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보통 겨울철이 되면 유명 야구 선수들의 TV 출연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한시즌이 끝나고 휴식기를 맞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특유의 입담과 예능감을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기도 한다. 최근에도 홍성흔, 김광현 (JTBC 아는형님), 송승준, 손아섭 (채널A 도시어부2) 등이 각종 예능에 등장했거나 출연을 앞두고 있는 등 번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MBC <라디오스타> (라스)역시 25일 '양신' 양준혁, '메이저리거' 김광현 등을 초대했다. 그런데 시청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인물이 함께 자리해 눈길을 모았다. 그 주인공은 현재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심수창이었다.  

굴곡 많은 야구 인생...18연패 진기록 주인공
 
 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김광현, 양준혁은 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투수이자 타자로 맹활약해 온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심수창은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선 "누구?"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낯선 존재였다. 야구 명문 학교들을 거쳐 LG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진출할 때만 해도 화려한 성공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그 이후의 활약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때 10승(2006년)을 기록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총 16년 프로 인생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달성하진 못했고 1군과 2군을 오가는 기간도 많았다. 특히 2009년부터 이어진 개인 연패 최다 기록(18연패)을 세울 정도로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전하기도 했다.

<라스>에서도 화려한 선수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 김광현, 양준혁에 비해 심수창의 사연은 말 그대로 '짠내 나는 인생'이었다. 메이저리거 스카우트들 앞에서 투구를 펼쳤지만 제 기량을 보이지 못하면서 미국 진출 꿈은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18연패와 연이은 트레이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2009년 선배 포수 조인성과의 경기 도중 발생한 언쟁 사건은 지금도 회자되는 불미스런 일화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다소 불편할 수 있는 과거사가 심수창의 입을 통해 유쾌한 경험담으로 탈바꿈했다. 등판과 동시에 연달아 장타를 허용했던 내용도 '타자 맛집'(?)이라는 표현으로 유머스럽게 대응하는가 하면 '괴물신인' 류현진 상대 등판 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류현진은 내가 키웠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셀프 디스가 곁들어진 능청스러운 입담에 힘입어 심수창의 이름은 늦은 밤 대형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만큼 제법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튜브 토크쇼로 검증된 입담
 
 MBC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토크쇼 '스톡킹'의 한 장면

MBC스포츠플러스의 유튜브 토크쇼 '스톡킹'의 한 장면 ⓒ MBC스포츠플러스

 
​지난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심수창은 올해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으로 제2의 야구 인생을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뒤늦게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유튜브 토크쇼 <스톡킹>은 그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스톡킹>에서 심수창은 정용검 아나운서와 함께 전·현직 야구선수들을 초대해 프로야구 속 숨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여기에서도 '18연패'는 초대손님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곤 한다.  

​타사 경쟁 채널 스포츠 해설 위원을 불러 흥미진진한 사연을 풀어내는가 하면 실내 야구 연습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녹화에선 일반인 출연자와의 야구 대결에서 패하는 등 예측 불허 예능감을 뽐내기도 한다. 일반인 시청자보단 야구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인 탓에 인지도나 화제성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10개 구단 팬들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2의 야구 인생, 이번엔 승리투수가 되어주길
 
 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지난 25일 방영된 MBC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 MBC

 
주목받는 신인으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심수창의 선수생활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라스>에서 소개된 것처럼 조인성과의 불화 사건은 당시 LG그룹 구본무 회장을 분노케 만들었고 이후 트레이드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팀 이적 후 간신히 18연패를 탈출했지만 부진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고, 2013년엔 단 한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다. 

​한화에서 방출된 후 친정팀 LG로 2019년 복귀했지만 젊은 후배 투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다시 2군 생활을 경험했고 시즌 말미 찾아온 1군 등판 기회는 심수창의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혼자만의 은퇴식"이 된 셈이다. "왜 은퇴식은 안 해줬냐?"라는 야구를 잘 모르는 '야알못' MC 안영미의 살짝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레전드라 하기엔 제가 어중간한 거예요"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으로 당시를 회상했다.

​재치넘치는 언변과 능청스러움이 더해지면서 이날 <라스>의 실질적 주인공은 함께 출연한 프로야구 전설들이 아닌, 해설자 심수창의 몫이 되었다. 때마침 심수창은 다음달 방영될 MBC 웹 예능 <마녀들>을 통해 박성광과 함께 여성 사회인 야구에 도전하는 연예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책임질 예정이다.

비록 야구선수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은퇴 후 심수창은 예상 밖 분야에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하나 둘씩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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