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구단 체제였던 KBO리그가 10구단 체제로 재편된 뒤, 드디어 새롭게 창단된 팀들도 정상에 도전하여 그 꿈을 이뤄냈다. 2011년에 창단되어 2013년부터 KBO리그 1군에 정식 참가한 NC 다이노스가 새롭게 한국 시리즈 챔피언 트로피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NC는 11월 24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한국 시리즈 6차전에서 팀내 다승 1위 드류 루친스키와 이어 던진 다른 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4-2로 두산 베어스에 승리했다. 7전 4선승제의 한국 시리즈에서 4승 2패로 NC가 먼저 4승에 도달하면서 한국 시리즈는 6차전에서 막을 내리게 됐다.

이리하여 NC는 리그 참가 8시즌 만에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리그 1위에 오른 뒤, 다른 팀들에게 동률을 허용하지 않고 정규 시즌을 완주한 뒤 한국 시리즈까지 통합 우승하는 완벽한 시즌이었다. NC의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된 뒤 소품으로 만들어 뒀던 집행검을 주장 양의지가 뽑아 올리는 퍼포먼스로 우승을 자축했다.

공룡군단 주장 양의지, 최고의 시즌 보내고 시리즈 MVP까지 선정

한국 시리즈 MVP에는 NC의 주장인 양의지가 선정됐다. 정규 시즌에 타율 0.328에 OPS 1.003 33홈런 124타점으로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양의지는 한국 시리즈 6경기에서도 모두 주전포수로 출전하여 타율 0.318에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그 결과 KBO리그 최초로 두 팀에서 한국 시리즈 MVP를 수상한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양의지는 월간 최저 타점이 15타점이었을 정도로 최고의 페이스를 달렸다. 월간 성적에서 타율이 3할을 기록하지 못한 시기도 6월에 불과했을 정도였으며, 최고의 페이스였던 시기는 9월로 타율 0.367에 8홈런 OPS 1.096이었다. 10월에는 타율 0.341에 10홈런 OPS 1.116으로 팀의 정규 시즌 우승을 굳히는 데 기여했다.

사실 한국 시리즈 타석에서의 성적만 보자면 양의지보다도 다른 선수들의 기여도가 더 높을 수 있었다. 그러나 포수 마스크를 쓰고 젊은 투수들을 이끌었고, 팀의 주장으로서 더그아웃에 있을 때도 다른 선수들을 독려하는 큰 역할을 해냈다는 점에서 양의지의 활약상은 단순히 숫자로 나타나는 기록 그 이상이었다.

양의지가 팀의 주장으로서 돋보였던 시점은 3차전에서 1승 2패로 시리즈 전적이 밀렸을 때였다. 당시 NC는 3차전에서 두산과 화력을 주고받은 끝에 패하면서 체력 소모도 많았고, 다음 날 낮 경기를 앞두고 체력 회복도 온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매 경기 수비 실책이 있었던 것도 불안 요소였다.

바로 이 시점에 주장 양의지가 경기를 앞두고 팀 미팅을 소집했다. 그리고 4차전부터 NC의 경기력은 확실히 달라졌다. 젊은 투수 송명기가 선발로 등판하여 큰 부담을 가질 수도 있었으나, 양의지의 리드를 받은 송명기는 3차전에서 뜨겁게 타올랐던 두산의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는 데 성공했다.

5차전에서는 정규 시즌 무패를 기록했던 토종 에이스 구창모의 7이닝 무실점을 리드했고 타석에서 홈런까지 날리면서 힘을 보탰다. 주장 양의지의 리더십이 힘을 발휘했는지 4차전까지 불안했던 NC의 야수들은 5차전과 6차전에서는 실책 없이 완벽한 수비를 선보였다.

양의지가 6차전에서는 무안타에 그쳤으나, 6차전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힘을 모아줬다. 권희동이 두 차례 적시타를 날렸으며, 애런 알테어도 힘을 보탰다. 팀내 다승 1위 루친스키가 승리투수를 확정지은 뒤에는 선발투수인 마이크 라이트와 송명기까지 구원 등판하며 힘을 모았다.

NC의 우승을 함께 일궈낸 숨은 MVP들

한국 시리즈 MVP에는 양의지가 선정되었지만, 우승은 주장 양의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야구는 팀 스포츠이고 KBO리그 1군 엔트리에 들어가 있는 선수 30명과 코칭 스태프 그 이외의 구단 관계자들이 한 시즌을 함께 만들어가는 스포츠다.

올 시즌 NC는 양의지 등의 베테랑들이 팀을 지탱하고 젊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펼치면서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었다. 구창모는 비록 시즌 후반에 부상으로 잠시 팀을 비우긴 했지만 정규 시즌 무패 투수가 됐다. 한국 시리즈 2차전에서는 아쉽게 올해의 유일한 패전을 기록했지만, 5차전은 그가 정규 시즌 무패 투수가 되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던 경기가 됐다.

외국인 투수 루친스키는 올 시즌 19승을 거두며 팀의 용병 에이스를 담당했다. 아쉽게 최동원 상은 20승을 달성한 라울 알칸타라에게 밀렸지만, 한국 시리즈에서는 알칸타라와 2차전과 6차전에서 맞대결을 벌여 2경기를 모두 이겼다. 4차전 구원 등판까지 도합 3경기에 등판한 루친스키는 한국 시리즈 2승 1세이브로 무려 3경기 승리에 기여했다.

타선도 상위 타순과 하위 타순에서 쉬어갈 곳이 거의 없었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7명이나 되었고, 동료 타자들의 시너지 효과를 받은 주장 양의지가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역대 최초로 단일 시즌 30홈런 100타점을 넘긴 포수가 되었을 정도였다.

NC에서 강한 타자들이 많다 보니 외국인 타자 애런 알테어는 8번 타순에 배치되어 활약할 정도였다. 알테어도 한국 시리즈에서 1차전 시리즈 MVP와 5차전 결승 타점을 기록하는 등 나름 활약을 보였지만, 1차전에서 인터뷰 할 때 마스크 착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취소한 사건으로 향후 개인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십자인대 부상을 극복하고 돌아온 나성범은 2020년 130경기에 출전하며 건강하게 풀 타임을 치렀다. 14경기에 결장한 것은 부상 복귀 후 처음으로 맞이한 풀 타임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한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 포스팅 시스템 자격을 충족했기 때문에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새로운 무대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테랑 김진성은 불펜에서 마당쇠 역할을 했다. 2경기 씩 등판한 뒤 휴식일이 있었기에 가능하긴 했지만, 한국 시리즈 6경기에 모두 등판하여 최소 1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3홀드를 기록, 팀의 승리를 지키는 다리를 놓았다. 6.2이닝 동안 산발 5피안타 허용에 불과했으며 1점도 내주지 않는 위력을 발휘했다.

구단주 김택진의 Flex, 과감한 투자가 이뤄낸 결실

NC는 리그 참가 첫 시즌인 2013년과 최하위를 기록했던 2018년을 제외한 나머지 6시즌에 모두 포스트 시즌을 진출하는 강팀이 됐다. 이렇게 꾸준히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구단주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과감한 투자도 있었다.

PC 온라인과 모바일 부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리니지를 통하여 상당한 자본을 보유했던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대기업들만 투자했던 프로야구단 창업에 도전했다. 이전까지 KBO리그 구단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투자하여 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NC가 2011년 8월에 창단되기 전까지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구단은 키움 히어로즈 뿐이었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이후 선수단 인력을 받아들여 새롭게 창단한 히어로즈가 10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이 자체 법인으로 운영되는 팀으로, 중견기업 소속 팀인 NC와 키움을 제외한 나머지 8구단은 모두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한다.

법인 서울히어로즈가 직접 운영하는 히어로즈와 달리 다이노스는 엔씨소프트의 자회사에 속한다. 비록 중소기업의 자회사임에도 불구하고, NC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8구단도 부러워 할 정도의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래 자원들을 위해 경상남도 지역 야구팀들에 매년 용품을 지원했고, 2019년에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창원 NC 파크를 개장하는 등 팀과 지역의 야구 발전을 위한 행보가 주목을 받았다.

구단이 창단된 뒤에도 김 대표는 구단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왔다. 본사가 경기도 성남(판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정규 시즌의 홈 개막전과 마지막 홈 경기는 직접 경기장에 방문하여 개막 및 시즌 종료 행사까지 참여하고 있다. 이번 2020 시즌에도 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광주(우천 순연), 대전(패전)을 거쳐 창원(우승 확정)까지 직접 방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보통 선수 영입에 있어서는 단장이 실무를 총괄하지만, 김 대표는 선수 자원 영입에 있어서도 직접 큰 관심을 보였다. 2019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포수 양의지를 영입하게 된 배경도 선수단이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의 팀 합류를 희망하는 의사를 전달하자 직접 영입 과정에 관심을 보였을 정도다. 

현 시점에 있어서 10구단 중 야구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구단주는 김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팀이 처음으로 정규 시즌에 우승하자, 김 대표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한국 시리즈 6경기를 모두 직관했다. 자신만 직관한 것이 아니라 경기 직관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권 구입까지 지원했을 정도였다.

KBO리그 역사상 한국 시리즈 모든 경기를 직관한 구단주는 김 대표가 최초였다. 구단주의 열렬한 응원 속에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뒤, NC 선수단은 김 대표가 베일을 걷어 준 집행검을 주장 양의지가 뽑는 퍼포먼스로 그 기쁨을 함께 누렸다.

코로나19 시련 견디며 이뤄낸 시즌 완주, 앞으로가 고비

사실 이번 2020 시즌은 KBO리그 10팀에게 모두가 힘든 시즌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시즌도 정상적인 일정에 맞춰 개막하지 못했고, 시즌의 절반 가량을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며 외로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약해졌다 강해지기를 반복하면서 한국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끝내 경기장 수용 인원을 모두 채우는 경기는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적용 시기에 비교적 많은 관중들이 입장하면서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제외한 나머지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입장권 매진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한국 시리즈 기간에 거리두기 단계가 수도권 기준 2단계까지 다시 격상되면서 한국 시리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관중은 고척 스카이돔의 정원 10% 기준인 1670명 뿐이었다. 인원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소 관중이 입장한 한국 시리즈였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인 현 시점에서 입장권이 매진되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기까지 꺾을 수는 없었다.

비록 퓨처스리그에서 일부 선수가 확진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군에서는 단 1명의 선수도 확진자가 없었을 정도로 KBO리그는 안전한 방역 시스템을 유지했다. 일본은 리그 일정이 일부 단축되었고 메이저리그도 정규 시즌 60경기의 미니 시즌을 치렀지만 KBO리그는 리그 중단 없이 정규 시즌 144경기를 모두 완주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입장을 통한 수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2021 시즌을 준비하는 10구단의 상황은 상당히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규 시즌이 끝나자마자 예년에 비하여 방출 선수 인원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선수단 운영이 힘듦을 말해주고 있다.

공식적으로 FA 시장이 열리겠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에 FA 시장의 흐름은 예년과 다른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에 비해 각 구단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30대 중후반 FA 선수들은 경쟁력이 강력한 선수가 아니라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구호를 함께 외치는 응원이 금지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아직 이전과 같은 화끈한 분위기의 야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면서 스포츠 경기 및 프로 리그 시즌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나라에 보여준 모범 사례가 되기도 했다.

보다 안전한 시스템 속에서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게 다음 시즌을 맞이할 수 있길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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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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