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시즌 대부분을 무관중으로 치른 2020년 KBO리그는 각 구단들의 적자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따라서 거의 모든 구단들이 내년 시즌을 앞두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는데 이는 예년보다 훨씬 규모가 커진 방출 선수 명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직 잠재력이 폭발하지 않은 신예들은 물론이고 과거 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베테랑 선수들도 대거 방출명단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이미 내년 시즌에 활약할 새 팀을 정한 선수들도 있다. 한화 이글스의 마지막 토종 10승 투수 안영명은 내년 시즌 kt 위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이고 신재영, 이택근을 비롯한 8명의 선수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키움 히어로즈는 국가대표 출신 외야수 이용규를 영입했다. 그리고 김태균과 윤규진(이상 한화)을 비롯해 권혁, 김승회(이상 두산 베어스), 정근우(LG트윈스) 등은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다음날이었던 지난 25일, 롯데 자이언츠에서도 6명의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김동한, 허일, 김현, 한지운 등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들이 주로 눈에 띄는 가운데 롯데 역시 한때 야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베테랑 선수들의 이름도 포함돼 있다. 통산 121승에 빛나는 장원삼과 통산 454경기에 등판했던 고효준이 그 주인공이다(한편 롯데에서만 14년을 뛴 송승준은 이날 플레잉 코치로 선임됐다).

'121승 투수' 장원삼은 5번째 기회 잡을 수 있을까
 
 선발 투수로 재기의 기회를 잡은 롯데 장원삼

롯데 장원삼 ⓒ 롯데 자이언츠

 
장원삼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중반까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시대를 풍미했던 KBO리그 최고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이다. '좌완 빅3'로 불리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에 비하면 구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절묘한 제구력과 뛰어난 완급조절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하는 영리한 투수다. 2012년 다승왕인 장원삼은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시즌만 7번에 달한다.

하지만 구위에 의존하지 않아 누구보다 롱런할 것 같았던 장원삼은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몰락과 함께 빠르게 무너지고 말았다. 2015년 10승을 따내며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장원삼은 2016년 5승, 2017년 4승, 2018년 3승으로 성적이 하락하다가 2018 시즌을 끝으로 삼성과 결별했다. 그리고 장원삼은 작년 시즌을 앞두고 삼성 시절 왕조를 함께 이룬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로 팀을 옮기면서 명예회복을 노렸다.

하지만 LG에서 장원삼은 그저 '보험용'으로 영입한 노장에 불과했다. 작년 8경기에 등판한 장원삼은 2패 평균자책점7.98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1년 만에 잠실 야구장을 떠났다. 장원삼은 지난 겨울 테스트를 받은 끝에 연봉 3000만 원이라는 초라한 조건을 감수하며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장원삼은 롯데에서도 13경기에서 3패7.68로 LG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채 다시 웨이버 공시됐다.

이제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9세가 될 정도로 노장이 됐고 3년 연속으로 각기 다른 팀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었지만 아직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자신이 있다. 실제로 나이가 많고 구위가 하락한 장원삼은 당장 풀타임 선발로 활약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좌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로 표적 선발로 등판하거나 선발로 등판해 2~3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오프너' 역할 정도는 여전히 해낼 수 있다.

물론 삼성과 LG.롯데에서 차례로 방출된 선수를 끌어 안는 팀은 분명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하지만 KBO리그 구단들 중에서는 경험 많은 좌완 투수 부재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고전한 팀이 적지 않다. 물론 전성기가 지난 장원삼이 각 구단들의 좌완 고민에 있어서 해답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저연봉에 가까운 금액으로 121승 투수의 '경험'을 살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투자가 될 것이다.

불혹 앞둔 고효준은 아직 현역 연장을 꿈꾼다
 
 롯데 고효준

롯데 고효준 ⓒ 연합뉴스

 
SK 와이번스 시절 고효준은 한 개의 우승반지도 얻지 못한 비운(?)의 투수였다. 2005년 5승을 기록하며 1군에서 자리 잡는 듯했던 고효준은 2007년과 2008년 각각 1군에서 1경기를 던지는 데 그쳤다. 최고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09년에는 11승을 따냈지만 SK가 한국시리즈에서 KIA에게 3승4패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SK가 3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2010년엔 정규리그에서 8승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고효준은 2016년7월 임준혁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입었고 2017년 40경기에서 3승 1패 4홀드 4.28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된 고효준은 KIA가 두산을 4승1패로 꺾으면서 프로 데뷔 16년 만에 드디어 첫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고효준은 우승 멤버가 되자마자 KIA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 롯데로 컴백했다. 

롯데에서도 고효준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2018년 43경기에 등판해 2승 3패 7홀드를 기록한 고효준은 작년 시즌 75경기에 등판해 2승 7패 15홀드 4.76으로 최하위 롯데의 불펜을 지키며 고군분투했다. 고효준은 협상이 결렬되고 재개되는 우여곡절 끝에 롯데와 1년 1억 2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 시즌 고효준이 FA 투수였다는 걸 알고 있는 야구팬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활약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75경기에서 62.1이닝을 던지며 롯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던 고효준은 올해 24경기에 등판해 15.2이닝을 소화하며 1승5.74에 머물렀다. 그리고 롯데는 올 시즌을 통해 새로운 좌완 셋업맨을 발굴하지 못했음에도 고효준을 전격 방출했다. 3년 만에 롯데를 나오게 된 고효준은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새 팀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고효준은 현역 최다승 4위 장원삼에 비하면 실적은 떨어지지만 커리어 대부분을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했다. 승부처에서 좌타자 한두 명을 상대하는 노하우는 확실히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홀드왕 출신의 정우람(한화)이나 진해수(LG)에 비하면 고효준은 썩 미덥지 못한 투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고효준은 좌완 불펜이 부족해 고민이 깊은 팀들에게는 꽤나 어울리는 퍼즐 조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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