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스미스의 세번째 정규 앨범 < Love Goes >

샘 스미스의 세번째 정규 앨범 < Love Goes >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년 전 늦가을, 고척스카이돔에서 보았던 영국의 팝스타 샘 스미스(Sam Smith)의 공연은 마음에 짙은 잔향을 남겼다. 'One Last Song'와 'I'm Not The Only One'부터 마지막 곡 'Pray'에 이르기까지, 그는 다른 잔꾀를 쓰지 않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에 집중했다. 타인의 심연을 들여다 보는 듯한 소리였다. 그 역시 2만 관중의 뜨거운 반응에 만족했으니, 다음 앨범이 발표될 때도 서울에서 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펜데믹 이후, 그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갔다. 샘 스미스 역시 자신의 계획을 바꿔야 했다. 여름에 < To Die For >라는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자 했으나, '죽음'이라는 단어는 펜데믹의 시대와 맞지 않았다. 발매 시기도 늦어져서, 10월 말이 되어서야 < Love Goes >라는 앨범이 발표되었다. 이 앨범이 발표된 이후, 샘 스미스는 온라인 콘서트 라이브 앳 애비 로드 스튜디오(Live At Abbey Road Studios)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다. 그러나 실제 공연장에서 팬들과 눈을 마주치는 일과의 간극은 컸을 것이다.
 
샘 스미스가 자신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했던 데뷔 앨범, 삶의 지향성에 대한 고민을 녹여냈던 2집 에 이어, 3집 'Love Goes' 역시 매우 개인적인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역시 사랑이다. 사랑의 결핍이 감성을 움직인다. 한숨소리를 내뱉는 'Young'과 함께 이 앨범이 시작된다. 이 곡에서 샘 스미스는 홀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노래한다.
 
I wanna be wild and young And not be afraid to lose
나는 젊고 거칠고자 해.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고자 해.
 
Cry on my own Me and my bottle These are the things I choose
나는 혼자 울곤 해. 나와 내 술병. 이것들은 내가 선택한 것들이야
 
- 'Young' 중

 
시작부터 강인한 자세를 내세우고자 애쓰지만, 샘 스미스는 유약한 면을 숨기지 않는다. 이 앨범 속의 샘 스미스는 영락없이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다. 선공개되었던 'To Die For'에서부터 그랬다. 그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받기를 간절히 갈구한다. 핑크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도, '나의 세상은 무너지고 있다'고 노래하는 모습. 그의 문법은 꾸밈없이 솔직하며,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한다.

'Kids Again'에서는 사랑을 하던 시절을 '아이였던 시절'에 비유하며, (한국 발라드처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노라 단념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라브린스(Labrinth)와 함께 부른 'Love Goes'는 이 앨범에서 가장 애절한 순간을 선사한다. 그는 사랑에 한껏 슬퍼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을 떠나 보내는 것에 의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3년 만에 발표된 샘 스미스의 정규 앨범 < Love Goes >는 지금까지 샘 스미스가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던 두 가지 스타일을 공존시킨다. 하나는 'For The Lover That I Lost'처럼 그의 보컬에 집중하는 발라드다. 'I'm Not The Only One'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이 곡 역시 좋아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Another One'과 같은 일렉트로니카 댄스 음악이다. 데뷔 이전의 샘 스미스는 댄스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 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댄스 음악에 잘 어울렸다. 첫 정규 앨범에 앞서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도 디스클로저(Disclosure), 너티 보이(Naughty Boy)와의 작업이었다. 실제로, 'How Do You Sleep?' 이후로는 자신이 댄스에 탐닉하고 있지 않는가. 형식에서 이렇다 할 새로움은 없다. 전작과 같은 절륜한 멜로디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못내 아쉬운 지점이다.
 
2년 전 내한 공연 당시, 샘 스미스는 커밍아웃을 다룬 'HIM'을 부르면서 'Love Is Love(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다.)'라고 외쳤다. 그 순간이 주는 울림이 컸다. 데뷔 후 샘 스미스는 자신을 가시화하는 데에 있어 주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게이로 알려져 있었지만, '젠더 퀴어(남성과 여성으로 상징되는 이분법적 성별을 벗어난 제 3의 성)로 스스로를 정체화하면서 자신을 규정하는 모든 틀을 무너뜨렸다. 그는 여전히 사랑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성장하면서 재조합되기를 반복한다. 가장 약한 면을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은 큰 용기를 수반하는 일이다. 그는 누구보다 용기 있는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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