을 취재하셨는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박정환 PD(아래 박): "저는 사실 힘들었던 기억이 많아요. 왜냐면 피해자보다는 가해자를 중심으로 취재를 했거든요. 가해자들에 대한 얘기를 어떤 식으로 방송에서 풀어낼지 고민했어요. 대중들에겐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래도 기획의도가 잘 담겨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해돈 PD(아래 이): "기획 단계부터 팀 내에서 우려가 있었어요. 조두순 출소를 냉정하게 조금 약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관점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이 방송이 잘못 나갔을 때 비난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획 의도가 잘 살아나서 안도했던 것 같습니다."

-조두순 출소는 이미 우리 사회의 화두이고,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뤘습니다.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하셨을 것 같아요.
: "그게 제일 고민이긴 했어요. 하지만 그동안의 보도를 보면 조두순 출소에 대한 공포감, 그 다음에 '조두순이 왜 이렇게 빨리 나와야 했냐'는 형량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저희는) 방법론에 집중했어요. 효율적인 방법이 어떤 게 있을까. 보호수용제를 다뤘고 그 다음에 '코사'(COSA: Circles of Support and Accountability)로 대표되는 사회적 집단 관리시스템도 같이 제시했습니다."

-조두순 출소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 "저희가 임재성 변호사를 처음 만났어요. 임재성 변호사는 인권 운동을 하시는 변호사기도 해서 방향 등을 함께 논의했었고요. 저희가 내린 결론은 'How to live with 조두순'(어떻게 조두순과 함께 살 것인가)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피해자도 접촉하고 가해자도 접촉했습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아동 성폭력범의 양형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셨는지, 취재하며 바뀐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 "사실 저는 양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조두순 사건이 이슈가 됐던 것도 '12년형이 말이 되냐'는 국민적인 분노 때문이었고요. 국민청원도 그랬고.근데 취재하고 프로그램 만들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아동성범죄는 조두순 이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더라고요. 초범이라도 전자발찌를 차야 되고요. 그 기간도 되게 깁니다. 아동성범죄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사회로 나오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 인식의 변화가 컸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을 계속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사회가 대처해야 할까의 문제에서 '코사'같은 방식이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죠."

- 코사는 어떤 제도인가요? 코사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 "캐나다에서 먼저 시작한 시스템인데, 국내에서는 '후원과 책임의 공동체'라고 불린다고 해요. 교도소에서 심리 치료를 하시던 분이 교화가 아직 안 된 것 같은 범죄자들이 사회로 나가는 경우를 많이 보셨대요. 그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제공하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셨다고 하더라고요. 2014년에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미 캐나다에 똑같은 시스템을 운영하는 오래된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제휴를 맺게 된 거죠. 지금까지 150여 명의 범죄자들이 국내 코사 시스템을 거쳐갔고요.

상담에선 일상적인 대화를 주로 해요. '오늘 날씨는 어땠어요', '어떻게 지냈어요', '요즘 고민은 뭐예요'라는 식으로 주제를 던지고, 답변을 경청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꼭 밥을 같이 먹어요. 밥을 먹는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같이 밥 먹을 친구가 생겼다고 느낄 수도 있고 사회적 관계가 하나 더 생긴거죠. 그런 걸로도 사람들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재범률이 떨어진대요. 그동안 코사를 거쳐간 사람들 중에는 재범을 저지른 사례가 없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성범죄자들이 신상 공개를 가장 두려워해요. 집 주소가 버젓이 공개되는데 누가 같이 살려고 하겠어요? 이혼 당하거나, 가족들과 멀어지고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는 거죠. 주변 친구들은 만나주겠어요? 그러니 혼자가 되는 것이고, 차라리 교도소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한대요. 재범을 저지르고 싶은 욕구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들어주고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도 사회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사실 박정란 대표는 방송에 출연하는 데 두려움이 좀 크셨어요. 가해자를 도와준다는 것에 대한 사회의 거부감 때문에요. 방송에서 사무실을 공개하지 않고 모자이크 했던 것 역시 그래서였어요. 현실적으로 매년 1700명 이상의 성범죄자가 출소합니다. 그들의 재범률은 20%가 넘죠. 초범은 3년 내 재범률이 60%가 넘고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인 거예요. 저희도 사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방송에 따르면, 조두순이 살 집 주변에 100여 개 어린이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더라고요. 학부모님들은 불안해 할 것 같아요.
: "실제로 반경 1km 안에 놀이터, 어린이집 등 모든 게 다 있어요. 제가 직접 그쪽 아파트 근처를 촬영하면서 돌아다녀 보니까 아이들도 오가고... 한 서너 시쯤 갔는데 학원 가는 애들도 있었어요. 학부모님들은 실제로 엄청나게 두려워하죠. 아이와 함께 있는 학부모님들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다 거절하셨어요. 왜냐면 그곳에 산다는 게 방송으로 나가면 혹시 모르잖아요. 조두순이 그걸 보고 앙심을 품을 수도 있고.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는 주민들 사이의 공포감이 엄청 컸어요."

-안산시에서는 방범을 위해 초소와 CCTV를 설치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으로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요?
: "그건 아무도 모르는 문제죠. 그래도 조두순의 재범을 억지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거예요. 당연하지 않을까요. 조두순이 문 열고 나왔는데 앞에 경찰이 20명 넘게 깔려있고 자기 집 쪽으로 CCTV가 그렇게 많은데 재범을 저지를 수 있을까요? 조두순의 범죄를 막을 수는 있어도, 지금 안산시에서 설치한 초소와 CCTV가 조두순 외에 다른 성범죄자의 범죄를 막을 수 있을까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이 모든 조치가 조두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거든요."

-방송에 보면, 보호감찰관 1인당 범죄자 20명을 관찰한다고 했어요. 혼자서 20명을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요?
: "실제 (보호감찰관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경보가 울렸을 때 출동을 해야 되잖아요. 20명을 관리하다 보면 경보 두세 개가 겹칠 때가 많대요. 그러면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될지 고민하게 되는거죠. 내가 이번 경보에 출동했는데 다른 경보 쪽에서 더 큰일이 터지면 어떡하나. 그 부분이 제일 힘들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촬영하면서 24시간가량 지켜봤어요. 1인당 스무 명이라는 숫자가 9시~6시에 일할 때인 거거든요. 야간에는 두 명밖에 근무를 안 해요. 그러면 야간에 관리하는 대상은 훨씬 더 늘어나요. 실제로 범죄가 일어나는 건 주야간을 가리지 않지만, 야간에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걸 감안하면 위험성도 높죠."

-우리나라가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데 왜 그런 건가요?
: "법조계에서는 형평성을 예로 들어요. 살인죄를 기준으로 성범죄 형량을 매기다 보니 대체로 낮아진 거죠. 또 판사들의 (성 범죄에 관한) 인식이 국민 정서에 비해 낮은 편이고요. 당시 전문가들 얘기로는 12년형이 그때 상황에서 최대 형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낮다고 생각하죠. 물론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으니 맞춰가야 겠지만, 법조계에서는 또 형평성 얘기를 하고요.

그런데 저희가 만난 전문가들은 미국을 예로 들면서 이런 얘기도 했어요. 미국이 성범죄에 굉장히 엄벌을 내리잖아요. 그렇다고 성범죄 재범률이 감소했느냐,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고민이에요.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율이 감소하는가. 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연구 결과죠."

-그렇다면 재범을 막기 위해 형량 말고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 "방송에서 심리치료를 소개했는데, 사회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이 됐어요. 근데 조건이 있어요. 심리치료를 굉장히 잘 받았을 때라는 거죠. 그니까 학교 수업하고 같은 거죠. 아무리 좋은 일타 강사가 가르친다고 해도 그 수업을 학생이 '그냥 나는 잘 거야 저런 수업 왜 들어' 하면 효과가 없는 거죠. 취재 결과, 현재 국내 교정시설에서도 심리치료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기본, 집중, 심화 반으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성범죄 흉악 정도에 따라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그에 나눠서 수업을 하죠. 조두순은 우리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심리치료 과정을 다 받고 나온 거예요.

그렇지만 심리치료 교정시설이 몇 개 없고요. 심화반 단계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예요. 조두순이 포항 교도소에 가 있었던 이유도 심리 치료를 받기 위해서였고요. 게다가 교도관들이 교육을 진행하는데, 전문인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심리 치료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교육 교도관들이 다른 교정업무까지 하면서 교육 업무를 같이 하거든요. 그러니 아무래도 전문성을 키울 여력도 없죠. 그런 부분들이 개선돼야 심리치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요."

: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제가 성범죄자에게 심리치료가 효과 있었는지 직접 물어봤더니 실제 효과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일반 사람들과 다른, 그릇된 성 인식을 갖고 있었던 분들이 교육으로 효과를 얻는거죠.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 "저는 저희가 던지는 얘기가 좀 도발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캐나다 수잔 러브 '코사' 대표가 얘기했던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요. '가해자를 도우려는 목적이 아니라,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거죠. 결국은 조두순의 출소로 인해 우리 사회에 어떤 질문이 던져졌고, 그의 재범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여기에 저희 프로그램이 기여할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불편한 현실이지만 성범죄자들은 계속해서 우리 사회에 나올 거고,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에요. 조두순 출소 2년 전에도 국민청원이 있었고, 12년 동안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이었어요. 그때마다 우리는 공포감에 젖어 시간을 보냈 거든요. 우리 사회에는 연간 성범죄자들이 1700명~1800명가량 나오는데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모든 걸 기획하기 시작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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