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때 아닌 '돈 자랑'이 번지고 있다. 

지난 11월 25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초대했다. 대화는 유쾌하게 진행됐다. 유재석은 강 회장의 호방한 성격을 부각시키며 토크의 맛을 살려 나갔다. 강 회장은 투자 전문가답게 자신의 경험담을 꺼내 놓았는데, IMF 당시 종잣돈 3400만 원을 156억 원으로 불렸던 일화는 감탄을 자아냈다. 조세호는 늦었지만 축하드린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의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강 회장은 소문을 좇지 말고 사람들의 지갑이 무엇에 열리는지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소비가 정답이라는 뜻이었다. 부(富)를 쟁취하기 위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할 수밖에 없는 요즘 시대에 그의 성공담은 흥미롭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신용 대출을 받아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게 유행처럼 번진 요즘이 아닌가. 

하지만 강 회장의 출연 분량은 자칫 위화감을 조성할 여지가 많았다. 가령, 조세호는 강 회장이 차고 나온 고가의 명품 시계를 부러워 했는데, 그런 장면들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특히 소비를 중요시 하면서 자신의 플렉스(Flex)를 숨기지 않았는데, 그것이 그만의 투자 비법이고 삶의 방식이라고 해도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적합한 내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강 회장의 스토리를 다루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다. 과거처럼 부와 성공을 얘기하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 할 필요는 없어졌다. 자신있게 드러내면 그게 멋인 시대이다. 하지만 강 회장과의 토크가 그동안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추구했던 결과 사뭇 달랐던 건 분명 사실이다. 

애초에 골목을 누비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거리의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했고, 우리네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 일상적인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촬영에 제약이 생기면서 유명 인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바뀐 후에도 그런 기조는 대체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강 회장의 분량은 조금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서장훈과 이수근 찾아온 건물주
 
 KBS Joy 예능 프로그램<무엇이든 물어보살> 한 장면.

KBS Joy 예능 프로그램<무엇이든 물어보살> 한 장면. ⓒ KBS Joy

 
 
 KBS Joy 예능 프로그램<무엇이든 물어보살> 한 장면.

KBS Joy 예능 프로그램<무엇이든 물어보살> 한 장면. ⓒ KBS Joy

 
"자랑하러 온 거야, 여기? 왜 온 거야?" (서장훈)

KBS Joy 예능 프로그램<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아예 한발 더 나갔다. 지난달 30일 방송 말미에 고민을 들고 서장훈과 이수근을 찾아온 이는 바로 건물주였다. 그는 30억 원에 매입한 2층 건물을 갖고 있는데, 해당 건물에는 총 6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다고 했다. 월세 수입은 약 1100만 원으로 꼬박꼬박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역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했던가! 

사연자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와 엄마가 일하는 장어집 수익까지 합하면 월수입은 2200만 원 정도였다. 워낙 큰 액수라 서장훈과 이수근도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런데 무엇이 고민이라는 걸까. 사연자는 건물을 살 때 받은 대출 때문에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은행 이자를 내기 급급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살던 집도 팔았고, 부모님은 가게에서 생활을 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사연자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투잡을 뛰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카페 매출이 급감해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서장훈은 제법 진지하게 얘기를 듣고 있다가 높은 매입가에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연자의 말에 허탈해 했다. '삐' 처리가 될 만큼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수근은 차액을 언급하며 흥분했다. 

애초에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서장훈과 이수근이 직설적인 화법으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고밈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이 출연하며 성격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뤄왔다. 하지만 30억짜리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 섭외는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고민은 상대적이다. 건물주에게도 고민이 있을 것이다. 많은 대출과 다달이 나가는 은행 이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오는 건물을 소유하고 있고, 게다가 건물을 팔면 엄청난 차액을 챙길 수 있는 사연자의 고민은 선뜻 공감하기 힘들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자랑하러 나왔냐?'고 타박한 건 사연자의 고민이 마치 투정처럼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사람들은 부를 죄악시하지도 겸양의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능력과 연결시킨다. 방송은 그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플렉스가 무조건 호응을 받는 건 아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그 프로그램의 성격상 섭외에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팍팍해진 시기가 아닌가.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의 경우 어떤 인물을 섭외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그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시대적 요구와 부합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제작진도 어떤 사연자를 불러 어떤 고민을 시청자와 공유할 것인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대체로 잘해오고 있었다. 그저 한번의 삐끗이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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