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새봄 성우 빨간 안경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강새봄 성우 빨간 안경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예진

 
"부모님께 될 때까지 성우를 해보겠다고, 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어요."

만화 전문 채널 '투니버스'에서 일하고 있는 강새봄 성우. 대다수 성우 지망생들의 준비 기간은 평균 2~4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강 성우는 그 기간을 훌쩍 넘긴 6년이란 시간 동안 준비하면서도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새봄 성우에게 '서울대학교 국악과 출신 국악소녀'란 수식어가 붙게 된 건 역설적이게도 성우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을 지원해준 부모님이 인정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나서 꿈을 말하는 게 예의라는 판단 하에, 중학생 때부터 배워온 가야금에 매진했다. 그렇게 대학에 합격한 후, 그녀는 학업과 병행하며 성우를 준비했고 마침내 2018년, 3번의 도전 만에 투니버스 공채 10기에 합격했다.

강 성우의 대표작으로는 <퓨어엔젤 미라클 매직> 피치 역, <변신기차 로봇트레인S2> 맥시 역, <꼬마곰 학교 재키와 케이티> 재키 역, <명탐정 캣멜레온> 레모니카 역 등이 있다.

평생을 배운 가야금과 서울대 국악과라는 뛰어난 성과.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끊임없이 '성우'에 도전하고, 결국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숨은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15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성우는 빨간 안경을 끼고, 아기자기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녀는 그저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고,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는 지금이 행복한 새내기 성우였다.

'보노보노'처럼

중학생 시절, 그녀에게 최대의 콤플렉스는 목소리였다. 지금보다 더 높고, 아이 같은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 충분했다. 일부러 저런 목소리를 내는 거라며 친구들에게 오해를 받았고, 왜 그런 목소리를 내냐며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다. 자신이 말을 하면 친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강새봄 성우는 아예 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때부터였다. 미움 받을까봐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답답한 생활을 하던 그녀의 눈에 '보노보노'가 들어온 건.

"보노보노는 물어보고 싶은 것 다 물어보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제 목소리로 말을 못하니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저렇게 말을 하면서 지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가 공룡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녀는 '보노보노'가 좋아 '보노보노'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성우란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심'. 강새봄 성우를 움직이고 도전하게 만들었던 건, 쭉 간직해온 어린아이의 마음이었다.

여전한 동심

꿈을 이룬 지금도 여전히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여전히 동심을 가지고 있다고, 오히려 이상 속에서 살고 있어서 문제라며 웃으며 말했다. 나아가 강새봄 성우는 동심을 '순수한 마음'이라고 새로이 정의했다. 그녀에게 동심이란 어떤 기분에서도 말과 감정이 일치하는 것이었다.

"비비 꼬아서 생각하지 않고, 돌려서 말하고 그러는 건 동심과는 다른 것 같아요. (중략)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슬프면 슬픈 거. 저는 그런 게 아이들 마음인 것 같아요."

그녀는 이러한 순수함을 자신의 연기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애니메이션 시청자들이 누구든 등장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억울한 캐릭터를 본 시청자들이 진심으로 캐릭터의 억울함을 느끼는 것이 연기의 가장 핵심이며 기본적인 성공이었다.

"제가 이 캐릭터로 보여주고 싶고, 사람들이 이 캐릭터를 보고 느꼈으면 하는 것을 단순하게, 순수하게 생각해서 시청자가 그걸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쪽에서는 동심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떠올릴 수 있는 목소리

성우로써 그녀의 꿈은 기억에 남는 목소리가 되는 것이었다. 강새봄 성우의 목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후에 어른이 되었을 때, 그녀의 목소리를 떠올려 주기를 원했다.

"옛날 짱구아빠를 기억해주는,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선배님이 그런 기억 속에서 살아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어떤 분이 제 자체가 아니고 제가 연기한 어떤 캐릭터의 목소리를 기억해서 그 목소리를 찾아내주시거나 그러면 되게 뿌듯할 것 같아요."

그녀는 욕심일지도 모른다며 부끄럽게 웃었다. 본인의 목소리로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의 옛날을, 동심을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성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새봄 성우는 40년, 50년이 흘러도 지금과 같은 목소리로 연기할 수 있기를, 시청자들이 '내가 저 사람 50년 전에 봤는데 50년 전이랑 똑같네?'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강새봄 성우는 어른들에게 '동심'이 '철없는 생각', 혹은 치료되지 않은 '중2병'으로 치부되는 요즘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오늘, 그녀와의 인터뷰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었다. 여전히 보노보노를 좋아하고,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그녀를 통해 바쁜 삶에 치여 잊고 지내왔던 우리들의 동심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마음 그대로, 본인의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성우를 하고 싶다는 그녀. 마지막으로 강새봄 성우를 가장 잘 나타내고, 그녀에게 많은 힘을 주었다던 노래를 추천한다.

 
"언젠가 나도 바쁘기 만한 어른이 되겠지만 예쁜 마음을 밝을 미소를 간직한 채로 계속 계속 노래하고 싶어. 영원히."
- 애니메이션 '마법의 스테이지 팬시라라' OST <행복한 기분> 중.
강새봄 애니메이션 성우 동심 보노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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