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과거에는 방송에서 개인의 수익이나 금전에 관련된 화제를 대놓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시청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자칫 물질만능주의로 위화감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고, 혹은 개인에 대해서도 '잘난 척'하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친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가 강하던 어느 유명인이, 실제로는 비싼 외제차나 명품을 선호하는 개인 취향이 알려졌다고 해서 여론의 비난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는게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방송인 김구라는 출연자의 면전에서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출연료' 드립을 수시로 날린다.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은 부유한 '건물주' 이미지를 아예 자신의 예능 캐릭터로 적극 활용한다. 오늘날의 대중들은 이런 캐릭터들을 속물이라고 비판하기보다는, 자신이 노력으로 이뤄낸 성취를 솔직하게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것을 더 '쿨' 하다고 여긴다.

최근 MZ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MZ세대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전 세대에 비하여 개인적인 욕망이나, 현실적인 성취감에 더 충실하다는 점이다ㅠ. 돈이나 행복을 바라보는 개념도 예전과는 다르다.

과거에는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며 정신적인 가치와의 균형 혹은 포장을 추구했다면, 오늘날의 MZ세대는 '행복을 위해서는 돈도 중요하다',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 나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들은 TV나 신문같은 전통적인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SNS와 스마트폰,  유투브 등 '개인주의적' 매체들을 활용하는게 더 익숙한 세대이고 이들을 통하여 정보를 얻거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게 훨씬 자연스럽다.

자연히 방송도 이처럼 달라진 세대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나혼자산다>, <온앤오프>, <신박한 정리>, <공부가 머니> 등 개인이나 가정의 사생활과 가치관을 '관찰'하는 방송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돈벌래>, <구해줘 홈즈>,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등 경제나 부동산, 재테크 등 현실적인 이슈를 예능에 접목시킨 방송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런 프로그램 속에서 때로는 대리만족을 얻기도 하고, 혹은 나의 현실에 접목시킬만한 정보를 탐색하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사는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가', '나와 내 가족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질문들을 던지며 스스로의 현실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제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욕망을 전면에 드러내는 것은 이제 방송에서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정신적으로든 물질적으로든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욕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자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욕구가 정작 현실에서 건강하게 해소되지 못하고 이상과의 괴리감만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돈벌래> <홈즈>처럼 최근 방송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주식이나 재테크 소재의 예능들은 최근 경기불황과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일확천금이나 투기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공부가 머니>가 제시하는 교육론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부유한 유명인들의 입장에서가 가능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판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방송후 애청자를 빙자한 일부 누리꾼들이 방송의 특성을 악용하여 민감한 특정 주제나 관련 정보를 방송에서 다뤄줄 것을 요구하는 등, 사적인 이득을 기대하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굳이 프로그램의 기획 주제와는 굳이 상관이 없는 내용으로 도마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온앤오프>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혜민 승려는 평소 '무소유'의 삶을 설파하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방송에서 공개된 일상에서는 본인의 평소 저술이나 언행과는 상반된 고급주택에서 럭셔리한 라이프를 즐기는 모습을 통하여 오히려 '풀소유'라는 조롱을 듣고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최근 방영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등장하여 주식투자의 성공비결에 대하여 언급하는 에피소드가 나왔다. 강회장은 종잣돈 3400만 원을 156억 원으로 불린 투자 전문가로 불리며 방송에서 소문이나 비법을 찾기보다 지갑과 소비에 집중하라는 팁을 남겼다.

만일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내용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유퀴즈>는 그동안 주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속으로 직접 찾아가 담소를 나누며 '평범하고 소박한 공감'을 주고받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회차에 방영된 에피소드에는 김지용 정신과 전문의, 월호스님, 귀촌한 카페사장 이종효씨 등이 출연하여 주로 현대인들의 고민과 개인의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내용이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그에 비하여 강회장이 등장하는 분량은 어딘지 모르게 프로그램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보였다. 출연자 차고나온 고가의 명품 브랜드 시계를 보고 부러워하는 MC의 모습, 본인 스스로도 '운이 따랐다'고 밝히는 주식 투자 성공의 비결을 자랑하는 모습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방송이 그 시대의 세속적인 욕구를 반영하는 것 자체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방송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과연 어디까지가 '적정선'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예능은 전문적인 정보 전달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주식이나 부동산, 교육 등에 대한 기초적인 과정이나 심층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정보 과잉이든지 어떤 인물이나 사실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조장할 위험도 존재한다. 충분한 검증없이 진행된 방송이 이후 해당 정보에 대한 팩트체크나 출연자의 개인사 논란 등으로 불러올수 있는 후폭풍은 오롯이 방송의 책임이 되어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

아무리 물질적인 성공과 신분상승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라고 해도, 방송에서까지 모두가 똑같은 방식의 욕망을 쫓는 분위기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