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벼랑에 몰렸다.

두산은 23일 고척돔에서 펼쳐진 2020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에 0-5로 완패해 시리즈 전적 2승 3패가 되었다. 이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시나리오는 6차전과 7차전 2연승뿐이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결과를 남길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시리즈가 종료되기 이전에 두산은 확실한 수확을 이미 거뒀다. 불펜 핵심을 넘어 실질적인 마무리로 등극한 이승진이 그 수확의 주인공이다. 

정규 시즌 후반부터 한국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두산의 마무리는 이영하였다. 하지만 이영하는 한국시리즈 2경기에서 0.2이닝 6피안타 1볼넷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40.50으로 극도로 부진했다.

▲ 두산 이승진 프로 통산 주요 기록
   
반면 이승진은 플레이오프부터 호투를 이어오고 있다. kt 위즈를 상대했던 플레이오프 2경기에 등판해 1.1이닝을 던지며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는 1차전부터 4차전까지 4경기 연속 등판해 승패 없이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3차전에서 1점 차 살얼음 리드를 지킨 1.1이닝 2피안타 무실점 세이브로 마무리의 입지를 굳혔다. 

1995년생 이승진은 2014년 야탑고를 졸업하고 2차 7라운드 73순위에 SK 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상무에서 병역을 마친 뒤 2018년 1군에 데뷔했으나 3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57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0.740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었으나 등판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SK의 우승으로, 출전 없이 우승 반지를 획득한 이승진은 '반지 도둑'이라는 우스갯소리와 같은 별명도 얻었다. 

이승진의 극적인 반전은 트레이드를 통해 왔다. 지난 5월 2:2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한 것이다. 이흥련을 영입해 포수를 보강하려 한 SK와 이승진을 데려와 불펜을 보완하려 한 두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SK 시절이었던 2019년 이승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2.2km/h였으나 두산으로 이적한 올해는 146.5km/h로 상승했다. 여기에 커브를 혼합하며 두산 필승조의 일원으로 급부상했다. 

정규 시즌 마지막 달이었던 10월의 첫날인 1일까지만 해도 두산은 6위로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펜에서 마당쇠 노릇을 한 이승진의 맹활약에 힘입어 두산은 막판 상승세를 이어가 3위로 시즌을 마쳐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두산은 지난 2년간 20세이브를 수확한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올해만 해도 두산 마무리는 이형범으로 출발해 함덕주와 이영하를 거쳤으나 누구도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병역을 이미 마치고 내년에 만 26세 시즌을 맞이할 이승진은 마무리의 새로운 적임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규 시즌 및 포스트시즌에서의 단기간 집중적 혹사로 인해 이승진의 구위가 앞으로도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를 통해 두산 불펜의 수호신으로 도약한 이승진이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하며 마무리의 자격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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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KBO기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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