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앞에서 ‘3개월 624시간 근로계약’에 항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앞에서 ‘3개월 624시간 근로계약’에 항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JTBC가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에게 주 52시간 근로를 가장한 3개월 624시간 계약서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관련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26일부터 서울 상암동 JTBC 사옥 앞에서 '3개월 624시간 계약'에 항의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간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이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다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통해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고, 최대 64시간까지 가능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최소 2주, 최대 3개월 단위로 시행할 수 있으며 주간으로 평균 계산한 근로시간은 52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아래 한빛센터)로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JTBC 드라마들은 최근 방송 스태프들과 3개월 624시간 근무를 명시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3개월, 즉 12주 동안 624시간 내로 근무하고 이를 초과해서 작업을 하게 될 시 초과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최장 3개월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해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1일 12시간, 주 64시간을 넘겨선 안 된다. 그러나 해당 계약서에는 1일 및 1주 최대 근로시간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26일 오후 서울 JTBC 사옥 앞에서 만난 성상민 한빛센터 기획차장은 "현장에서는 보통 일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서야 계약서를 쓴다. 일하기 전에는 주 52시간 근무라고 말했으면서 막상 계약서를 보면 3개월 624시간이라고도 명시되어 있는 것"이라며 "올해 접수된 JTBC 작품들에 관한 제보에 공통된 문제점이었다. 이건 단순히 한 드라마 만의 문제가 아니라, JTBC 방송사 차원에서 이런 식의 계약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한빛센터에서 파악한, '3개월 624시간 계약서'를 체결한 JTBC 드라마는 < 18 어게인 > <사생활> <언더커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총 4편이다. < 18 어게인 >과 <사생활>은 지난 10일, 26일 각각 종영했으며 <언더커버>와 <지금 우리 학교는>은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촬영 중이다. 성 차장은 "<사생활>부터 JTBC 내 '3개월 624시간 계약서' 지침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5월에 첫 제보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4편 드라마는 대부분 중앙미디어그룹 자회사인 JTBC스튜디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 18 어게인 >은 JTBC스튜디오 작품이며,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JTBC 스튜디오 산하 제작사인 필름몬스터에서 제작하고 있다. 또 <언더커버>는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와 JTBC스튜디오가 공동제작한다.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차장은 JTBC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보통 일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서야 계약서를 쓴다. 일하기 전에는 주 52시간 근무라고 말했으면서 막상 계약서를 보면 3개월 624시간이라고만 명기되어 있다”며 JTBC의 편법적인 근로계약을 지적하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성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기획차장은 JTBC 드라마 제작 노동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보통 일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서야 계약서를 쓴다. 일하기 전에는 주 52시간 근무라고 말했으면서 막상 계약서를 보면 3개월 624시간이라고만 명기되어 있다”며 JTBC의 편법적인 근로계약을 지적하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성 차장은 "제보자 중에는 최대 주 80시간 이상 근로했다는 증언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이는 버스 이동시간을 제외한 결과다. 드라마 촬영을 갈 때는 보통 스태프들이 상암, 여의도 등 방송국 사옥 근처에 집결해서 버스로 함께 (세트장이 있는 지방으로) 이동한다. 이동 시간을 포함시키면 휴게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 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인해 많은 드라마들이 촬영을 중단한 상태다. JTBC <허쉬>에 출연 중인 보조 출연자가 24일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촬영을 중단하고, 밀접 접촉자인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검사를 받았다. 황정민, 윤아 등 배우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8월에도 JTBC는 서울·경기권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라이브온> <런온> <경우의 수> <시지프스> < 18 어게인 > <사생활> 등 6편의 촬영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성상민 차장은 "당시 한달 가량 촬영이 미뤄지면서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사전제작이라도 방송 편성 일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해되는 대목도 있다"면서도 "작품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건강도 중요하지 않나. 이번 기회에 임시 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JTBC 측은 지난 10월 한빛센터의 문제 제기에 대해 "촬영 현장은 스태프들과의 합의에 의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및 그 외 각종 변수로 인해 발생한 부득이한 상황 및 이견에 대해서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현장에서 이뤄진 개선사항에 대한 상세한 조사,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촬영 중단 등 부득이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스태프들의 제보로 일방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사생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촬영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사생활> 촬영 현장에서는 스태프들과 수차례 상의 하에 현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으며, 52시간 근무 및 8시간 휴게를 준수했다. 초반 탄력적 근무로 현장 운영했던 것은 드라마 촬영 현장의 효율을 위한 선택이었으며, 당시 스태프들의 동의를 구한 후에 계약이 이뤄졌다. 강요는 없었음을 명확히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경우 A팀은 제작 시작 후 약 3개월간 주 52시간을 세 차례 넘긴 적이 있었으나, 주 30시간 미만 촬영한 기간도 5번이나 있었다. 장마철은 한 주 전체를 휴차한 경우도 있었다. B팀은 제작 시작 후 3개월간 52시간을 넘긴 적이 한번도 없다. 제작 초기 3개월간 전체 촬영시간은 A팀 382시간, B팀 223시간으로 약속된 624시간에 못 미치는 시간이나, 촬영을 하지 않은 기간까지 포함한 용역료를 모두 지급하는 등 제작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운영 중이다."
JTBC 주52시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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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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