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도맹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도윤.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도맹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도윤. ⓒ 영화사 그램

 

영화 <곡성>에서 유약했던 사제, 그리고 <반도>에서 주인공 한정석(강동원)의 매형으로 좀비 게임의 노리개가 됐던 사내. 유독 여러 영화에서 배우 김도윤은 지질했다. 그리고 배우 생활 중 첫 주연을 맡은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더욱 그는 그 지질함을 극대화시켜야 했다.

<럭키 몬스터>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보육원에서 자라 같은 원생과 결혼한 도맹수다. 이렇다 할 꿈과 목표 없이 다단계 판매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남자다. 종종 환청에 시달리는 그는 어느 날 아내가 사라진 뒤 로또 1등에 당첨되고, 그 돈을 써가며 아내를 찾고자 한다. 환청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며 점차 괴물이 돼가는 과정을 영화는 그리 어둡거나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그렸다. 

김도윤의 해석

연출자인 봉준영 감독은 <곡성>을 보고 김도윤에게 역할을 제안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자체가 특이했다. 이걸 어떻게 영상화시킬지 기대감도 있었다"며 김도윤은 첫 만남을 회상했다.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라 각 인물이 폭주하고 자기 본능대로 움직이기에 톤을 잡기가 어려웠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엔 감독님이 누군가에게 심하게 상처받았나 생각했다. 그건 아니고 상상의 결과라고 하더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 자체가 초능력이라는 생각은 했고, 그 이후 생각을 뻗어 나가다가 지금의 영화가 나왔다고 했다. 맹수를 전 덜 성장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내 리아(장진희)와의 관계도 부부라기보단 엄마와 사는 것처럼 표현하려 했다.

촬영장이 바쁘게 돌아갔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여러 버전을 찍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현장에서 확신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생각해서 편집실에서 감독님이 고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지. 저도 미리 계산하고 생각해 온 것이 있었지만 뭐가 정답인지 판단할 수 없는 게 있더라. 그래서 시나리오에 없는 애드리브도 몇 개 했다."


환청은 곧 맹수의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한다.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시달리는 이상심리, 다중 인격이 종종 환청으로 표현되곤 한다. <럭키 몬스터> 속 환청(박성준)은 종종 모습을 드러내 맹수를 괴롭힌다. 특이하게 그걸 잠재우기 위해 맹수는 감기약의 일종인 용각산을 먹는다. 이런 설정들로 그는 공부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영화 <럭키 몬스터> 관련 사진.

영화 <럭키 몬스터> 관련 사진. ⓒ KAFA

 
"기본적으로 독립영화고, 첫 주연이기도 했고 그래서 맹수가 비호감으로 보이질 않았으면 했다. 관객분들이 제 얼굴을 90분 동안 봐야 하니까 지치면 안 되잖나. 매력적인 시나리오를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생경하지만 낯설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망상장애도 나름 공부했다. 정신질환의 거의 최고 단계더라. 너무 깊게 들어가서 보여주기엔 영화가 무거워지겠더라. 그래서 포인트만 가져와서 연기했던 것 같다. 왜 맹수가 용각산을 먹는지 감독님께 물어보기도 했는데 정신과 갈 형편이 안돼서 그렇다더라. 실제로 감독님이 그걸 좋아하기도 한다. 맛이 되게 이상하던데(웃음)."


반성과 성장의 시간들

대학생 시절 밴드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뮤지컬 공연 무대에 서게 됐고, 그러다 무대의 매력을 느껴 다시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해 연출 전공을 하게 된 그다. 연출을 하려면 연기를 경험해봐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에 연기를 해봤다가 아예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경우였다. 김도윤은 "조명을 받고 무대에 서니 얼어있던 제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며 "연기가 재밌는 것 같은데 더 해봐야지 생각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일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잘할 수 있는 건지는 지금도 생각하고, 몇 번이고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한다"며 겸손하게 배우의 길을 걷는 이유를 말한 그였지만, 그 내면의 치열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12년 영화 <하울링> <26년> 이후로 본격적으로 영화 출연을 하게 된 이후 그는 연상호 감독의 <염력> <반도> <방법> <지옥> 등을 경험했다. 느림의 미학이랄까. 1981년생으로 데뷔가 늦다면 늦을 수 있지만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어렵게 연기하시는 분도 많고, 특별하게 제가 고생했다고 말하기 민망하다. 저 또한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있다. 학생들 가르치다 잘린 적도 있고, 대리운전, 택배 상하차도 했다. 배우라면 아마 한 번씩은 했을 거다. 사실 제가 고생을 많이 한 편은 아니라 누가 물어보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답한다. 

지질한 역할을 꽤 해서 어떠냐는 질문도 받는데 제 친구가 그런 말을 해줬다. 그 분야에 정점을 찍고 다른 분야로 넘어가라고. 그것도 맞는 말이다. 제가 더 보여줄 지질함이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좋은 역할이 있으면 언제든 해야지."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도맹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도윤.

영화 <럭키 몬스터>에서 도맹수 역을 맡은 배우 김도윤. ⓒ 영화사 그램

 
2013년 결혼한 그는 "건강하게 살다가 자연사하는 게 인생 최고의 꿈"이라며 반 농담식으로 말하며 웃어 보였다. 여기에도 그만의 냉철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배우로서 나름 욕심이 있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최고의 배우가 돼서 명예를 가지기 보단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의 조건에 연기가 들어가 있는 거지. 지금 어떠냐고? 행복한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자기 객관화가 저의 과제다. 스스로는 잘 모르겠거든. 어떤 매력이 있고, 어느 정도 연기력을 갖고 있는지 말이다.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항상 물음표다. 그만큼 연기 고민을 하고 있다. 

<럭키 몬스터>가 일반 대중분들이 많이 찾을 영화는 아니잖나.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볼 수 있는 영화인데 그분들의 기준이 나름 높을 것 같다. 그걸 충족시키는 작품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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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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