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 영화화된 이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고유의 팬층이 생겼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는 2003년 국내 개봉해 약 7만 명의 관객을 모았고, 이후 17년이 지나 일본에선 애니메이션으로 그리고 한국에선 김종관 감독에 의해 재탄생 중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조제>는 아마도 원작 영화를 좋아했고, 새로운 요소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의 기본 설정을 뼈대로 주변 인물과 환경, 영화적 주제 모두 한국적 시선과 감성이 담겨 있고, 원작 속 신비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재조합되어 있다.

우선 <조제>의 주요 시선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두 남녀 주인공에게 쏠려 있다. 휠체어가 넘어져 길에 쓰러져 있는 조제(한지민)를 우연히 발견한 영석(남주혁)은 묘한 끌림과 호기심을 느끼며 찾기 시작한다. 원작에선 조제와 츠네오가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에 여러 난관이 있는 편인데 <조제>에선 제법 세련되기 두 인물의 접점을 묘사한다. 

공간 배경은 지방 어느 소도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서울이 아닌 지방 대학교를 다니는 영석, 그를 짝사랑하는 후배, 그리고 허름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집에 사는 조제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한국의 수도가 아닌 지방, 게다가 진로를 걱정하면서 방황하는 20대들만의 공허함이 이런 설정을 통해 짙게 살아난다.

처음 본 영석에게 다짜고짜 반말하는 조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다. 하반신을 못 쓰지만 집안 요리를 도맡아 하는 조제는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느낀다. 가보지 않은 곳이겠지만 실제로 가봤다고 얘기하는 조제의 모습을 배우 한지민이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원작 영화 속 조제 또한 자기 멋대로지만 절대 밉지만은 않은데 캐릭터에게 느껴질 호감과 비호감 그 경계를 김종관 감독이 잘 잡아낸 것으로 보인다.
 
 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영화 <조제> 관련 이미지.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작 영화가 두 인물이 서로에게 느낀 강렬한 끌림, 그리고 연애와 이별을 다소 어둡고 몽환적으로 다뤘다면 <조제>는 좀 더 주체적 선택을 해보려는 조제라는 캐릭터, 그리고 뿌리 없이 흔들리는 영석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청춘들의 현주소를 조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영석의 후배가 월세 걱정하며 고시원에 사는 모습, 조제와 보육원 동기이면서 세상을 향해 어떤 분노를 가지고 사는 것 같은 점봉이라는 캐릭터 등이 모두 최근 한국영화가 진지하게 조명하지 않았던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이런 이유로 <조제>에서 두 인물이 과연 어떻게 사랑을 나눴고, 결국 행복한 선택을 하는지 이별하게 되는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원작도 그랬듯 <조제> 속 두 남녀도 만나는 순간 이별을 직감했고, 그런 부분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곳곳에 상징처럼 드러난다. 

오히려 <조제>에서 발견할 미덕은 가까이에 있지만 보지 못했던 것,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가까이에 있었던 소중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영화적으로 표현한 데에 있을 것이다. 카메라는 줄곧 심도와 초점을 달리해가며 등장인물과 그 주위 사물을 보여준다. 미처 우리가 애써 보지 않았거나 봤어도 무시한 존재들이 카메라 곳곳에 등장한다. 시종일관 느린 호흡이라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조제의 시선을 잘 따라가다 보면 후반부에 제법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성공적인 리메이크 영화로 손색없다.

한줄평: 원작에서 한 걸음 나아간 섬세한 표현들이 뭉클하다
평점: ★★★★(4/5)

 
영화 <조제> 관련 정보

연출: 김종관
출연: 한지민, 남주혁
제작: 볼미디어(주)
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러닝타임: 117분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2월 10일
 

 
조제 한지민 남주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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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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