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가 내년 시즌 재계약 대상인 보류선수명단 544명을 공개하면서 55명의 방출선수가 추가로 발표된 2일, 올 시즌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후보 명단도 함께 발표됐다. 이날 발표된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 87명은 KBO리그 취재기자와 중계 담당PD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후 오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통해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87명의 후보 모두 수상 자격이 있지만 사실 특정 포지션에서는 이미 수상자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두산 베어스의 박세혁과 kt 위즈의 장성우, LG 트윈스의 유강남 같은 포수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도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양의지(NC다이노스)의 3년 연속 수상이 매우 유력하다. 이 밖에 외야수 한 자리는 정규리그 MVP 멜 로하스 주니어, 유격수는 김하성이 수상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는 시상식 당일 발표가 될 때까지 수상자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포지션도 유난히 많다. 그 중에는 올해 좋은 활약으로 프로 데뷔 후 첫 황금장갑을 노리는 선수도 있고 몇 년의 부진을 씻고 부활에 성공하며 골든글러브 재탈환을 노리는 선수도 있다. 과연 87명의 후보 중 단 10명에게만 허락된 2020 시즌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kt의 '천재' 강백호는 3년 만에 황금장갑 차지할까

6명의 후보가 난립한 1루수 부문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로 꼽힌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나 에릭 테임즈처럼 압도적인 성적을 앞세워 홈런왕 등 다수의 개인 타이틀을 가져간 막강한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어떤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다 해도 전혀 의아할 게 없을 만큼 비슷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후보에 포진해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선수는 역시 프로 3년 만에 kt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떠오른 '천재' 강백호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우익수로 활약했던 강백호는 올해 풀타임 1루수로 변신해 121경기에 선발출전했다. 타율 .330 165안타23홈런89타점9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55의 타격성적 역시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강백호의 유력한 경쟁자는 LG의 오랜 고민이었던 거포부재의 고민을 날려 버린 카를로스 라모스다. 라모스는 올해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11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LG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38개의 홈런을 터트리며 거포 1루수로서 명성을 떨쳤다. 골든글러브 후보 단골손님이지만 아직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던 두산의 오재일도 올해 타율 .312 16홈런89타점의 준수한 성적으로 여지없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NC의 깜짝스타 강진성과 KIA 타이거즈의 유민상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후보에 포함됐다. 강진성은 올해 타율 .309 122안타12홈런70타점으로 공수에서 놀라운 발전을 보였고 유민상도 126경기에 출전해 타율 .246 8홈런65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다만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1루수 부문에서 강진성과 유민상의 수상확률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박석민-황재균-허경민, 2020년 핫코너의 주인은?
 
3루수 부문에는 지난 4년 동안 3번이나 황금장갑을 독식했던 최정(SK 와이번스)이 올해 33홈런96타점을 기록했음에도 낮은 타율(.270)과 부진한 팀 성적 때문에 크게 돋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정은 이미 두 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했던 슬러거인 만큼 홈런 공동4위라는 성적은 썩 대단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올해는 최정이 주춤한 틈을 타 나머지 후보들이 호시탐탐 수상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후 4년 동안 황금장갑과 인연이 없었던 박석민(NC)은 올해 .436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최형우(KIA, .433)를 제치고 프로 데뷔 첫 개인 타이틀을 차지했다. 두 번째 FA 계약 후 재기에 성공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 충분히 통산 세 번째 골든글러브를 노릴 수 있다. 다만 3루수로서 수비이닝이 825.2이닝에 불과하고 규정타석을 불과 2타석 밖에 넘기지 못한 점은 박석민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올해로 프로 15년 차를 맞는 kt의 황재균은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성적을 배제하더라도 3루수 골든글러브를 노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올해 134경기에 출전한 황재균은 타율 .312 169안타21홈런97타점108득점11도루로 공수주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다. 특히 3루수 골든글러브 후보 5명 중에서 가장 많은 안타와 타점,득점을 기록한 만큼 황재균이 올해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된다 해도 이의를 제기할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올해 FA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허경민(두산)은 3루수 골든글러브 후보들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과 많은 도루, 그리고 가장 적은 실책을 기록한 공수균형이 뛰어난 3루수다. 허경민은 '3루수=거포'라는 편견을 깨며 2018년에 이어 통산 2번째 골든글러브에 도전한다. 이 밖에 17홈런67타점으로 생애 첫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린 한동희(롯데 자이언츠)는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시즌이 될 것이다.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의 경쟁 속 나스타 이변?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는 포지션 플레이어들의 체력 관리나 타격에 비해 수비가 약한 플래툰 플레이어들을 위해 비워두는 자리다. 실제로 시즌 내내 지명타자로만 활약하는 '붙박이 지명타자'를 내세우는 팀은 거의 없다. 사실 글러브를 끼지 않는 지명타자에게 황금'장갑'을 준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지만 KBO리그에서는 엄연히 지명타자가 골든글러브 수상 대상이고 올해도 어김없이 쟁쟁한 후보들이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고 있다.

통산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5번이나 수상한 최형우는 올해 좌익수 자리를 후배 나지완에게 넘기고 지명타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타격에만 전념한 최형우는 140경기에서 타율 .354 185안타28홈런115타점93득점OPS1.023을 기록하며 2016년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 타격왕 자리에 올랐다.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임을 입증한 최형우는 포지션을 바꿔 통산 6번째 황금장갑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최형우의 앞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다. 바로 작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2년 연속 최다안타왕 타이틀을 사수한 호세 페르난데스(두산)가 그 주인공이다. 페르난데스는 KBO리그 2년 차를 맞아 상대 투수들의 심한 견제 속에서도 타율 .340 199안타21홈런105타점104득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다만 유력해 보였던 200안타 달성이 하나 차이로 무산된 것은 득표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비록 최형우나 페르난데스처럼 개인타이틀은 없지만 공격 전 부문에서 리그 정상급의 활약을 펼친 나성범(NC) 역시 지명타자 부문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후보다. 작년 시즌 23경기 만에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던 나성범은 올해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324 170안타34홈런112타점115득점을 기록하며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도전기와 눈물 겨운 재기스토리가 더해지면 나성범이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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