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 울산의 윤빛가람이 도쿄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환호하고 있다.

▲ 윤빛가람 울산의 윤빛가람이 도쿄전에서 골을 터뜨린 이후 환호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의 저력은 항상 어려울 때 빛난다. 한일전이었던 일본 J리그의 FC도쿄와의 맞대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내며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울산은 11월 30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F조 5라운드에서 FC 도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4승 1무(승점 13)을 기록한 울산은, 상하이 선화(중국)와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윤빛가람, 멀티골 원맨쇼로 울산의 16강행 견인

이날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원톱에 주니오를 두고, 2선은 김인성-이상헌-이청용이 포진했다. 허리는 신진호-윤빛가람, 포백은 박주호-불투이스-김기희-설영우, 골문은 조수혁이 지켰다.
 
울산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선제골을 내줬다. 도쿄의 전방 압박을 극복하지 못한 울산은 패스 미스를 범했고, 나가이 겐스케의 득점으로 직결되고 말았다.
 
이후 울산은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었다. 후방 지역에서 볼을 오랫동안 소유하며 안정감을 찾더니 서서히 공격 속도를 높여가기 시작했다. 전반 11분 이상헌의 중거리 슈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울산은 측면 크로스 공격으로 도쿄의 수비진을 공략했다. 전반 23분 신진호, 전반 27분 윤빛가람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도쿄 문전 지역으로 배달됐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를 1장 꺼냈다. 전반 37분 이상헌 대신 고명진을 넣으며 허리진의 정교함을 높이고자 했다. 곧바로 고명진-설영우-주니오로 이어지는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울산은 전반 44분 동점골로 기세를 올렸다.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윤빛가람이 환상적인 오른발 프리킥 골을 성공시켰다.
 
울산보다 순위가 낮은 도쿄는 더욱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후반 들어 공격에 박차를 가하며 득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도쿄는 거친 플레이를 범하며 울산을 위축시켰다. 
 
울산은 김인성과 이청용의 좌우 돌파를 앞세워 후반에도 흐름을 주도했다. 후반 중반 설영우, 이청용의 중거리 슈팅이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2분 도쿄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문전에서 레안드로의 슈팅을 조수혁 골키퍼가 선방했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중반 김태환, 비욘 존슨, 이근호, 원두재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40분 원두재가 내준 패스를 윤빛가람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울산은 남은 시간 도쿄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16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승부처에서 매우 강한 울산의 저력
 
K리그, FA컵 준우승에 그친 울산은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이번 ACL 참가를 위해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을 위해 소집된 한국 A대표팀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접촉한 정승현, 원두재, 김태환도 격리 이후 뒤늦게 울산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탓에 지난 ACL 3경기에서 결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일 간격으로 짜여진 살인 일정 속에서 매경기 최상의 라인업을 가동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불가피하게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며,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럼에도 울산은 승승장구했다. 특히 퍼스 글로리와의 2연전은 울산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3라운드 퍼스 골로리전에서 0-1로 뒤진 울산은 후반 44분 김인성, 후반 45분 주니오의 연속골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3일 뒤 벌어진 4라운드 리턴 매치에서도 0-0의 팽팽한 승부처에서 후반 42분과 44분 각각 김인성, 주니오의 골로 승점 3을 추가했다.
 
이토록 좋은 기운은 도쿄전까지 이어졌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함을 보였지만 윤빛가람이 어려운 순간 팀을 구했다. 전반 44분 커브를 그리는 정교한 프리킥은 윤빛가람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만약 한 골을 뒤진 채 후반을 맞이했다면 역전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는데, 1-1로 균형추를 맞추면서 한껏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후반 40분에는 다시 한 번 윤빛가람이 결승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울산은 도쿄전을 포함, 최근 3경기에서 후반 40분 이후에만 무려 5골을 몰아쳤다. 그만큼 승부처에 강하다는 방증이다.
 
사실 울산은 K리그에서 실망스런 2020시즌을 마감했다. 줄곧 1위를 유지했지만 막판 뒷심 부족으로 전북에게 우승컵을 내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2019년 전북이 역전 우승을 차지하고, 울산이 2위로 주저앉는 시나리오가 올해에도 반복된 것이다.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는 그래서 늘 울산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이번 ACL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리그, FA컵 준우승의 아픔을 씻고, ACL에서 일을 내겠다는 동기부여가 있어서일까. 중요한 순간 집중력이 빛난다. 
 
울산은 K리그 4개팀 가운데 가장 먼저 ACL 16강에 안착했다. 전북, 서울, 수원의 탈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K리그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울산은 완전체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대표팀 소집 해제 후 격리에서 풀려난 김태환, 원두재가 이날 도쿄전 후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울산은 16강 토너먼트부터 최상의 전력으로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뒷심이 한층 강해진 울산이 ACL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