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MBC에서 가장 뜨거웠던 예능 프로그램이 <놀면 뭐하니?>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MBC에 국한하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싹쓰리', '환불원정대' 등 여름부터 가을까지 연달아 이어진 대형 프로젝트는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가요계까지 뒤집어 놓았다. 유두래곤, 지미유 등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유재석은 2020년 MBC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대형 프로젝트가 쉽게 화제가 되고 대중의 관심을 받긴 하지만, 일년 내내 대형 프로젝트만 기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작비, 제작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유행으로 촬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또,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대형 프로젝트 사이의 쉬어가는 기간을 어떻게 채워넣느냐가 제작진의 고민일 것이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여러분들이 하지 못하는 말, 하기 어려운 말, 부끄러운 말, 여러분들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드리는 마음 배송 서비스 'H&H 주식회사 대표이사 유팡입니다."

<놀면 뭐하니?>는 '환불원정대'가 끝난 후 유재석의 또 다른 부캐인 '라섹'을 투입해 시간을 벌었고, 지난 주에는 김장 특집으로 한숨 돌렸다. 그동안 <놀면 뭐하니?>를 도와줬던 사람들까지 두루두루 챙기며 의미까지 챙겼다. 지난 28일 방송에서는 '마음 배송 서비스'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로 마음을 전하기 힘든 시기에 말 그대로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는 기획이다. 

'유팡' 부캐로 변신한 유재석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유재석은 H&H(하트&하트) 주식회사 대표 '유팡'이라는 부캐로 변신했다. 출발점은 시청자들의 사연이었다. 이미 수많은 사연들이 비밀의 방의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유팡의 역할은 자신이 마음을 움직인 의뢰를 선택한 후 영상통화로 의뢰인이 메시지를 받아 그 대상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었다. 큰 제작비가 필요 없고, 별다른 품이 들지 않는 효율적인 프로젝트인 셈이다. 

공부를 더럽게 안 하는 남매 때문에 걱정이라는 학부모, 13년 전 짝사랑했던 선배를 찾는다는 여성, 출산 후 복직을 하게 돼 대신 육아를 맡아주기로 한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딸, 코로나19로 실직하게 돼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남편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이 유팡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음 배달꾼 유팡은 금세 사연에 빠져들었고, 풍부하고 섬세한 공감능력을 발휘했다.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엄마, 26년 동안 일하면서 우리 키우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내 복직과 엄마의 퇴사를 맞바꾼 거 같아서 너무 미안해. 엄마, 평생 일하셨으니까 취미 생활도 할 수 있게 피아노 학원도 등록해둘게. 엄마, 내 엄마여서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유팡은 자신의 복직과 엄마의 퇴사를 맞바꾼 거 같아 미안하다는 딸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엄마가 근무하는 마트로 잠입했다. 손님으로 위장해 접근한 유팡을 발견한 엄마는 화들짝 놀라 도망다녔는데, 그 대치 상황이 웃음을 만들었다. 유팡은 딸의 의뢰에 따라 엄마에게 점심 식사를 선물했다. 그리고 "내 엄마여서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다음으로 유팡은 코로나19로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남편의 사연을 채택했다. 현재 육아를 하면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는 남편은 힘든 시기에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는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했다. 유팡은 퇴근하는 사연자를 만나 '너의 남편으로 살게 해줘서 고맙다'는 의뢰인의 메시지를 전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이었다. 

시청자들의 사연을 전달하는 '마음 배송 서비스'와 같은 프로젝트는 유재석을 활용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아이템이 분명하다. MBC <무한도전>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여러 차례 확인했듯이 유재석이라는 예능인이 더욱 빛나는 순간은 일반 대중들과 함께할 때였다. 전 국민이 알고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지닌 데다 친근감과 호감도도 높아 누구라도 편하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웃음의 빈틈은 '환불원정대'에서 유재석과 좋은 합을 보여줬던 김종민(종벨)과 최근 김장 특집에서 신명나게 입담을 터뜨렸던 데프콘(돌아온 북곤이)를 투입해 메웠다. 이들의 리액션이 더해지자 2년 전 중국 쌍둥이 축제에서 만난 미국 쌍둥이 형제와 결혼을 하게 됐다는 쌍둥이 자매의 영화 같은 사연은 더욱 맛깔스럽게 읽혔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는 '싹쓰리'와 '환불원정대'로 이어진 대형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공허함을 '마음 배송 서비스'라는 감동으로 살포시 채워 넣었다. 마치 시청자들의 허기를 채우려는 듯 말이다. 이는 매우 영리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큰 기획을 성사시키는 것도 실력이지만, 그 사이에 잘 쉬어가는 것도 능력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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